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력갱생 상징 '김철' 가동률 50%도 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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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연료 부족 심각…내부 소식통 "주민들 '용광로 또 죽어' 푸념해"
북한이 '자력갱생' 경제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주체철' 생산기지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가 원료부족과 연료난, 북한 전역의 경제난에 따른 근로자들의 결근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31일 전했다. 특히 김책제철소의 상황이 관련 기업소와 공장 등에 여파를 미치면서 청진시 전체가 심각한 경제난에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청진시 소식통은 이날 "청진시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숨을 죽이고(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돌아가던 김철(김책제철소)과 청진제강소(8000명 규모)도 제구실을 못하고 꽁꽁 묶여있다"고 전했다. 김책제철소는 북한의 고열량 무연탄으로 '주체철'을 생산하는 곳이다. 북한은 해마다 노동신문을 통해 '김책제철 편지'를 공개해(올해 1월2일) 주민들의 생산을 독려할 정도로 김책제철소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해 북한은 당면한 대내외 환경에 따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제때 원료와 연료 등을 공급하지 못해 김책제철소의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김책제철소의 가동률은 50%를 밑돌고 있다. 청진제강소는 30% 정도다. 소식통은 "제철소 첫 공정에 해당하는 소결직장(소결로. 철정광·석회석·코크스를 혼합해 소결광을 만들어 용광로직장으로 보내는 공정) 굴뚝 6개에서 연기가 나도 용광로를 다 채우기가 어려웠는데, 당에서 생산을 독려해도 그 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앙당이나 도당 간부들이 김철 현장에 붙어 있기 때문에 이 만큼이나 돌아가는 것"이라며 "자주 가동이 멈추기 때문에 제철소 모든 가족들은 아침에 일어나 제철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모습을 보아야 마음을 놓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소결로가 돌아야 용광로가 돌고 용광로가 돌아야 강철직장과 압연공장이 돈다"며 "때문에 주민들은 소결로 굴뚝을 바라보고 연기가 나지 않으면 '또 용강로가 죽었구나'하고 한숨짓는다"고 말했다. 몇 십 년만의 한파(寒波)와 전력난도 제철소의 가동률이 급감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식통은 "무산에서 오는 정광수송관이 꽁꽁 얼어붙어 정광이 제때 오지 못하고, 열차수송을 한다고 하는데 그나마 정전이 자주 발생하면서 화차(화물열차)를 몇 개 밖에 달고 오지 못한다"면서 "그것으로 어떻게 용광로의 배를 채우느냐"고 푸념했다. 김책제철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관련 기업소와 공장들도 가동이 중단됐고, 이는 청진시 전체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식통은 "제철이 돌아가야 얼마간의 식량이나 기름, 설탕, 비누가 공급되어 제철소 주변 시장이 활성화되고 나아가서 청진시내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제철소가 가동되지 못하면서 생산직장 근로자들의 생활도 더욱 곤궁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날에는 용광로(2000명), 소결로(1500명), 해탄로(1000명), 강철직장 노동자들만은 조금씩 식량을 줘서 제철소 내에서도 모두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생산직장이나 비생산 직장이나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도토리 키 대보기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제철소가 정상 생산을 못하니까 어쩌다 용광로 배가 불러 한 개 로가 출선하는 날이면 온 직장이 행사처럼 진행한다"면서 "이날엔 용해공들에게 술 한 잔과 고기 몇 점은 공급한다. 그러나 이제는 제철소도 전망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좋은벗들'은 지난 19일 소식통을 인용, "김책제철소의 한 달 식량 배급이 입쌀이 아니라 옥수수로 바뀐 지는 이미 여러 해 됐고, 1개월 분량에서 보름 분량으로, 다시 열흘 분량으로 계속 줄더니 이제는 10일 분량만 지급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인민경제 4대 선행부문을 선정하면서 '주체철' 생산을 강조했다. 북한 매체들도 매년 '김철 따라 배우기'를 전파하고 있다. 김정일도 매년 현지 시찰해 노동자들의 노고를 치하(致賀)할 만큼 김책제철소는 북한 경제를 상징하는 곳이다. 따라서 김책제철소가 가동을 거의 멈춘 것은 현 북한 전역의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추후 북한 당국의 대책이 주목되고 있다. 무산광산과 인접하여 있는 북한 최대의 제철소이자 종합야금생산기지이다. 북한의 최대 철광인 무산광산연합기업소에서 채굴되는 철광석을 철도와 무산-청진간 정광수송관으로 공급 받는다. 연간 생산능력은 2000년 기준 선철 240만t, 강철 200만t, 압연강재 140만t 등 총 600만t으로 추정된다. 1,000㎡의 대지에만 2여 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밖에 기업소 내에 농목장과 수산사업소, 병원, 문화회관, 극장, 부설 산업체 학교인 공장대학 등 모든 주거문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인근에 수성천이 있어 공업용수 확보가 용이하며, 전력은 북창화력 발전소에서 공급 받고 있다. 산하에 청진제강소, 석회석 공급 광산인 청암광산 및 중도광산, 관수송사업소, 강덕내화물공장 등을 비롯하여, 연속2소결직장, 주강·주물 용광로 직장, 압연분공장 및 자동차사업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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