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대학 졸업한 탈북자들 축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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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관저로 20명 초청해 파티 열어 남다른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대졸이란 큰 성취를 이뤄낸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40년 전 낯선 곳에서 고생한 기억이 있어 더욱 친근감이 듭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들 바비큐를 좋아하죠.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십시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30일 갓 대학을 졸업한 탈북 젊은이 20명을 서울 정동의 대사 관저로 초청해 파티를 열고 격려했다. 주한 미 대사가 탈북자들을 관저로 초청해 잔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스티븐스 대사에 따르면 이날 파티는 탈북 학생들에게 토요일마다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온 대사관 직원들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탈북 대학생들은 지난 2월 졸업식에 대사관 직원들을 초청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바쁜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다. 직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뒤늦게라도 졸업생들을 대사 관저로 초청해 축하해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들은 스티븐스 대사가 흔쾌히 승낙한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이날 오후 4시 관저 내 정원에서 파티가 시작되자 유창한 한국어로 환영사를 한 뒤 졸업생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부의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WEST’에 탈북 학생들이 가급적 많이 참여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 졸업생이 “연령과 영어실력으로 참가를 제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스티븐스 대사는 “연령 제한은 없으며 영어 문제의 경우 탈북자의 참여 폭을 넓힐 길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다른 졸업생이 “한국 학생들과의 힘겨운 경쟁에다 외로움까지 겹친 탓에 자살하는 탈북 학생이 늘고 있다”고 전하자 스티븐스 대사는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꼭 알려 달라”고 말했다. 이어 졸업생들은 대사관 측이 준비한 미국식 바비큐와 갈비·치킨·햄버거 등으로 식사를 하고, 스티븐스 대사와 와인으로 건배를 했다. 참석 졸업생들을 대표해 강모씨(서울의 한 대학원 재학)가 스티븐스 대사에게 탈북자들의 편지를 모은 책 『고향에는 살구꽃 피네』를 선물했다. ‘북한인권과 통일을 위해 애쓰시는 대사님께 드립니다’라는 감사의 글이 담긴 책을 받은 스티븐스 대사는 “나도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있어 여러분을 보니 엄마가 된 듯한 마음이 든다”며 “어려움 속에서 학사모를 쓴 것도 대견한데 앞으로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하니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가능한 한 이 같은 자리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이 주말마다 자원봉사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탈북 고교생들도 조만간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파티엔 엄종식 통일부 차관, 한나라당 진영·구상찬·황우여 의원,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등도 참가해 탈북 학생들을 격려했다. 엄 차관은 “주한 미 대사가 탈북자들을 초청한 건 처음으로 안다. 아주 특별한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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