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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데일리안 2011-01-04 15:45:00 원문보기 관리자 627 2011-01-05 00:42:25

<칼럼>중국 역시 북한을 신뢰하지 않아 북중관계 혈맹 속단 어려워
종북주의자들 주장과 달리 북한붕괴 요인 상존…줄탁동기 전술 절실

북한의 장래를 놓고 견해가 분분하다. 대체로 세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선 북한의 체제가 머지않아 변화(붕괴)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른 한쪽에선 이를 부정한다. 나머지는 신중론을 편다.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6일간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CNN방송 울프 블리처 앵커는 자사 홈페이지에 “북한이 곧 붕괴하리라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12월 22일 ´2011년 아시아의 정치적 위험´이란 기사에서 "북한의 체제 붕괴는 불가피하며, 유일한 문제는 붕괴 시점이 언제냐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장래를 놓고 이렇게 견해가 엇갈린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각자의 선유경향(先有傾向)이나 각기 처한 정치적 입장 등에 따라 북한의 현실을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재구성하는 데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붕괴 여부를 진단하는 변수(요인) 분석 결과가 각기 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그 변수는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3대 후계세습,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 대규모 탈북사태, 민심동향, 그리고 북중 관계 등 너댓 가지로 압축된다.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점치는 쪽에선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과 고질적인 경제난,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북한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부정하는 쪽에선 소련이나 루마니아, 폴란드 등의 사례를 보면 체제 권력의 위기와 경제개혁의 실패 또는 악화, 민중봉기가 체제 전환의 변수였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은 치밀한 내부 시스템으로 이 같은 변수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북한붕괴론은 ‘하나의 유령’이라며 이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한다. 햇볕론자들이 그 대표주자다.

그들은 우선 김정일 사망과 체제변화(붕괴) 가능성과의 상관관계를 부정한다. 그러면서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에도 북한붕괴론이 거론됐지만 북한 정권은 건재했다는 사실을 논거로 제시한다. 김정일이 절대적 권위를 갖고 북한을 통치해온 만큼 그가 사망한다 해도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는 판단은 착오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1990년대 중반 김일성 사망과 함께 대량아사자 발생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위기에 처했었음은 자타가 공인한다. 그러나 김대중 좌파정권이 등장하고 나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대북 퍼주기로 풍전등화의 북한 정권이 되살아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북한붕괴 부정론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아니면 애써 이를 외면하려고 한다.

북한붕괴 부정론자들은 또 김정은 3대 후계세습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안정성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는 김정은 세습체제가 그들 말마따나 절대적 권위를 갖고 북한을 통치해온 김정일이 사라진 뒤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회의적이다. 김정일 신변에 유고가 생기면 군·당·정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은 체제가 위기에 처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북한붕괴 부정론자들은 북한의 경제도 체제변화 요인(변수)으로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북한경제가 2008년 3.1% 성장한 것을 빼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0.9에서 -1.0% 성장했지만 90부터 97년까지 해마다 -4에서 -6%로 뒷걸음치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양호하다는 사실을 그 논거로 제시한다.

나아가 그들은 북한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먹는 문제이지만 현재 형편은 90년대보다 훨씬 양호하다며 식량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지만 아예 아무것도 공급받지 못하던 90년대보다는 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최대 몇 백만 명이 아사했다는 ‘고난의 행군’도 넘긴 북한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상황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북한이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8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남에게 빌어먹는 절름발이 경제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처럼 큰 죄악은 없다”며 경제난 해결의 절박성을 강조하는 기명 논설을 실었다

