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광장의 인민들 '이것이 진짜 북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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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패러디] 김일성 광장 '민주주의 용광로'…밤늦도록 구호 이어져 튀니지 시민혁명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한겨레신문은 8일자 '특파원의 이집트 통신'을 통해 '타흐리르 광장' 시위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겨레신문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심장인 타흐리르 광장에 특파원을 직접 파견해 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열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시위대에게는 든든한 해외 지원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은 민주화에 대한 잣대를 북한으로 돌리면 붓끝이 무뎌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북한 독재자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민주화의 필요성, 이미 확산될대로 확산된 북한 인민들의 반 김정일 정서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2009년 영국의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을 '지구상의 지옥(Hell on Earth)'이라고 불렀다. 북한 주민은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지만 권력 세습으로 주민 고통을 3대까지 연장하려는 김 씨 왕조는 극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이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응원하는 것처럼 일관된 잣대로 북한 민주화를 응원하기를 기대하면서 '이집트 통신' 기사를 '북한 통신'으로 패러디해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이집트를 북한 관련 용어(파란색 글꼴색)로만 바꿨을 뿐인데 향후 북한 민주화 시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단지 우연일까? [000 기자의 북한 통신] "이것이 진짜 북한이다." 지난 6일 오후 북한 평양 대동강에 인접한 김일성 광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광장은 모든 기대와 희망, 구호와 표현이 분출하는 축제의 공간이자 남녀노소, 토대, 신분의 차이를 '조선인'이라는 하나의 동질성으로 녹이는 용광로였다. 시민들은 "김정일은 끊임없이 약속을 내놓고 지키지 않는 거짓말쟁이"라고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며, "지금 당장" 퇴진을 촉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들은 점점 불어났다. 주변에 조선노동당 당사와 인민대학습당 등이 밀집한 북한의 심장부, 김일성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엔 탱크와 장갑차, 불탄 고급승용차들로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그 옆의 좁은 통로로 시민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군인과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일일이 신분증과 소지품을 확인했다. 지난주 유혈충돌을 일으킨 친 국가보위부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다. 한 시민은 "군인들은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너나없이 낯선 외국인 기자에게 "웰컴 투 평양"이라는 인사를 건네고 정겹게 맞아줬다. 한글로 적은 구호와, 김정일을 히틀러나 차우세스쿠로 풍자한 포스터들을 든 시민들도 앞다퉈 기자의 카메라 앞에 섰다. 시민들과 인터뷰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말을 쏟아 내거나, 옆 사람에게 자기 말을 해외 언론에게 영어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거침없이 '온반(溫飯)의 혁명'을 얘기했고, 표정엔 낙관과 결의가 묻어났다. '온반'은 북한의 전통음식으로 장국밥의 일종으로 겨울철에 즐겨먹는 별미이다. 김란희(25·약사) 씨는 기자에게 "우리는 자유를 원하며, 김정일을 심판하기를 원한다"며 "김정일 개인뿐 아니라 정권을 유지해온 고위 간부 전체가 물러나야 한다. 우리는 북한을 사랑하며 자유선거를 통해 법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이날 하루에만 광장에 250만 여명이 모였는데 조선중앙통신은 150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변에선 리듬을 탄 구호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떠나라, 떠나라, 떠나라!", "김정일 고 아웃!", "우리는 더 이상 김정일이 필요 없다!" 여성과 어린이, 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가족단위의 시민들은 김일성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10살이 채 안 되어 보이는 어린이들도 기자에게 다가와 "김정일 아웃!"이라고 외쳤다. 광장 가운데에 있는 김일성 동상 목에는 밧줄이 묶여 시민들이 끌어당기고 있었다. 광장 한편에는 모의 교수형을 당한 김정일의 인형이 허공에 목매달린 채 흔들거렸다. 시민들은 "우리는 평화적 민주화와 새로운 나라를 원하며 누구의 죽음도 원치 않는다"고 입을 모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서 김정일은 이미 지워져 있었다. 국가안전보위부의 습격으로 숨진 시민들의 얼굴 사진이 실린 해외 신문들도 나돌았다. 한 청년이 기자의 얼굴에 빨강 파랑 바탕에 별이 그려진 북한 국기를 페이스페인팅 해주자,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이젠 당신도 북한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앞다퉈 외신 카메라를 찾아 들이댔다. 수학 교사인 김숙란(36)씨는 "사람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조금도 힘들거나 배고프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한 상황에 대한 나라밖 언론의 시각을 궁금해 했다. 기자가 남한의 기자이며 한국의 1987년 6월 항쟁 경험을 간단히 말해주자 시민들은 뜻밖이라는 듯 "정말 남한에서 온 기자가 맞느냐. 남한 사람들은 군사정권을 쫓아내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시위를 했느냐"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석 달이 아니라 100년이라도 계속한다. 김정일이 권좌를 지키면 우리도 여기를 지킨다"고 말했다. 저녁 7시. 집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광장에선 새벽 1시가 넘도록 격정적인 연설과 구호, 흥겨운 음악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밤이 깊으면서 제법 한기가 돌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은 여기저기에 텐트를 치거나 담요만 몸에 두른 채 바닥에 몸을 뉘었다. 한 중년 남자는 기자에게 밤하늘을 가리키며 "민주화를 바라는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으니 문제없다"며 웃어 보였다. 조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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