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北주민 잇는 휴대전화는 ‘생존투쟁’ 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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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의 헬싱키 협약은 훗날 소련 체제전환의 분수령이었다. 서방 측은 소련, 동유럽에 인권과 자유화를 제기하면서 이를 경제지원 등과 연계했다. 서방 측은 소련, 동유럽 경제지원 품목에 전화기, 팩스 등 ‘통신수단’을 포함했다. 외부 세계의 정보와 진실이 들어가는 통로가 다양해졌다. 서방진영은 소련에 ‘자유’를 집어넣은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배급이 끊기자 북한 주민 300만 명이 아사(餓死)하거나 면역체계 약화 등으로 사망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약 1만8000명, 재중국 탈북자가 3만 명 정도다. 항상 탈북자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게 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먹고사는 문제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번 돈을 가족들을 데려오는 데 쓰거나, 달러나 위안화로 바꿔 생계비로 부쳐준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휴대전화이다. 탈북자들은 중국 휴대전화를 구입해 인편으로 북한 가족에게 미리 전달하고 “누구 편에, 언제, 어디로, 얼마의 돈이 갈 것이니 실수 없이 받아라”고 통화한다. 전파는 중국 쪽 국경 기지국을 통해 전달된다. 북한의 가족은 남한 가족과 그 다음에 통화할 날짜를 미리 정하고 보위부의 감시를 피해 휴대전화를 비닐에 싸서 땅에 묻어둔다. 북한 주민의 휴대전화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는 ‘생존수단’이다. 지난해 11월 30일, 북한 화폐개혁 소식을 전한 통신수단은 당연히 휴대전화였다. 11월 29일 하루 동안 화폐교환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가 네 군데서 휴대전화로 동시에 확인됐다. ‘100 대 1 교환’이라는 동일한 내용으로 네 군데에 교차 확인된 것이라면 사실로 믿을 만했다. ‘탈북자 휴대전화-북 주민 휴대전화’가 세계적인 특종을 전한 것이다. 앞으로 휴대전화는 북한 사회를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북한 보위부가 아무리 통제해도 휴대전화를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970, 80년대 소련과 동유럽으로 들어간 전화기나 팩스는 ‘자유’를 전하는 통신수단이었지만 2010년 북한 주민의 휴대전화는 통신수단이자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한 ‘생존투쟁’ 수단이기 때문이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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