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그리움 담긴 시와 산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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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9-01-02 17:06 한겨레학교 문집 '달이 떴다' 출간 고미혜 기자 = "세월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흘러서 / 이 해에도 가을은 찾아왔건만 / 어이하여 분단의 장벽은 허물어지지 않느냐"(홍수영 '그날은 언제면 오려나') 탈북 청소년들의 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쓴 시와 산문들이 문집 '달이 떴다'(이매진 펴냄)로 묶여나왔다. 시인 박설희, 소설가 김도연, 비평가 조성면 등의 문인들로부터 글쓰기 지도를 받은 문예반 학생 46명이 쓴 77편의 글들은 또래의 글답게 문학적인 기교는 뛰어나지 않지만 이들이 겪어온 삶의 무게를 반영하듯 묵직한 감동을 담고 있다. 이들의 시와 산문에서 가장 짙게 묻어나는 것은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안기고파도 못 안기는 엄마의 품 / 꿈에서도 생각합니다 / 언젠가는 다시 안기리라 / 그날을 기다리며 달려가리라"(홍은희 '따뜻한 품' 중) "단풍잎 물들여진 / 수덕사 오르니 옛 고향 / 장덕산 그리워 // 허름한 옷에 / 지게 지고 장덕산 올랐건만 / 매끈한 옷에 / 폼잡고 수덕사 올랐네"(이영광 '내 기억 속의 장덕산') 탈북을 시도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소설 속에는 그 자신도 겪었을 험난한 월경(越境)의 체험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 다음으로 총성이 울린다. 연이어 다섯 발이 울린다. 두 갈래 작은 물줄기로 갈라지던 두만강 물이 무거운 어떤 것을 삼켜버린다. 순간 물색이 빨간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변한다. 두 모녀의 고향인 은덕은 묵묵히 두만강을 지켜다볼 뿐이고, 물 속 어딘가에 있을 두 모녀는 아직도 손을 잡고 있다."(이정향 '찌든 인생' 중) 박상률 시인은 "어린 나이에 여느 또래들이 미처 겪지 않은 삶의 신산함을 미리 맛본 아이들의 속살이 드러나 있다"며 "현실보다 더 진한 감동은 없다는 사실 앞에서 글로 밥을 빌어먹고 사는 내 자신을 애써 추스를 뿐"이라고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215쪽. 8천500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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