지난해 2월 1일 노동신문은 정론 형식의 글을 통해 “아직 우리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먹이고 밀가루로 만든 빵이랑 칼제비국(칼국수)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는 김정일의 발언을 소개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12월 6일자에서 북중 관계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지난달(11월) 초순께 평양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김정은이 "3년 내에 국민경제를 1960~19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살 수 있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쌀밥에 고깃국´은 김일성이 1962년에 북한 주민들에게 했던 공약이다. 그런 공약을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손자 김정은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북한의 민생 경제가 얼마나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대규모 탈북사태에 따른 북한체제 변화도 북한붕괴론 부정론자들은 시인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장벽설치와 사살명령을 비롯한 온갖 어려움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던 동독인들의 대규모 집단탈출 사태가 결국 동독의 체제붕괴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알고도 모르는 척 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동안 남한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이 2만 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러한 탈북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탈북자들의 탈북동기가 초기에는 생활고였지만 외부 세계를 점차 알게 되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북한을 등지게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위험수위에 도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 한 가지, 이렇게 많은 탈북자들 중 약 10%가 고위급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일본 교도통신은 "작년 9월 러시아로 밀입국했던 북한군 통역관 최모 씨(41)가 최근 한국으로 망명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주 에티오피아 북한 대사관의 직원이면서 의사인 김모 씨(40)도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외신가에서는 "이 같은 엘리트층의 탈북은 곧 체제붕괴의 전조"라고 분석한다.

다음은 북한 주민들의 체제저항이다. 김정일 체제의 이완 현상은 북한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최근 들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더 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억압적인 독재국가로 꼽히고 있는 북한에서 주민들의 은밀한 저항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회령과 청진 등지에 김정일을 비난하는 내용의 삐라가 뿌려져 북한 치안 당국이 범인 검거에 나섰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7월 23일 보도했다. 신문은 6월 24, 25 양일간 회령시에 뿌려진 삐라에 ´김정일 시대를 끝내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로 북한주민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친북좌파 세력들은 북한붕괴론을 ‘유령’으로 치부한다.

끝으로 북중 관계다. 북한붕괴론 부정론자들은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둘러싸고 중국이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나온 점 등을 들어 두 나라의 혈맹관계는 튼튼하다며, 그런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주는 한 북한은 붕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그러나 드러난 북중 관계와는 달리 두 나라 관계를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구랍 20일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3대 세습 이후의 북한과 중국’주제 한중 국제학술회의에서 조호길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북중관계가 가까워 보이지만 공식적인 채널 이외에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외교 전문에 등장하는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북한은 믿을 만한 (중국의) 동맹 친구가 아니다”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할 것으로 믿는다” 는 등의 내용들을 보면 북중관계가 꼭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의 대중국 외교역량에 따라 북중 관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일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말했다는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북한붕괴론은 ‘하나의 유령’이 아니라 구체적 실체다. 그런데도 좌파언론에서는 “북한 체제는 문제가 많기는 하나 나름의 생명력을 가지고 유지된다.”며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만들고 연평도 포격을 감행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체제의 지속성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핵무기까지 보유한 북한이 붕괴될 리 없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구소련이 붕괴된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군사력이 약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군사력이 강했기 때문에 구소련은 망했다. 구소련이 무너지자 고르바초프는 “옛 소련의 경제가 파멸한 것은 너무 큰 규모의 군사력유지 때문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조만간 무너져 내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적인 정보분석기법으로 접근해보면 어느 시점이라고 딱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리고 인류의 생명을 볼모로 핵 장난질을 기도하는 비정상적인 국가는 인류의 이름으로 끝을 내야 한다.

다만 북한 내부의 모순과 아직은 초기단계인 북한 주민들의 저항만으로 북한의 조기붕괴를 기대하기란 무리다. 외부 충격이 병행돼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북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대북 제재와 함께 고도의 정치작전이 합쳐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계란껍질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줄탁동기(줄啄同機)란 말이 있다. 어미닭이 부화시기를 잘못 예상해 알을 성급하게 쪼아 껍질이 깨지면 새끼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귀를 세우고 있다가 병아리가 안에서 쪼기 시작하면 밖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북한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북전략 수행의 일환으로 ‘줄탁동기’ 전술 구사가 긴요하다.

글/김영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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