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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어려운 이웃 도울 차례" 탈북 대학생들, 태풍 피해 복구 나서
조선일보 2010-09-13 03:04: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903 2010-09-24 12:19:29
'새코리아 네트워크' 10명, 태풍 피해 포도농장 찾아… "北고향도 쓸려갔다는데…"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한 포도농장에서 노란색 작업복을 입은 청년 10명이 태풍 곤파스(Kompasu)로 찢어진 포도밭 비닐 지붕을 뜯어내고 떨어진 포도를 치웠다. 비닐 지붕을 지탱하는 철제 파이프에서 찢어진 비닐을 걷어내자 비닐 위에 고여 있던 물이 쏟아졌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김현우(가명·34·외국어대 영어 통번역과 3년)씨는 손등으로 얼굴을 닦고 찢어진 비닐을 걷어내는 일을 계속했다. 크고 작은 흙탕물이 얼굴에 튄 이들은 이따금 서로 쳐다보며 웃을 뿐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땀 흘리며 작업한 이들은 탈북자 출신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만든 '새코리아 청년네트워크' 회원들이다. 이들은 태풍 피해 소식을 듣고 경기도청에 피해를 본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이 포도농장을 찾아갔다. 대표를 맡은 강룡(33·연세대 교육학 석사 1년)씨는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며 "이제는 우리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을 위해 도울 때라고 생각해서 나섰다"고 말했다.

2008년 결성된 이 단체가 겨울철 저소득층을 위해 연탄배달을 한 적은 있지만, 여름철 수해복구 작업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태풍 피해복구 작업은 이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김현우씨 고향은 태풍 곤파스의 진로와 가까워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함경도 청진이다. 김씨는 "태풍으로 부모님 옥수수밭이 모두 쓸려 내려갔다는 소식을 인편(人便)을 통해 전해 들었다"며 "옥수수가 주식(主食)인데 여물지도 않은 옥수수가 다 쓰러져 당장 가족들 식량이 걱정된다"고 했다.

함경도 길주가 고향인 김민주(가명·31·외국어대 중국어과 1년)씨는 김씨와 달리 가족 소식을 전혀 몰라 애를 태우고 있었다. 김씨는 "혼자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것보다 이렇게 수해 현장에 나와 도움을 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다 같은 국민이니 내 가족 일을 돕는다고 생각하고 포도밭 복구작업을 도왔다"고 말했다.

남녀 5명씩 참가한 이들은 5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축구장 절반 크기 포도밭 3개를 깨끗하게 치웠다. 포도농장 주인 박희자(42)씨는 "포도밭 하나를 복구하는 데 우리 부부 둘이서 꼬박 3일이 걸리는데 북한에서 온 청년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회원 중 가장 어린 박모(20)씨는 "북한에선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농촌 일손돕기나 수해 복구작업을 했기 때문에 (비닐 제거작업이)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충령 기자 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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