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피똥 싸게했다는 북한 처녀 이야기 |
---|
한국에 오니 야담들이 참 많다. 신문에까지 연재되고, 책으로도 나온다. 그러나 ‘건전한 사회주의적 미풍양속’을 강조하는 북한에선 야담이 그렇게 공개적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에 야담이 없을 리는 없다. 북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상소리(라고 적고 쌍소리로 발음한다)’라고 한다. 물론 상소리의 수위는 한국이 훨씬 높다. 하지만 상소리가 많지 않은 북에선 낮은 수위의 상소리에도 사람들이 깔깔~ 웃고 난리다. 주말에 북한의 야담 부류에 들어가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 전연의 한 특수부대 군관(장교)이 자강도 깊은 오지의 처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여자 집에서 식을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 읍까지 오려면 심심 산길을 수십 리나 걸어와야 했다. 그러나 특수부대 군관이 그런 산길을 무서워할 리가 없었다. 여자와 함께 기차를 타려 나오게 됐는데, 이런 하도 산골이라 어느 고개에서 그만 큰 호랑이와 마주치게 됐다.
아무리 특수부대에 있고 격술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인간이 호랑이와 대적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 거기다 도시 출신의 군관은 호랑이를 본 적도 없다. 순식간에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여기서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까맣다. 그 와중에도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여자를 등 뒤에 보내고 호랑이와 대처하고 있는데... 호랑이도 선뜻 달려들진 않고 사람의 혼을 빼놓기 위해 으르렁거리면서 이쪽저쪽 휙휙 날아다닌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 여자가 갑자기 등에 멘 배낭을 내려놓더니 결혼식 때 입었던 치마저고리를 꺼내 입는다. 이를 본 군관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서도 “그래도 마지막 순간을 예쁘게 입고 가려고...”하는 슬픈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치마를 입은 여자가 남자를 밀어내더니 “호랑이는 내가 쫓을게요.”하고 말하는 것이다. 참, 사회주의 미풍양속에 맞게 남자에게 “고개를 돌려주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인다. 그런다고 고개를 돌리는 남자가 어디 있담. 남자가 곁눈질로 보니 헉, 여자가 바지와 속옷까지 한꺼번에 확 벗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치마를 두 손으로 부채살처럼, 공작새의 깃털처럼 쫙 펴더니 허리를 숙이고 가랑이 사이로 호랑이를 눈을 부릅뜨고 보면서 뒷걸음으로 슬슬 호랑이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어떤 포즈인지 상상이 되시는가. 만약 안 된다면, 곁에 있으면 “이런 자세 말이야”하고 설명해 줄 테지만, 글로 써야 하니 부족한 표현력을 양해부탁 드릴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렇게 다가가기 시작하자 호랑이가 흥분해 마구 울어대더니 어느 순간 천둥 같은 고함을 지르더니 휙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피똥을 싸고 말이다. 호랑이는 피똥을 싸면 죽는다고 한다. 여자가 “호랑이 잡았어”하면서 뒤따라가자고 하기에 남자가 얼떨결에 따라갔는데 과연 한참을 가니 호랑이가 죽어있더란다. 덕분에 호랑이 가죽도 공짜로 얻고, 위기가 호재로 바뀐 것이다. 여기서 모두가 궁금할 것이다. 호랑이가 왜 도망갔을까? 흥분돼서? 이야기꾼의 설명은 이렇다. 호랑이와 같은 육식동물은 적수를 만나면 덤벼들지 말지를 다음과 같은 조건을 보고 결정한다. 몸집과 대가리는 나보다 큰지, 갈기(털)는 나보다 더 많은지, 입은 얼마나 큰지... 등등. 이러루한 요건으로 판단해 내가 이길 것 같다고 판단되면 덤비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망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골에서 자란 이 여자는 이 비결을 안 것이다. 이 여자가 지은 괴기한 포즈는 호랑이에게는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던 공포를 준 것이다. 치마를 짝 폈으니 몸집이 호랑이보다 훨씬 커 보이는데다, 머리를 숙이다보니 생머리가 철철 바닥에 끌린다. 호랑이 갈기에 비할 바가 아닌 셈이다. 더욱이 공포스러운 것은 입. 호랑이가 보기에 자기가 본 동물의 입은 다 가로로 째져 있는데 난생 처음 본 이 괴상망측한 동물은 허여멀쑥한 얼굴에 커다란 입만 보이는데 그곳도 가로가 아닌 세로로…. 거기에 눈은 입 아래에 붙어있는(가랑이 사이로 내다보며 다가가니) 호랑이 보기에는 아주 요상하고 괴기한 동물이 나타난 셈이다. 생전 처음 보는 이 괴물 앞에, 그것도 어느 것을 보나 자기보다 대비도 안 되는 크기를 가진 괴물 앞에 호랑이는 그만 피똥을 싸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나도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독자들이 이야기 듣기 거북하지 않았다면 이러루한 야담(축에도 끼우지 못하는 것을), 괴담 등도 짬짬이 재미삼아 올려 놓을 예정이다.
신고 0명
게시물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