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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신유머] 평양 간 안재욱이 당황한 이유는?
데일리NK 2010-12-03 17:52: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2176 2010-12-06 16:18:35
"인조고기밥이나 사먹는 주제에 '남조선 말투' 쓰나"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이 음성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이 중국 조선족 방송을 몰래 시청하면서 퍼지기 시작한 한류는 CD, DVD를 통해 평양 및 대도시까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북한 젊은층의 당당한 트랜드로 불리고 있다.

특히 고위층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이른바 명문대학들 마저 한류 확산의 근거지가 되고 있어 단속과 규제가 쉽지 않다고 전해진다. 부모들의 배경 때문에 북한 당국이 단칼에 한류를 뿌리 뽑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다정다감한 서울 말투, 자유분방한 모습들이 북한체제 비판의식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일리NK는 그동안 북한 고위층 자녀들의 한국문화 추종실태를 종종 전해왔다.(2010. 8. 6 기사 "北 청년층에서 南 아이돌 뮤직비디오 유행")

최근 평양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동무'를 '친구'로, '오라버니'를 '오빠'로, '~다/~까'로 끝나는 말투를 '~요'로 끝내는 등 서울 말투가 인기다. 특히 친한 사이에서는 '오빠~'라고 할 때 콧소리까지 내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북한 젊은층의 유머에서도 이런 세태가 반영되고 있다. 다음은 2일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온 최근 평양 젊은이들 사이의 인기 유머 시리즈.

◎가수 안재욱은 중국가요 '펑요'(朋友)를 '친구'로 번안해 발표하며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가요 '친구'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평양 젊은이들에게도 상당히 퍼져 있다. 안재욱이 출연한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도 2001~2003년 사이 북한에서 인기를 끌었다. 다음은 안재욱의 평양공연을 가정한 유머.

안재욱이 평양에서 콘서트를 열게 됐다. 그를 태운 고려항공 비행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활주로에는 2~30명의 국가안전보위부 보위원들만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 풍경에 당황해 하고 있는 안재욱을 향해 저 멀리서 꽃다발을 든 여대생이 뛰어 왔다.

여대생 : 오빠! 팬이예요. 공화국에 오신 걸 환영해요~
안재욱 : 그런데…다른 팬들은 다 어디 가고 혼자만 오셨어요?
여대생 : 오빠 노래 '친구' 부르다가, 친구들 따라 다 수용소로 갔어요……


◎허름한 모양새의 한 남학생이 평양 선교거리를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길가에 늘어선 아주머들이 팔고 있는 음식들에 눈이 갔다. 수중의 돈은 달랑 100원. 학생은 '인조고기밥'을 팔고 있는 한 아주머니 앞에 쭈그려 앉았다.(인조고기밥은 북한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콩으로 만든다. 속에 밥알을 몇개 넣고 인조고기 피로 둘러 간장에 고추가루를 섞은 양념을 바른다. 화폐개혁 이후 1개당 100원 전후에 팔리고 있다.)

남학생 : 아주머니, 인조고기 밥 하나 주세요~
아주머니 : ……
남학생 : 아주머니, 인조고기 밥 하나 달란 말 안들립니까?
아주머니 : 야! 이 새끼야, 인조고기밥이나 사먹는 형편에 무슨 남조선 말투니? 재수없어 안판다, 야~


◎평양예술학원에서 전체 학생들이 모인 사상비판 무대가 열렸다. 이 학교는 일반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중에 이른바 '예술영재'를 뽑아 3년간 공부시켜 예술대학들에 보내거나, 대학에 보낼 실력이 안되는 학생을 다시 3년 더 공부시켜 사회에 내보낸다. 예술을 공부하는 10대 후반의 학생들만 모이다보니 북한 당국이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비(非)사회주의 성향이 많다.

비사회주의 행위를 하다 적발된 학생들을 처벌하기 위한 사상비판 대회가 열린 것이다. 학교 지도원들이 비판무대에 올라온 한 남학생들 호되게 나무라기 시작했다.

지도원 : 동무가 남조선 영상물을 본 것이 맞소?
남학생 : 네, 맞아요.
지도원 : 맞~아~요?, 동무 지금 제정신이요? 지금 남조선 말투를 썼소?
남학생 : (깜짝 놀라며) 죄송합니다. 남조선 영상물을 보긴 봤습니다.

지도원은 비판무대 아래서 이를 지켜보던 한 여학생을 불러 올렸다. 남학생과 평소에 친분이 두터워 보였기 때문이다.

지도원 : 동무는 저 동무가 남조선 영상물을 봤다는 걸 알고 있었소?
여학생 : (흐느끼며 억울하다는 듯) 저는 오빠가 그런 행동을 할지 정말 몰랐어요……
지도원 : 오빠~아? 몰랐써~어~요? 이 애미나이가 미쳤나?

지도원은 분을 삭히고 다시 남학생을 추궁했다.

지도원 : 동무가 본 남조선 영상물이 뭐요?
남학생 : 네, '가을동화' 입니다.
지도원 : 괴뢰집단의 영상물을 보며 이름까지 외웠구만. 그래, 그 영상물에 나오는 노래도 알고 있소?
남학생 : 압니다.
지도원 : 그래? 어디한번 불러보기요.

남학생이 노래를 시작했다. 가수 정일영이 불렀던 가을동화 OST 주제곡 '기도'. 이내 장내가 숙연해지더니 비판무대 아래 모여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노래가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치닫자 지도원은 자신도 모르게 안경을 벗고 눈가를 훔쳤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 은서(송혜교)가 죽어가던 장면이 떠올랐던 것이다.

지도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학생들을 향해 격정적으로 소리쳐다.

지도원 : 자, 다함께~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청껏 합창했다.

"언제까지 슬픈 운명 우릴 갈라 놓아도 또 다시 그대 맘을 울리지는 않을꺼예요~ 어떤 것도 나의 그댈 대신할 수 없기에 이제는 그대보다 소중한 건 내게 없단 걸 아나요~"

김소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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