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의 3인3색 온라인 창업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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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지 않은 경제구조, 언어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과 문화적 괴리감, 어색한 법 절차와 새로운 정보화에 대한 두려운, 그리고 편견들. 막연한 기대감으로 한국을 찾은 탈북자들이 마딱뜨려야 하는 어려움들이다. 탈북 주민수는 98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탈북 청년들의 현실과의 괴리감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자립 자활 의지를 갖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장려금을 지급하고 직업훈련 기관과 연계해 적극 돕고 있지만 성과에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창업으로 소외 계층을 돕겠다고 나선 탈북 청년 3인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탈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나섰고 저마다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가 넘쳐 흐른다. ■CEO 박예진씨, ‘라쿤백’ 가방 사업으로 소외계층 돕겠다 3평 남짓한 사무실 한 켠에서 디자인 연구에 몰두하며 꿈의 벽돌을 하나 둘 쌓고 있는 박예진(35ㆍ가명)씨. 지난 2003년 한국 땅을 밟은 그의 고향은 북한 청진이다. 입국후 3개월간 사회 적응 훈련을 거친 뒤 보육교사와 여행사 사무 보조, 식당 서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탈북자’ 신분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벽으로 다가왔다. 그러던 중 박 씨는 작년 4월, 한국MS가 지원하고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제2기 탈북 청소년 창업반 프로그램에 참여, 온라인 실전 창업 교육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시장조사, 마케팅, 온라인 창업, 시제품 개발, 사업계획서 작성, IT 활용 교육 등이었다. 박씨는 사업 계획 발표회에서 명품 가방을 아이템으로 발표했고,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계획서를 수정하면서 온라인 창업을 구체화했다. 박 씨는 회사명을 라쿤백으로 정하고 홈페이지도 오픈했다. 현재는 가방 유통업 중심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직접 디자인해 라쿤백 로고를 새긴 가방도 곧 출시할 계획. 라쿤백 신제품 가방은 2월부터 판매된다. 박 씨는 올 3월에 오픈할 예정인 푼푸니닷컴(www.punpuni.com)에도 라쿤백으로 입점해 판매 채널을 확대할 생각이다. 푼푸니닷컴은 탈북 출신 창업자들의 제품 홍보 전문 온라인 유통망이다. 그는 “라쿤백은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한 ‘너구리(raccoon)’를 의미한다”고 말하며 ”사업이 번창하면 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해 어렵고 외로운 어르신들을 돌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풀어놨다. ■천연 비누 회사 CEO된 20대 탈북자 이충식씨 20대 탈북자인 이충식씨가 선택한 업종은 천연 비누다. 이 씨는 탈북 청소년 창업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받은 후 1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드림 허브 비누’를 시작했다. 현재 '쌤크래프트'에서 전수 받은 친환경 허브 숙성 비누 기술로 기능성 비누를 만든 후 인터넷을 통해 시판하고 있다. 이충식 대표는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한반도를 꿈꾼다. 그는 올해 서울시립대 경제학과에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합격, 성공한 기업가가 되기 위한 발판 다지기에도 열중하고 있다. 이 씨는 5년 전 중국과 몽골을 거쳐 형과 함께 한국에 왔다. 중국에서의 체류 기간은 비교적 짧았지만 몽골의 사막에서는 물과 음식이 없어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고. 이 씨는 한국에 와서 19살 나이에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북한에 있을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사업을 시작한 그는 여전히 모든게 어렵다고 고백한다.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려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단다. 그러나 통일후 고향에 가서도 사업을 일구고 싶다는 희망만은 놓지 안흔ㄴ다. 그는 "사업을 통해 출신에 상관없이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한반도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달이 샵 CEO 오세혁씨, 새터민 정착 돕겠다 “새터민들이 한국 사회에 훌륭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오세혁 씨는 2002년 탈북해 한국에서 터를 잡은 청년으로 온라인 쇼핑몰 ‘반달이 샵’ (www.halfmb.com)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국청년정책연구원에서 창업교육을 받고 지난해 9월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창업 아이템은 반달곰 캐릭터로 티셔츠 등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 그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보내진 반달곰이 적응을 못해 죽어간다는 얘기를 들으니 새터민들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반달이와 새터민 모두가 잘 정착해 보자는 뜻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오 씨는 직접 동대문시장을 누비며 상인들과 흥정을 하면서 판매할 품목을 고른다. 크지는 않지만 수익이 생기다 보니 자신감도 붙었단다. 그의 목표는 반달이를 캐릭터로 한 상품을 만들어 보는 것.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는 없지만 하나 둘 준비하며 사업을 키워갈 생각이다. 그는 북한 인권 전문가가 되는 것도 꿈꾼다. 국제사면위원회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인권이 열악한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한 것. 현재 오 씨는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과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탈북 청소년 대상 창업 교육 프로그램은 한국청년정책연구원에서 주관하며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하고 있다. 한국MS의 사회공헌 담당 권찬 이사는 “올해는 탈북 청소년들의 온라인 창업을 지원한지 3년 차에 접어드는 해로 2010년은 장기적 성과를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고 “탈북 청소년들의 사업설명회와 실습현장에 참여해 조언도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 전문가들이 온라인 창업에 필요한 IT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의 김은진 팀장도 “탈북 청년들이 MS가 지원하는 창업 교육을 통해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다"면서 "연구원은 창업 교육과 컨설팅에만 머무르지 않고, 탈북 청년들이 실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황치규 기자 deligh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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