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재산 5만원 털어 아이티 도운 탈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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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사무실에 5만3500원과 중국 돈 9위안(약 1500원)이 들어 있는 편지가 배달됐다. 경기도 안성 하나원에 입소해 있는 탈북자 김예은(가명·31)씨가 보낸 것이었다. 김씨는 "작은 돈이지만 지금 내 전 재산"이라면서 "지진 참사를 당한 아이티 돕기에 써 달라"고 했다. 2004년 탈북한 김씨는 중국에서 조선족과 결혼해 다음해 딸을 낳았지만 중국 공안에 잡혀 다시 북송됐다. 김씨는 감옥에서 지내다 풀려난 뒤 작년 다시 국경을 넘었다. 김씨가 딸과 함께 지낸 시간은 일주일을 넘지 못했다. 한국으로 가는 험난한 길에 딸을 데려가기가 두려웠다고 한다. 그는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작년 말 한국에 왔다. 김씨는 하나원에서 TV를 보다 아이티 지진 참사 소식을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 김씨는 "구호품을 받으려다 어른들에게 밀려나 울고 있는 한 흑인 아이를 보고 딸이 생각났다"고 했다. "중국의 딸이나 다른 탈북자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하나원에서 사회 적응비로 매달 4만원씩 주는 돈을 아껴뒀다. 중국의 딸에게 전화하려고 전화카드를 산 것 말고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아낀 돈 전부와 중국에서 도망 다닐 때 갖고 있던 중국 돈까지 가진 돈 전부를 성금으로 낸 것이다. 그는 "신문을 보니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도 기부를 하더라"면서 "액수가 적어 부끄럽지만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남을 도우며 사는 한국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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