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간 조직지도부 3명死…평양은 암투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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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노장층 배려 인사로 암투 가능성 낮아"…불치병 환자에게 중책?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정순(82)이 22일 사망했다. 북한은 그가 불치의 병(폐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정순은 지난해 9월 개최된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자리에 올랐다. 조직지도부는 북한 당(黨)·군(軍)·정(政) 주요부서를 총괄해 조직관리와 인사를 책임지는 북한 권력의 최고 노른자다. 그는 지난해 4월과 6월에 연이어 사망한 리제강, 리용철 제1부부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탁됐다. 그런 그가 임명 4개월 만에 말기암으로 사망하자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말기암 환자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자리에 앉힐 정도로 북한이 한가한 시기가 아니다. 9개월 만에 조직지도부 1부부장 3명이 연이어 사망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용철은 지난해 4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두 달 후 리제강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리제강은 후계자 김정은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파워게임을 벌여온 사실상의 정적이다. 리제강의 사망 시각(새벽 0시 45분)으로 볼 때 그가 야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과거 고위 간부들은 김정일이 측근 술파티에 참석한 후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적한 평양 밤거리에서 운전사를 대동한 간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의도적인 제거설이 제기됐다. 이영화 일본 간사이대 교수는 "장성택은 화폐개혁 실패를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지난해 초 노동당 내 수구파(反장성택파)에 대한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면서 "이로 인해 발생한 '권력의 공백'을 메우는 권력투쟁이 지난해부터 수면 아래에서 분주하게 벌어져 왔다"며 올해가 권력 투쟁의 종지부를 찍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순은 장성택 계열로 알려져 있지만 2004년 장성택이 조직지도부에서 밀려난 이후에도 당 간부부장과 조직지도부 일을 활동해왔기 때문에 그가 장성택 계열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그의 제1부부장 인사 발탁은 당초 노(老)간부 예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타살 가능성보다 지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보수적인 김정일의 인사스타일상 노장층에 대한 배려차원의 인사였다"고 말했다. 노장층에 대한 배려차원이지만 그의 오랜 당조직 활동도 김정은 후계 조직 안착에 필요한 당조직 재정비에 관한 그의 역할이 기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안남도 평원군 출생인 그는 당원 재교육 기관인 중앙당학교를 졸업하고 함경남도 당 제2비서, 평양시당 조직비서, 당 부부장, 당 부장 등을 맡았었다. 박정순의 사망에 대해 북한이 "불치의 병(폐암)"이라고 분명히 밝힌 대목 역시 그의 죽음이 권력암투에 의한 희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원인 중 하나다. 북한 당국이 사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후계과정에서 권력투쟁을 의심하는 외부의 관측을 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장성택과 정적관계였던 리제강의 사인이 새벽시간대 교통사고로 암살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하는 상태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리제강의 강경한 성격으로 그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박정순은 정치적 야욕이 없는 인물로 그가 김정은의 후계를 공식화했던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발탁된 것 역시 파워게임의 산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소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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