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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인전 탈북화가 조용씨 “15년 방랑… 나를 찾아가는 여정”
국민일보 2009-08-11 18:10:00 원문보기 관리자 674 2009-08-17 23:18:57
'30여년의 사회주의, 회의 분노 방황! 15여년의 타향만리, 방랑 고독 절망! 긴긴 러시아의 겨울밤, 숙명처럼 다가온 자살.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깨달은 진리! 아직은 요원한 본향에로의 여정. 오늘을 그린다, 응시의 열정으로. 그리고 사랑한다, 스스로 자유롭게 자연들,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을.'(작가노트 중에서)

서울 팔판동 한벽원갤러리(옛 월전미술관)에서 12일부터 22일까지 '여정!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여는 조용(46)씨는 탈북화가다. 1985년 평양미술대학을 나와 책임미술가로 활동하며 '꾀동이' '잘못 나는 약' 등 4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그는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만화영화 감독이었다.

90년대 중반까지 문화교류를 위해 러시아를 자주 드나들게 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며 피카소, 고갱, 클림트 등의 그림을 접하고선 대학시절 쌓았던 미술실력을 되살려 초상화를 수없이 그렸다. 유화로 그린 그의 초상화는 얼굴 윤곽선이 연필 세밀화 못지않게 사실적이다. 국내에선 이런 기법으로 그리는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랜 해외 생활을 하던 그는 문득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체제에 대한 실망, 예술에 대한 절망, 삶에 대한 고독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죽음에 이를 것만 같았다. 견디다 못해 98년 북한을 이탈해 무국적자가 됐다. 그리고 8년간의 방황 끝에 2006년 한국을 택했다. 숱한 고뇌와 갈등은 러시아 시절부터 가졌던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했다.

전시 개막을 앞둔 11일 한벽원갤러리에서 만난 조씨는 "탈북화가라는 관점에서 기사를 쓴다면 인터뷰를 사양하겠다"면서 "정치적 이슈와 출신 배경을 떠나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업하는 그는 지금까지 각종 언론매체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한사코 거절해 왔다.

"작품 얘기는 별로 안중에 없고 북한생활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거든요. 어렵게 한국에 왔으니 저의 원래 전공을 살려 그림 그리는 것에 몰두하고 싶고, 또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이번 전시에는 러시아에서 그린 인물화와 한국에 정착한 뒤 작업한 풍경화 '임진강' 등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황토빛과 순수한 영혼을 닮은 그의 화면은 관객들에게 고요한 묵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그것은 "정치든 예술이든 마음과 눈이 맑아야 통한다"는 작가의 작품론과 맥을 같이한다. 고양시 문화교실에서 인물화를 가르치고 지방박물관에 역사화를 제작하기도 한 조씨는 "여기 사람들은 그림의 기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빨리 잘 그리는 방법만 배우려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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