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기자’ 글·사진으로 북 소식 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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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계간지‘림진강’편집인 이시마루 지로‘북한발’사진 45점 공개도 “북한에도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를 가진 사람은 많아요.” 그는 “북한에선 사진 찍기조차 어려울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나 의미있는 사진을 바깥세상에 전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지난달 그는 ‘외화를 사용하면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의 포고문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바깥세상에 날것 그대로 전해지는 데 석달이나 걸린 셈이다. “의 김동철 기자가 찍어, 중국에서 나한테 전해준 겁니다.” ‘북한 현지에서 북한 소식을 전한다’는 것을 목표로 일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의 편집자인 이시마루 지로(48·사진)는 김동철·이성희·백향·심의천·장정길·이준(모두 가명)씨 등 6명의 북한 기자들과 함께 일한다. 17년간 북한을 취재해 오면서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그도 독자적인 취재를 하지만, 기사의 핵심을 채우는 것은 이들이다. “기자 훈련을 받은 적은 없지만, 북한 사정을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시마루는 “기자 가운데는 북한 체제를 매우 심하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외부 세계에 북한 주민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고 도움을 구하려는 뜻을 가진 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찍어 보낸 사진 45점이 9일 도쿄 지요다구 메이지대학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강동군 공설시장에 모여든 사람들, 길가에서 몇 됫박의 쌀을 내놓고 파는 여인, 꽃제비 형제, 옥수수를 훔치는 어린 군인의 모습 등 35점은 ‘사진’이 전문인 장정길 기자가 2008년 9월 하순에 찍은 것이다. “그들이 저널리즘과 만나게 해주는 게 제 일입니다. 저는 그들이 오라면 가고, 논의할 게 있으면 같이 논의해줄 뿐입니다. 미숙한 점도 많지만, 기다리는 거죠.” 그는 그동안 북한 현지를 세 번 취재했고, 탈북자나 월경자를 700명 넘게 만났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신뢰를 주는 정보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날것 그대로 전하는 소식이라고 생각해 이 일을 시작했다. 한 호를 찍는 데 제작비가 200만엔가량 드는 은 지난달 4호가 나왔다. 외부 지원 없이 판매수익만으로 꾸려나간다. 1500~1800부를 찍어 제작비는 그럭저럭 충당하지만, 취재 경비까지 대기는 어려워 방송 출연 수입 등을 보탠다. 그는 “80년대 대학 시절 한국 대학생들을 보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1988년 한국 유학, 북한 취재 전문기자의 길로 이어졌다. 그는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내가 북한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는 길은 기자로서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뿐”이지만 “이 일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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