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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북ㆍ양강도 탈북자 가족은 新중산층?
서울경제 2011-02-13 15:39:23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관리자 797 2011-02-15 00:11:18

지난해 1,000만弗 추산 對北송금 90% 집중
장마당 활성화ㆍ남한 동경심 유발 효과도

2만명을 넘어선 국내 탈북자(새터민)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 연간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터민의 52%가 가족에게 송금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소장 김웅기)는 지난해 12월 14∼31일 국내 거주하는 15세 이상 탈북자 396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북한에 가족이 없다는 18명을 뺀 378명 중 196명(52%)이 가족에게 송금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절반 가량이 지난해 51만~200만원 송금= 지난해 개인별 송금액은 51만∼100만원(31.7%)이 가장 많았고 101만∼200만원(16.7%), 500만원 이상(12.5%), 50만원 이하(12.5%), 201만∼300만원(12.5%) 순이었고 최고 송금액은 600만원이었다.

취업한 탈북자(38%가 일용직)들은 월평균 근로소득이 104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나 혼자만 잘 먹고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가족에게 송금을 한다. 송금횟수는 한차례가 65%로 가장 많았고 두차례(14.2%), 세차례(10.8%) 순이었다. 송금 목적지는 중국과 가까운 함경북도(81.5%), 양강도(8.7%)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탈북자 대부분이 이들 지역 출신이라는 현실과도 일치한다.

송금자의 69.5%는 중국 브로커 등에게 송금액의 21∼30% 가량을 수수료로 준다고 답했다. 탈북자가 송금한 돈은 보통 단둥ㆍ옌지 등에 거주하는 중국 조선족 브로커→ 북한 브로커를 거쳐 탈북자 가족에게 전달된다. 우리 돈 100만원을 송금, 브로커가 30만원을 수수료를 뗐다면 70만원으로 바꿀 수 있는 620달러(북한 돈 186만원, 시장환율 달러당 3,000원)가 북한 가족에게 전달된다. 한 탈북자는 "이 정도 돈이면 북한 중소도시에서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금 다음날 北 가족과 전화해 전달 확인= 중국 브로커는 자기 계좌에 입금된 돈에서 수수료를 뗀 뒤 북한 가족들에게 전달하라고 북한 브로커(중국 브로커의 친척 등)에게 지시한다. 북한 브로커는 자신의 집이나 휴대전화가 통하는 지역에서 국내 탈북자와 북한 가족을 전화로 연결해 보낸 돈과 받은 돈을 확인시켜 준다. 브로커들과 첫 거래를 하거나 송금액이 클 때는 '배달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난민 자격을 인정받고 정착한 탈북자 장모씨는 중국에서 알고 지냈던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20%의 수수료를 내고 작년 2월 처음으로 북한 가족에게 1,000달러를 보냈다. 그는 "그 돈이면 부모와 형제자매의 가족들까지 한해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송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 남한에 정착했다가 미국으로 이주한 탈북자 최모씨도 "한국에 사는 탈북자 친구로부터 송금 브로커를 소개받아 수년 전부터 북한 가족에게 1,000~1,500달러를 1년에 한 두번씩 보낸다. 한국으로 달러를 송금하면 같은 날 북한 가족에게 돈이 전달되고 제대로 전달됐는지 하루만에 확인할 수 있으며 가족들과 정기적으로 전화통화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자 김모씨는 돈 대신 물건을 보내고 있다. 그는 "중국내 지인에게 달러를 송금, 식량ㆍ생필품을 구입해 인편으로 가족들에게 전달한다. 가족에게 돈을 보낼 때보다 수수료가 적게 들고 국경을 넘을 때 검색을 피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北 보위부 등선 뇌물 받고 눈 감아줘= 탈북자들이 송금한 돈을 받은 가족들과 이웃들은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된다. "우리 집 애들도 배짱이 좀 있으면 탈북해서 돈을 좀 보태줄텐데" "우리 친척 중에도 물 건너는 사람(탈북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북한 주민들은 과거 재일교포들이 송금한 돈을 '후지산 줄기', 남한내 탈북자들이 보낸 돈을 '한라산 줄기', 중국내 탈북자들이 보낸 돈을 '두만강 자금'으로 부른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대북 송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 미국평화연구소(USIPㆍ미 의회가 설립한 민간 연구기관)의 한 선임연구원은 "북한 보위부 등 사정기관은 어느 탈북자 가족이 송금을 받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지만 송금액 중 일부가 뇌물로 바쳐지기 때문에 눈을 감아준다. 송금을 받은 가족들은 식량 등 필요한 생필품을 북한의 비공식 자유시장인 장마당을 통해 구입하기 때문에 대북 송금이 장마당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2만명을 돌파한 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은 북한 지하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남한에 수산물ㆍ모래 등을 팔아 연간 3억달러쯤 벌었지만 작년 천안함 사건 이후 모두 끊겼다. 10년간 5억달러를 번 금강산 관광도 2008년 7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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