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전쟁이나 지진나면 국경 바로 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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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총 폭탄' '결사옹위' 등의 구호는 옛말이 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후 계속된 만성적인 경제난에 '국가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점차 확산됐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자폭정신'이라는 구호로 유사시에 김일성·김정일을 몸으로 보위하라고 군과 사회에 선전교양을 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이후다. 당시 한 소대 병사가 실수로 떨어뜨린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훈련 중인 대원들을 살린 인민군 소대장 '김광철 영웅 사건'(1990년 11월) 때부터다. 이후 군인들과 주민들은 "총 폭탄이 돼서라도 최고사령관동지를 결사옹위하겠다"는 말을 외치고 다녔다. 실제 김일성의 항일투쟁역사와 김정일 탄생을 새겼다는 '구호나무'가 자연재해로 불이 나 타고 있을 때 군인들과 삼지연 주민들이 몸으로 막아 보호했던 사례도 있었고, 김일성의 초상화를 화재 속에서 구해낸 군인 등에겐 '공화국영웅' 칭호와 '김일성청년영예상'을 수여됐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국가배급이 중단되기 시작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 때부터 북한 주민들은 서서히 '장군님'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라는 생각과 조국보다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먹는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 된 주민들에게 '김정일 왕조'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구호'는 더 이상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이다. 최근엔 백두산 화산폭발설과 일본 지진 소식 등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체제이완 현상은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 등과 인접한 국경지역은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양강도의 한 주민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총 폭탄' '결사옹위' '자폭정신' 등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고난의 행군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은 웃음꺼리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이나 일본 같은 지진이 일어나면 국경을 바로 넘겠다"면서 "만약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이곳에 중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대거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교적 외부정보가 많이 유입되는 지역도 마찬가지다. 함경북도 함흥시 주민도 "걸어서라도 중국으로 달아나야지,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지진 소식을 접한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국경에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정보에 민감한 장사꾼들도 마찬가지다. 한 장마당 상인은 "화산폭발 소문에 장사꾼들도 하루 번 돈 중 일부는 모아두었다가 반드시 위안화와 달러로 환전해 모아둔다"며 "급변시기에 쓸모없는 북한 돈보다 쓸 수 있는 외화가 필요하다. (상인들은)돈이 있어야 중국이던 러시아이던 가서 살 수 있지 않겠냐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군인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한 주민에 따르면 "우리 집에 다니는 국경경비대 애들에게 '너희들은 전쟁 때 화구(총을 쏘는 구멍)를 막으라면 막겠냐'고 물으니 '우리는 화구를 막으라고 명령한 지휘관에게 먼저 막아보라고 하겠다'고 대답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들도 '총 폭탄', '결사옹위' 같은 말을 들어본지 오래고 그들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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