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소년 진철이 "올해는 외롭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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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양회갑씨 손자 부모없는 어린이날 3년째 친구 가족과 신나는 하루 5일 오후 4시쯤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서울신우초등학교 6학년 양진철(12)군이 같은 학교 친구 백승현(12)군과 함께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2007년에 탈북한 양군이 이렇게 어린이날 나들이를 하기는 처음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부모가 없어 쓸쓸하게 어린이날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친구 백군 가족의 초대로 함께 어울리며 어린이날다운 하루를 보냈다. 백군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 점심을 먹고 공원에 나와 지칠 때까지 놀았다. 백군 어머니 박미화(39)씨는 "진철이는 꾸밈이 없는 아이"라며 양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양군은 지난 2006년 한국에 온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양회갑(78)씨의 손자다. 양군 가족은 2003년에도 탈북했지만 중국에서 북한 보위부에 잡혀 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다. 양군은 "부모님은 그때 감옥에서 돌아가셨고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던 동생은 행방불명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양군은 할아버지보다 1년 늦게 홀로 두만강을 건넜다. 양군은 "겨울에 두만강을 건너다가 물에 빠져 벌벌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양군은 올해 학급회장을 맡을 정도로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학급회장 선거 구호가 '놀 때는 화끈하게 놀고 공부할 때는 반을 조용히 만들자'였다. 담임교사 김은정(42)씨는 "사정을 들을 때까지 북한 출신인 줄 몰랐다. 의젓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이라고 했다. 양군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4일 학교 운동회에서는 이어달리기 반대표로 뛰었다. 양군은 "수학은 시험 보면 다 맞거나 한두 개 틀린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양군을 보는 할아버지는 대견하기만 하다. 양회갑씨는 "부모도 없는데 밝게 자라고 있어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양승식 기자 yangsshi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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