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조의 여왕’들이 꼽는 3대 목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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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조의 여왕②]세대주 ‘입당·취직·승진’을 위해 달리는 北여성들 북한에서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만기제대 후 사회 첫걸음을 내딛는 남성들은 여러가지로 어려움에 직면한다.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발전을 위한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제대군인들은 중학교를 졸업 직후 10년 동안 군대에만 있던 사람들이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가정생활에서나 직장생활에서 고충이 많다. 이때 아내의 훌륭한 ‘내조’가 뒷받침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직장에 배치를 받아도 아내가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그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며 나중에는 ‘왕따’를 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 2005년 당시 4.25훈련소 직속 정찰대대에서 제대한 A씨는 특수병종에 복무했다는 경력으로 받은 ‘공산대학 졸업증’(정규대학 졸업증이 아니며 특수병종에서 군사복무를 했음을 상징하는 증서) 덕에 후방총국 산하 군상관리국(군부대 내 국영상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부서)에 배치 받게 됐다. 군상관리국이면 배급이나 임금 외에도 ‘부수입’이 짭짤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군대 습성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던 A씨는 직장내 간부들과 툭하면 의견 충돌을 벌이면서 ‘주먹이 오가는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교원 생활을 하던 A씨의 아내는 군사복무를 성실히 완수한 남편을 믿고 결혼을 했지만 남편이 툭하면 직장 상사들과 충돌하거나 동료들과 주먹질을 해서 비판무대에 선다는 것을 알게된 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노심초사했다. 아내는 매일 남편 A씨에게 “그렇게 주먹부터 앞세우는 생활방식은 군대에서나 통하지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타일렀으나, 결국 직장 간부들의 눈 밖에 나 3년 동안 ‘운창과’(운반 창고 관리) 노동자로 근무하게 됐다. A씨와 함께 직장생활을 시작한 동기들은 ‘출하원’이나 ‘창고장’으로 승진하는 판에 남편은 운반 노동자로 뒤처지게 되자, 그의 아내는 어느 명절날 남편에게 술, 고기, 담배 등이 담긴 선물꾸러미 두 개를 준비해주며 직장에서 최고 발언권을 가진 당비서와 군상관리처장의 집으로 인사를 가라고 독촉했다. A씨는 “왜 내가 그놈들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냐?” 반발했지만 결국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당비서와 군상관리처장의 집에 찾아가 선물꾸러미를 바쳤다. 한달만에 A씨는 ‘창고장’으로 승진했다. 군대를 가지 않고 중학교나 대학교 졸업 직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남성들도 아내의 ‘내조’가 필요하다. 북한에서는 군대에 나가지 않거나 군사복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생활제대(의가사 제대)한 남성들은 대부분 입당을 하지 못하고 결혼한다. 군대에 가지 않고 대학을 졸업한(직통생) 남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만기제대’나 ‘입당’에 대한 서민층의 의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북한에서는 여전히 “입당 못한 남자는 사람 축에 들지 못한다”고 말 할 정도로 입당은 중요한 사회생활의 발판이다. 때문에 2~30대 여성들은 가능성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을 입당시키기 위해 피터지는 사투를 마다하지 않는다. 군사복무 경력이 없는 남자들이 입당을 하려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아내들의 내조다. 입당을 위해서는 일단 본인이 사생활이나 조직생활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조직생활에서 내려지는 ‘과업’을 누구보다 성실히 완수해야 하는데 ‘과업’의 대부분은 돈이 드는 일이다. 당과 국가를 위해 남들보다 더 바치고, 더 일해야 한다. 그러나 모범이 된다고 해서 저절로 당 세포비서들의 입당 추천서를 받는 것은 아니다. 추천서가 빨리, 제대로 나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뇌물’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에서 일반 노동자가 입당하려면 당 세포비서에게 통상 100달러 전후의 현금을 쥐어줘야 한다. 여기에 당 세포비서에 대한 식사대접, 쌀·술·고기 등 선물, 당 세포 차원으로 떨어지는 ‘과업’을 앞장서서 완수하기 위한 비용 등을 모두 따지면 최소한 ‘3장(300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편을 입당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아내들은 장사나 개인 돈벌이에 총력을 기울여 ‘물질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런 식으로 입당을 추진하는 가정은 나름대로 출신성분이 받쳐주고 먹고 살만한 능력이 있는 집이다. 출신성분이 좋지 않거나 가족 중에 정치범이 있는 가정은 아예 “입당을 위해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배불리 먹고 말겠다”고 체념할 수 밖에 없다. 남편이 입당이나 사회적 출세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여성들의 경우 아무런 희망도 없는 하루살이를 위해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런 가정은 아내가 남편을 내조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외조’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유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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