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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감 극복과 자기계발이 탈북자 취업 열쇠"
데일리NK 2010-08-12 16:17: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765 2010-08-16 19:22:47
[탈북자 2만시대④] 탈북자 고용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필요 1순위는 직장이다. 탈북자들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얼마나 잘 정착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나 다름 없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지원금과 취업장려금을 지급하고 취업 탈북자들에 대한 의료급여를 확대했다. 또 무료 직업교육과 각종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탈북자 출신 공무원 선발, 탈북자 대상 채용 박람회 개최 등의 연계 프로그램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취업 장려책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취업률은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11월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6%이고 실업률은 13.7%, 고용률은 41.9%로 나타났다. 2008년에 비해 경제활동 참가율은 낮아지고 실업률은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활동 참가율(61.3%)과 고용률(59.3%)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실업률의 경우도 우리나라 전체의 실업률인 3.2%에 비교하면 탈북자들의 실업률이 4배 이상 높다.

실제 탈북자들은 취업을 하는데 있어 아직도 한국 사회의 편견의 벽이 높다고 말한다.

지난 2008년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지 2년이 되어가는 탈북자 김가양(가명·30) 씨는 그 동안 직장을 7곳이나 옮겨 다녔다. 김 씨는 평균 4개월에 1번 꼴로 직장을 바꾸었는데 김 씨의 이직 사유는 일처리 미숙이 가장 컸다.

김 씨는 "한국이 디지털 시대라면 북한은 아날로그 시대에요. 하루아침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서 그런지 사회의 공백이 너무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라고 어려움을 표현했다.

그는 그러면서 "타자 속도도 느리고 일처리도 느리다 보니 남한사람들은 왜 일 처리가 미숙한지 답답해 합니다. 주위사람들이 이해를 안 해주는 것이 야속할 따름이에요"라며 남한 사회의 이해 부족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김 씨의 경우 하나원에서 웹디자인 직업 교육을 받고 퇴소했다. 하지만 실제 직장에서 실무를 하는데는 벅차고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탈북한 지 2년째지만 아직도 북한 사투리 때문에 고민이에요. 하나원 퇴소 후 곧 일을 시작해야 했는데, 사투리 때문에 일자리 얻기도 힘들었어요. 저는 함경도 말을 쓰는데 이 때문에 탈북자 신분을 속일 수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에서는 탈북자 고용을 꺼려요. 말투 때문에 전화업무도 못하고 자신감이 많이 없어집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야 할 문제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죠"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서재평 NK지식인연대 사무국장은 "탈북자들이 취업을 하는데 가장 걸림돌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과 탈북자 개개인의 능력 부족에 있다"면서 "탈북자들 스스로는 남한의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노력과 함께 개인의 능력을 키워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서 사무국장은 이어 "남한 사회도 여유를 가지고 탈북자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며 "우리사회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또 쉽게 단정하고 포기해버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탈북자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광명에 소재한 주식회사 'UN 하이텍'은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로 탈북자 취업박람회를 통해 올해 처음 탈북자를 고용했다.

이 회사는 정부의 주선으로 하나원을 수료하기 전 탈북자들과의 취업 인터뷰도 진행했으며 몇 십 명의 탈북자와 면접을 진행했지만 고용된 탈북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다.

이 회사 홍승문 전무는 탈북자들의 소극적 태도와 사고방식이 취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면접에 임하는 탈북자의 대부분이 의심이 많고 일을 열심히 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보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북자들 대부분이 직장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서지 않은 것 같다. 회사에 억매여 돈 버는 것보다 비정규직, 임시직 등에서 자유롭게 돈을 벌길 바라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면 탈북자들은 정규 직장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홍 전무는 그러면서도 탈북자를 고용한 고용주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북자들은 의심이 많기 때문에 우선 그들과 신뢰감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사는 직장에서 그들의 멘토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용주들은 탈북자들에게 노래방이나 식당일 같은 순간적인 직장으로는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들 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노래방 도우미 등에 취업해 쉽게 돈을 벌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앞서 취업한 여성들이 나중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유흥업소 등으로 유인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탈북여성들이 유흥업소에 근무하는 것은 먼저 온 탈북자들이 나중에 온 탈북자들에게 한 달 수입이 500~600만원이라고 말해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이렇게 일을 시작하다보니 직장에 대한 개념이 기형적으로 변해버린다는 지적이다.

안효덕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사업부장은 이 같은 탈북자들의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안하고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탈북자 취업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부장은 "그 동안 정부는 많은 제도를 쏟아 내놓았지만 현재 제대로 된 부분이 없다"며 "앞으로 2만이 아니라 탈북자 5만, 10만의 시대가 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탈북자의 직업훈련 기간은 6개월 과정인데 어떤 직종이던 6개월로는 보조 이상으로 취직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상태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그러면서 "전문 직종에서 대접받길 원하는 탈북자와 고용주간의 갭이 큰데 그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직업교육이 연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안 부장은 "배워도 취업이 안 되는 교육은 시간낭비, 예산낭비일 뿐"이라며 "탈북자에게 맞춤형, 실질적인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과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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