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물건이냐?" 단속 강화에 주민 '덜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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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당국이 한국 상품의 시장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면서 장마당 상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과의 밀수를 통해 한국 상품이 많이 들어오는 함경북도 등 접경지역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전례없이 강화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는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장마당 주재 보안원이 적위대원들과 함께 매일 나타나 '자본주의 사상요소를 뿌리 뽑는다'며 옷을 비롯해 생활 필수품들까지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면서 "한국 상표 등이 붙어 있는 물품은 모두 무상몰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심지어 중국에서 만든 8·3제품(가짜 한국산)인데도 남조선 글이 써져있으면 죄다 빼앗고 있다. 샴푸, 치약 등 모든 생활용품이 단속의 대상이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부터 밀수 등을 통해 급속도로 북한에 유입된 한국 상품들은 입소문을 통해 우수한 품질 등이 알려지면서 장마당에서 고가로 팔리고 있다.
무역일꾼과 밀수업자, DVD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발전상을 접한 주민들은 근래들어 공공연히 한국산 물품을 찾고 있다. 밀수꾼들도 중국산 물품보다도 이윤이 높다는 이유로 단속이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한국 상품을 보유·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상인들도 최근 상대적으로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에 밀무역을 통해 한국 중고 옷과 생활필수품 등을 북한에 많이 들여보내고 있다고 한다. 비누나 양말, 전자제품, 화장품 등 거의 모든 생활 필수품이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에는 황해남북도, 함경남도, 평안남북도 등 내륙지방에서 올라온 장사꾼들이 밀무역으로 들어온 한국 상품을 사가기 위해 함경북도 온성·무산·회령과 양강도의 혜산 등 접경지역에 진을 칠 정도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북한 당국이 '자본주의 황색 바람'이라며 한국 상품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단속에 나서는 안전원과 보위원, 밀무역을 감시해야 할 군인들까지 뇌물 등을 받고 조직적으로 밀무역에 동조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여기에 단속에 나서더라도 한국산(産)임을 증명하는 상표만 떼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장사꾼들도 상표가 붙어 있는 제품을 숨겨두고, 상표를 뗀 제품들만 판매대에 올려놓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상표가 떼어진 상품에 대해서도 '한국 제품 아니냐'며 단속을 벌이고 있어 이 같은 장사도 불가능해졌다는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보안원 등이 상표가 없으면 '왜 상표가 없는가. 한국 물건이기에 상표를 뜯어낸 게 아닌가'라며 트집을 잡고, 모두 회수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단속 강화의 영향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주민들 속에서 불만이 공공연히 표출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전 재산을 투자해 한국 상품을 확보했던 주민들은 시장에서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한 채 단속에 걸리면 무상몰수까지 당하고 있어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함북 소식통은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 먹을 것을 위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단속하냐'며 보안원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돈을 더 모으겠다고 나오는 사람보다 하루 쌀값을 벌려고 나오는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국가가 생산도 못하고, 주민들에게 공급도 못 해주는 주제에 왜 먹고 살겠다는 것까지 막는지 모르겠다' '이밥에 돼지고기 국은 먹이지 못해도 최소한 장사라도 마음대로 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일부 사람들은 '강성대국이라는 게 이런 건가. 옷이나 물건에 무슨 사상이 있는가'라고 불평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게 다 남조선 물건보다 우리나라 물건이 뒤떨어지니 심술이 나 그러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화장품 장사를 하는 한 여자는 남조선 상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빚을 내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단속을 나온 보안원에게 모두 회수 당했다"며 "지나가는 장사꾼이 땅을 치며 통곡하는 여자를 보고 '강성대국이 기다려지는 게 아니라 저 놈들을 죽일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하자 주변사람들이 머리를 끄떡이며 협조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이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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