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설명절 ‘공동사설 학습’에 바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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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 2009-01-01 10:05 명절 직후 단위별로 ‘검열’…‘퇴비 쌓기 운동’도 근심거리 북한은 공식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생일을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선전하며 대규모 행사들을 떠들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에게는 1월 1일이 가장 큰 명절이다. 북한 당국이 지난 1989년부터 음력설을 민속명절로 선포, 휴식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양력설을 기본 설명절로 즐긴다. 설날이 되면 북한의 주민들도 여러 가지 행사와 공연, 놀이들을 진행한다. 설 전날부터 집집마다 설맞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며 이날에는 직장인들도 여느 날보다 일찍이 퇴근시킨다. 다른 국경일 경우 생활총화, 강연회, 학습 때문이 전날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선 1월 1일 첫 새벽이면 집집마다 조상들에 대한 제사를 간단히 지낸다. 그리고 공장, 기업소, 인민반별로 김일성의 동상이나 모자이크 벽화 같은 곳에 모여 충성을 맹세하는 꽃바구니를 헌화 행사가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친구들이나 직장사람들과 함께 모여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명절을 즐긴다. 북한이 한해 국가적 행동방향을 제시하는 ‘새해 공동사설’은 보통 아침 9시에 TV, 유선방송을 통해 중계되고 어린이들이 준비한 새해 설맞이 공연이 방영된다. 명절과 관련 새로 나온 예술영화들을 방영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연 띄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여러 가지 놀이들을 즐기며, 어른들은 모여서 장기나 윷놀이, 포커놀이, 화투와 같은 오락들을 즐긴다. 설날은 전국적으로 공장기업소들의 전기를 차단하고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여 TV 시청이 원만하다. 북한주민들의 설맞이 음식준비는 집집마다 각이하다. 우선 직장이나 동사무소에서 명절공급이라고 나오는데 무역기관들이나 권력기관들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을 주지만 힘없는 직장들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설명절 전에 세대별로 술과 된장, 그리고 시·군 단위 식료공장에서 생산한 ‘벽돌과자(너무 딱딱해서 붙은 이름)’ 등이 공급된다. 아무리 못 사는 사람들이라 해도 설날만은 장마당에서 약간의 고기, 두부, 콩나물, 고사리 와 같은 찬거리들을 마련한다. 설명절을 보내는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일은 뭐니뭐니해도 ‘새해 공동사설’을 학습 하는 일이다. 직장인들뿐 아니라 여맹에 소속되는 가정주부들까지 모두 공동사설 원문을 학습해야 한다. 새해 첫 출근에서는 각 단위 당책임자들이 ‘공동사설’ 원문 외우기 상태를 검열한다. 이때 원문외우기를 잘 한 사람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 아주 높은 사람으로 높이 평가된다고 한다. ‘공동사설’ 발표와 관련, 전국적으로 ‘새해 공동사설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군중집회’들이 조직되기 때문에 각종 정치행사에도 참여해야 한다. 조선중앙 텔레비죤에서는 군중집회가 열리는 오전에 이미 TV화면을 통해 그 내용이 중계된다. 1995년 이후로는 북한에서 설날이 와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공동사설 암기야 평생 했던 일이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설명절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겨울철 퇴비 만들기 운동에 동원돼야 하니 그 걱정도 만만치 않다. 유관희 기자(평남 출신, 2008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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