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땅 북한에도 정치적 봄은 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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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일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급변사태를 흡수통일의 계기로 될 줄 단꿈을 꾸는 모양인데 그것은 대한민국에게 명백한 악몽으로 와서는 안 될 사태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정부가 대놓고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해 군사작전계획까지 짜고 있다며 그같이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급변사태는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급변사태와 붕괴는 북한의 내부 사정에 따른다.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에 어떻게 대응하여 이를 민족통일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것만 궁리하면 된다. 외신기자들은 김정일의 건강문제와 권력암투, 아사자 발생 등 경제 침체로 인한 혼란 등 사회정치적 요인으로 5년 내에 북한의 급변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이 나라 진보 좌파 종북 세력들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느냐고 입에 거품을 문다. 그래도 전개되고 있는 북한의 정세는 급변사태와 붕괴 쪽으로 가고 있다. 물론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은 아니다. 하지만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해서 봄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사실이듯이, 그 제비가 봄이 돼야 오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의 정세를 종합해보면 북한의 급변사태와 붕괴는 크게 3가지 방면에서 밀려오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문제와 누적된 경제난, 그리고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다. 우선 김정일의 건강이 날로 악화돼 가고 있다. “직접 보니 김정일은 건강이 상당히 나빠 보였다.”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에 초대돼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등장한 김정일과 김정은을 지켜본 로스안젤레스 타임스 기자가 한 말이다. 얼마 전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하여 "외국 언론에서 3~5년 안에 사망한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국가정보원장은 "그렇게 볼 여지가 많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일의 건강 악화가 예상보다 빨라져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새 지도부를 중국으로 초청하는 등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도 김정일의 건강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김정은의 후계자 인정을 서두르는 것은 김정일의 건강과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저런 얘기들로 보아 김정일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돼가고 있으며, 그래서 만일 김정일 신변에 유고가 생기면 군과 당, 정의 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은 체제는 급변사태(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풀리지 않는 북한의 경제난도 북한 급변사태와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다. 지난 7월 베이징에서 빈곤퇴치를 주제로 한 국제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에 참석한 북한 대표가 “우리는 주민들이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지상낙원을 이룩했다”는 발언을 길게 이어갔다. 그러자 외국 참가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우연히 화장실에서 만난 북한 대표에게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지상낙원 선전을 하느냐”고 물었다. 얼굴이 벌게진 북한 대표는 “내가 어떻게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얼버무리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지난 9월 18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남에게 빌어먹는 절름발이 경제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처럼 큰 죄악은 없다”며 경제난 해결의 절박성을 강조하는 기명 논설을 실었다. 지상낙원이라면서 ‘빌어먹는 경제’를 거론하는 이율배반도 그렇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과 한국에다 손을 벌리는 그들의 처지와 너무도 상반된 얘기다. 북한 노동당 소속 대남정책 총괄부서인 통일전선부가 최근 다시 비선 라인을 통해 남한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면서 쌀과 비료 등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을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여권 중진들을 통해 정상회담 개최의 대가로 쌀 30만 톤, 비료 30만 톤을 요구했으며 지난달 26일 개성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대가로 연간 쌀 50만 톤, 비료 30만 톤을 공식 요구했다. 북한 경제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징이다. 김정은의 후계체제도 불안하다. 김정은에 대해 많은 북한 주민들은 냉소적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3대 세습을 비방하는 각종 삐라며 낙서와 노래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일 평양에 뿌려진 반체제 삐라에 '3마리째의 곰이 나타났다. 당신이 살찌면, 우리는 마른다'며 김정은을 풍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초 미국의 자유아시아 방송은 "청진시 수남구역에서는 '새끼돼지 어미돼지 모조리 잡아먹자'는 낙서가 발견돼 큰 소동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등장한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을 본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시대에 수백만의 아사자가 발생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수백만의 탈북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탄식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김정은의 출현에 북한 동포들은 “저 새끼승냥이는 늙은 승냥이보다 더 교활하고 무지막지한 기질이 있을 것”이라며 빈정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정은의 3대 세습을 조롱하는 삐라가 평양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평양에 뿌려지고 있는 삐라는 그 살포 범위가 평성지역으로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삐라 내용도 3대 세습 반대와 식량난 외에 인민봉기 촉구 내용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전에 없이 이런 삐라들이 상당부분 김일성대학을 중심으로 젊은 청년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3대 세습을 반대하는 삐라 살포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김정은 후계체제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할 것이며, 그런 와중에 급변사태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소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남북한 간 경제협력이 증가하면 북한이 변하는 가운데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으로 북한을 감쌌다. 그럼에도 북한은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핵무기에 집착해 남북 경제협력의 확대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줬다. 오히려 북한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급기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이 나라 진보 좌파 종북주의자들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애써 외면하면서 이를 부인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외면하고 부인한다고 해서 북한의 급변사태가 비켜가지 않는다. 지난달 10일 87세를 일기로 별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10월 초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3대 세습은 멸망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누가 후계자가 되던 아무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단언컨대 북한의 체제 불안이 심화되고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김정일이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줬지만 그 생명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고 시도할지 모르는 호전적 도발을 경계하면서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북한의 급변사태와 붕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국가적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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