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터놓는 친구되자"…탈북청소년 1:1 멘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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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탈북해 2010년 4월 한국에 입국한 최수정(가명· 22) 씨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중이다. 간호사가 되서 남한에서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갚으며 살겠다는 꿈이다. 대부분 탈북 청소년들 사정이 비슷한 실정이지만 북한에서 영어, 컴퓨터를 배워 본 적이 없어 기초 조차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으로 남한 학생들과의 경쟁은 버겁기만 하다. 그에게 아동상담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동현(25) 씨와의 1년 넘는 멘토링 인연은 학습 도움에만 그치지 않았다. 최 씨는 "영어 공부도 공부지만 (멘토) 언니의 대학생활 이야기, 내가 북한에 살던 이야기들을 서로 얘기하면서 친구처럼 지내요. 언니랑 시내에 가서 맛있는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면서 한국사회를 많이 알게 됐죠"라고 말한다. 멘토인 유 씨 역시 "처음엔 말실수나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공부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진로 등에 관한 고민상담도 하곤 한다"면서 "탈북청소년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는데 멘토링을 통해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도움 받고 배웠다"고 말했다. 탈북청소년 부모 역시 여느 남한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녀교육이 가장 걱정스런 부분이라고 한다. 탈북청소년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은 남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청소년에게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북한인권학생연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학생들을 모집해 탈북청소년과의 멘티-멘토 8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지역 4개 사회복지관과 협력해 탈북청소년을 지원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이하 '무지개센터')도 35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무지개센터는 지난해 멘토링 사례 등을 담은 '멘토링 활동 매뉴얼'을 펴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는 탈북청소년들과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이다. 3개월 전부터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국·영·수 주요과목 학습멘토를 받고 있는 김지수(가명· 17) 씨는 "(검정고시)학원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들을 멘토에게 물어볼 수 있고, 공부 뿐 아니라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미리 들어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북한인권학생연대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초등학교 2학년 탈북아동의 멘토를 하고 있다는 서다영(25, 숙명여대 법학과 3년) 씨는 "아이가 엄마랑 둘이서 사는데 엄마도 직장일 때문에 집에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의 애정을 그리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의)어머님께서 아이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달라고 당부하신다"며 "아이가 공부를 미처 못따라 갈때는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학교생활을 물어보면 즐겁게 이야기하고 많이 밝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탈북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 등에 따르면 탈북청소년 대다수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외로움' 등 정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 멘토링은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서 탈북청소년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학교나 기관이 다루기 어려운 부분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의미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탈북청소년들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10~19세의 탈북청소년은 2,303명으로 전체 탈북자의 12%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가양7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멘토링을 원하는 탈북청소년들에 비해 멘토가 늘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우리 기관에는 25명의 탈북청소년이 있지만 7~8명만 멘토링 혜택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온라인 학습이나 부정기적인 자원봉사를 통해 지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강희석 무지개청소년센터 남북협력팀 과장은 "남한대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아온 탈북청소년들은 '나도 나중에 누군가를 돕는 멘토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한다"면서 "작게 보면 개인의 경험일 뿐이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남과 북이 함께 사는 훈련이 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은솔 인턴기자(한양대 독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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