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복싱 세계챔피언 21세 최현미의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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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말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탈북자출신 여자 페더급 세계챔피언 복서 최현미 선수가 등장했다. 그의 치열한 경기는 진한 감동을 전해 주었고,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 속에 이제 스물한 살된 여자의 영화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조선 3월호에서 화제의 복서 최현미 선수를 만났다. 사각의 링 위에서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주먹을 날리던 최현미 선수.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을 때 눈에 띄게 큰 키(170cm)가 아니었다면, 그녀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씨에도 짧은 미니스커트에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곱게 화장한 모습은 흔히 보는 20대 여성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있었던 날은 최 선수가 평소 큰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윤승호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교수와 만나기로 한 날이다. 방송인 김미화의 남편이기도 한 윤 교수는 이제 최 선수의 프로모터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최현미의 소망이었던 대학 입학의 꿈도 이루게 해주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봄 최현미 선수의 ‘WBA 여자 페더급 세계타이틀매치 1차 방어전’이 끝난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교수는 뉴스를 통해 힘들게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최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연락을 취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인데 시합을 못 한다기에 얘기나 한 번 들어보자 싶었죠. 처음에는 저를 믿지 않았어요. 한두 번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더라고요. 이제는 뭐, 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단순한 후원자의 역할을 떠나서 자식을 키우는 심정이 됐다고 할까요.” 이번 방송을 통해 큰 이슈가 된 최 선수는 요즘 새삼스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최 선수는 방송 전에도, 방송 후에도 환경이 조금 달라졌을 뿐 전혀 흔들림이 없다. “챔피언 자리는 그냥 올라간게 아니에요. 모두들 자고있는 새벽에 일어나서 매일 10Km를 뛰고, 엄청난 운동량을 소화해냈어요. 체중감량을 해야 할 때는 물도 못 마실 정도로 혹독하게 하죠. 한달에 8Kg씩 빼고 나면 나중에는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고…. 매 순간이 인간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것 같습니다.” 평양에서 지냈던 어린 시절, 그녀는 또래보다 큰 체격과 남다른 운동감각 때문에 눈에 띄는 소녀였다. 잠깐이지만 복싱선수였던 아버지, 배구선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어느 정도 타고난 부분이 있었을 것. 2003년 13세의 나이로 김철주사범대학 복싱 양성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복싱을 하게됐다. 그러다 2004년 가족들과 함께 평양을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 복싱과 인연을 맺은 것이 벌써 9년째다. 한국에 온 뒤로는 17세 때 태릉선수촌에 들어갔고, 18세 때 프로로 전향한 후 19세에 세계 챔피언이 됐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치열함, 오른 후에는 그것을 지켜내야만 하는 부담감 등 스물한 살의 그녀에게는 버거운 것 투성이다. 그럼에도 이 길을 계속 걷는 이유는 복싱이 좋아서다. 복싱은 그녀에게 운명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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