국군포로 2세 2명 등 새터민 5쌍 합동결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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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8-10-23 16:16 조정호 기자 = "아내가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어요. 아내의 소원을 이룬 오늘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3일 낮 12시 30분 새터민 합동결혼식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학 대강당. 국군포로 2세로 2004년 9월 탈북해 남한으로 온 황영식(가명.41) 씨는 신부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 박영옥(가명.40) 씨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1992년 66살의 나이로 숨진 황 씨의 부친은 충남 보령출신으로 6.25 전쟁때 신병훈련을 받고 강원도 전선에 배치됐다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된 국군포로였다. 황 씨는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살았으나 국군포로 2세라는 신분 때문에 군수공장에서 막노동을 했고 생활고를 겪어오다 탈북을 결심했다. 2003년 중국으로 탈북하다 중국 측 국경경비대에 붙잡혀 북송돼 고초를 겪기도 했다는 황 씨는 먼저 탈북한 누나(45)의 도움으로 아내, 딸(현재 중2년)과 함께 1년만에 겨우 북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국군포로 2세인 김성호(가명.50) 씨도 이날 4년간 동거를 해온 탈북자 출신의 아내 이경실(45) 씨와 결혼예복을 입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진주출신인 김 씨의 부친도 6.25 전쟁 때 하사로 참전했다 북한군에 포로가 됐고 1987년 작고했다. 김 씨도 출신성분 때문에 함경북도 온성군의 탄광에서 막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고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2003년 11월 탈북, 베트남을 거쳐 2004년 7월 남한의 품에 안겼다. 김 씨는 탈북자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국군포로 2세인 황 씨와 김 씨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부친이 국군포로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국가유공자 후손으로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북에서 국군포로라는 신분 때문에 많은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남한에서 올바른 직장을 가져 가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실혼 관계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식을 미뤄 온 5쌍의 새터민이 동부산대학과 통일부 부산지역통일교육센터의 도움으로 꿈에도 그리던 예식을 올렸다. 류경화 통일교육센터장은 "북에 두고 온 가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새터민들에게 결혼이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넘기 힘든 벽일 수 밖에 없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합동결혼식에서는 육군 53사단 군악대가 결혼행진곡을 연주했고 동부산대 학생들도 신부화장과 결혼예복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새터민들의 결혼식을 축하했다. 5쌍의 새터민들은 통일교육센터의 지원을 받아 2박3일 일정의 제주도 신혼여행을 떠났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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