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들 당당히 커밍아웃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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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 지원기관인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에서 공개한 탈북 청소년 학업 중도탈락률 조사에 따르면 탈락률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정규 교육에 적응 정도가 좋아진 데는 서울시 교육청이 주도한 1:1 멘토링 사업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중론이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극복해야 될 문제도 산적하다. 이달 4일 탈북 청소년들을 1:1 멘토링하고 있는 현직 교사 3인, 북한 교원 출신 탈북자 2인과 함께 탈북 청소년 교육 현실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탈북 청소년을 지도하는 남북한 출신 교사들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토론에는 서울 태랑초등학교 진정희 교사, 세화여자중학교 김주익 교사, 정의여자중학교 정주영 교사, 2004년 입국한 탈북자 이은미(가명) 씨, 2008년 입국한 황미주(가명) 씨가 참여했다. 질문: 현재 남한의 탈북 청소년 교육과 1:1멘토링 사업을 진단한다면? 진정희 교사(이하 진) :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사업이 시작된 것이 벌써 3년 전이다. 때문에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환경이 전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1 멘토링도 현직 교사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맹점이있다. 현직 담임교사이기 때문에 탈북 청소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면서 신경을 쓸 수 없다. 1:1 멘토링은 멘토를 하는 주체가 담임교사라는 점이 일단 한계로 작용한다. 김주익 교사(이하 김) : 확실히 과거보다는 탈북학생들에 대한 의식이 개선됐다. 긍적적인 변화다. 그러나 아직은 개선되는 속도가 느리다. 일선 교사들이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본다. 멘토링을 하는 선생님들도 단순한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경우도 많아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정주영 교사(이하 정) : 탈북 청소년 문제는 단순히 '교육' 부분에 한정지어서 바라보면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탈북 가정의 부모들이다. 부모들은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는 차제하고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집으로 보내는 가정통신문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가 제대로 모르니 아이들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도 허다하다. 올바른 탈북 청소년 교육을 위해서는 먼저 학부모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또한 탈북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이 사방에 퍼져 있어 산발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데 통합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이들에 대한 지원금 또한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이런 식으로 책정되다보니 탈북 청소년 교육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어렵다. 탈북자 황미주 씨(이하 황) : 우리 탈북자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남한 교육시스템을 모를뿐더러, 우리는 생계가 먼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을 정도다. 학원에도 못 보내는 처지다. 또한 북한에서는 교사가 한 아이를 맡으면 6년 동안 그 아이(학급)를 전담하지만 남한에서는 1년에 한번 씩 바뀌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이 또한 탈북 청소년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한 원인인 것 같다. 진 :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다시피 탈북 청소년 교육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앞에 언급한 문제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복지관과 학교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중복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탈북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무상 '방과 후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무상교육이라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탈북 청소년들은 복지관에서 놀이공원을 가거나, 캠프를 가는 등 흥미와 재미 위주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학교에 남지 않는다. 복지관에서 학습교육도 이뤄지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안 된다. 중심은 역시 학교다. 김 : 복지관의 경우 탈북 부모들이 탈북 청소년에게 해줄 수 없는 것들을 대신 해주고 있지만, '교육'보다는 '보호'의 목적이 크다. 교육도 대학생들과 일반인들이 가르치는 자원봉사에 국한되는 문제집 풀이식 교육이 많기 때문에 탈북 청소년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진 :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서울시 어느 복지관에서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선생님을 초빙한 적이 있는데 한 달 지도 비용을 15만원 전달했다. 그 선생님은 일주일에 5번씩 복지관을 찾아갔다. 한 마디로 '헌신'을 하는 셈이었다. 이렇게 해서는 양질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복지관에서 흥미 위주도 좋지만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신경써야 한다. 놀이공원에 데려가는 데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좋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시키는 데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 질문 : 탈북 청소년 교육에 대한 개선 방향은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까? 정 : 말씀드렸다시피, 시급한 것은 탈북가정의 부모들에 대한 교육이다. 부모들이 한국 교육에 대해 좀 더 알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법을 조금이라도 알면 탈북 청소년 교육이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다. 또한 여기 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탈북 청소년 교육 기관 혹은 프로그램들을 총괄하고 통합하는 기관이 설립되면 좋을 것이다. 탈북자 이은미 씨(이하 이) : 학교에서 탈북가정의 부모를 위한 교육의 장을 마련한다고 해도 우리는 참석하기가 녹녹치 않다. 우리가 직장을 구하면 정부에서 지원이 중단된다. 그때부터는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들을 여유가 없다. 집에 밤늦게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다. 진 : 먼저 언급했다시피 탈북 청소년 문제는 복합적이다. 하지만 더욱 발전된 1:1 멘토링 사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멘토링 사업의 문제는 현직 담임교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아이 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탈북청소년 전담 멘토링 교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퇴직 교사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1:1 멘토링이 탈북가정 안에서 직접 이뤄진다면 이는 탈북 가정 전체를 같이 교육 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퇴직 교사를 이용해, 가정을 방문하는 멘토링이 보편화 된다면 집중도가 높아져 더욱 효율성이 높을 것이다. 이 : 북한 교원 출신의 탈북자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남한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없지만, 일선 학교에서 탈북가정 상담 전담 교사로서 역할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탈북자 출신이고, 같은 고생을 하면서 남한에 정착했고, 남한에서도 같은 문제로 고민을 했기 때문에 공감대, 유대감 형성이 매우 쉬울 것이다. 때문에 탈북 가정의 학부형과 나는 어려운 점을 숨김없이 터놓고 얘기한다. 질문 : 탈북청소년 교육 문제에서 스스로 탈북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 커밍아웃은 우리가 뭐라고 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밝혀라, 밝히지 말아라 정답이 없다. 황 : 탈북자의 입장에서 커밍아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커밍아웃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커밍아웃은 당연히 해야 한다. 탈북 청소년들은 커밍아웃을 하지 않으면 거짓말 제조기로 변한다. 자신을 숨기기 위해 한 거짓말 때문에 다시 거짓말을 해야하고 그 거짓말 때문에 또 거짓말을 한다. 결국 말수가 줄어든다. 평생 거짓말쟁이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당당히 밝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이 : 나는 남한에 정착해 처음 취직을 할 당시 경남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 탄로날까봐 직장생활이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다음 직장에 들어가서는 용기를 내어 내가 탈북자 출신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랬더니 의외로 사람들이 잘 대해주고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어린 아이들한테 속이라고 하는 일은 아이들을 점점 주눅 들어 살게 만든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커밍아웃은 꼭 필요하다. 진 : 커밍아웃에 관련된 문제들을 북한 교원 출신의 탈북자들이 담당한다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커밍아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낸다면 탈북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파급시킬 수 있을 것이다. 토론 말미에 참석자들 이구동성으로 탈북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특히 이곳 교사들은 북한 교원 출신 탈북자들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랑초등학교 진정희 교사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는 탈북 선생님들이 계시면 다른 탈북자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며 "탈북 청소년뿐만 아니라 탈북자 사회,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많은 활동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목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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