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김정일, 멀고 추운 ‘자강도’는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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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8-12-22 17:33 전문가 “김정일, 유사시 자강도를 '제2의 평양'으로 만들려” 북한 매체들이 자강도 지역에 대한 김정일의 현지 시찰을 엿새 연속 보도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김정일이 자강도에 위치한 군부대를 방문하거나 기업소 시찰, 공연 등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이 실제 이 지역을 엿새 동안 시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의 엿새 연속 보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 8월 중순 뇌혈관 계통 질환으로 쓰러진 김정일은 이후 80여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10월 이후부터 북한 매체들을 통해 현지 시찰 동정과 사진들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김정일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고, 국외 언론들을 중심으로 사진 조작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김정일의 실제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어 왔다. 한편, 그동안 평안북도 신의주를 한 차례 방문한 것 외에 주로 평양 인근 지역에 대한 공개 활동만 진행해왔던 것만큼 자강도 지역에 대한 장기간 외유는 그만큼 김정일의 건강이 상당히 회복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티모시 키팅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18일 “김정일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만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경찰청도 최근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대해 “일정한 판단 능력을 가진 채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 멀고 험한 자강도 현지지도…건강회복과 건재 과시=북한 매체가 엿새 연속 김정일의 동정을 보도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하루, 이틀에 걸쳐 이뤄진 활동을 며칠에 걸쳐 보도만 했을 수도 있다. 또한 김정일의 실제 방문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태다. 그렇지만 북한이 평양에서 기차로 10시간이나 걸리는 자강도 지역에 대한 김정일의 현지시찰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도를 김정일이 건강 이상설 이전의 정상 통치 수준을 회복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일의 공개 활동이 꾸준히 보도되고 있음에도 건강 이상설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가 가기 전 건강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를 확실히 종식시킬 필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장철현 국가안보통일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매체의 잇단 김정일 현지시찰 보도에 대해 “김정일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통해 김정일의 와병설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이 그만큼 동요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폐쇄국가라고 하지만 외부 정보에 흔들릴 정도로 제도가 취약해졌다”고 해석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이러한 집중적 현지지도는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건강 상태에서는 이례적인 일로도 볼 수 있다”며 “평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기온도 낮을 뿐더러 지리적으로도 험한 자강도 지역을 현지지도 했다는 것은 대내 정치적인 면에서 선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김정일의 이러한 행보에 우선은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북한 매체가 김정일의 자강도 현시시찰을 연속으로 보도하는 것과 관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하필 자강도 지역일까? 자강도 지역은 지형이 험난해 군수 공업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또한 겨울에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추위가 몰아닥치는 곳이다. 때문에 김정일도 주로 여름 동안 현지 시찰을 명목으로 이 지역을 방문해 인근의 별장에서 휴양을 즐겨왔다. ▶ ‘강계정신’ 강조…北 내부 불안 반증=그러나 김정일은 올해에는 1월 초부터 자강도를 방문해 경제 시설 등을 시찰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12월 시찰에서도 김정일이 군부대 이외에 기업소나 도자기공장 등 각종 경제 시설 등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김일성 출생 100주년과 김정일의 나이 70세가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설정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 당국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인민 경제의 활성화를 일차적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올 한 해 동안 오히려 강화된 시장 통제와 침체된 대외 무역 관계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국가 차원의 경제 개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 인민의 ‘자력갱생’을 다시금 들고 나왔다. 주민 300만 명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1990년 중반 대아사 기간)’ 시기처럼 국가의 책임은 방기한 채 주민들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탈북자 강철인(35세, 자강도 출신) 씨는 “고난의 행군을 이겨냈을 때도 자강도가 큰일을 했다며 ‘자강도 정신’을 고취시킬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가 나왔다”며 “국가 정세가 어렵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자강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도 “김정일은 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자강도의 ‘강계정신’, 즉 ‘자력갱생’의 정신에 대해 강조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호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은 유사시에 자강도를 ‘제2의 평양’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자강도에는 지하갱도와 초대소도 많다”며 “평양 주민들을 타 지방보다 우대하는 것처럼 자강도 도민들에게도 그런 충성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정일은 지난 20일 자강도 ‘노동계급들’과의 ‘공훈국가합창단’ 공연관람에서 “자강도의 노동계급은 조국이 가장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혁명의 붉은기’를 더 높이 치켜들고 준엄한 난국을 타개한 영웅적인 노동계급”이라며 “그날의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총 돌격전에서 계속 선봉적 역할을 수행하라는 기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지난 6월 보도에서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8년 1일 자강도 강계시를 시찰, 중소형발전소 등을 자체 건설해 경제난을 극복했던 사례를 들며 “자강도의 노동계급처럼 자강도 과학자·기술자들처럼 자강도의 일군(간부)들처럼 분투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양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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