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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임종도 못 지키고 아리랑 공연에 내몰린…
데일리NK 2011-08-02 16:25:00 원문보기 Korea, Republic o news 948 2011-08-02 16:57:05

탈북자 리얼스토리] 아리랑 공연 연습에 동심 멍드는 北 아동들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피서지들에는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들로 가득하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한 공연도 곳곳에서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나도 휴가철에 어디를 좀 다녀와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딸 아이가 "방학기간에 엄마랑 함께 공연을 보고 싶다"고 하기에 어린이 뮤지컬 '신데렐라'를 보러갔다.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재미있는 공연을 본 것이 즐거운 지 딸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즐거워하는 딸 아이의 얼굴을 보니 평양에서 아리랑 공연이 개막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아리랑 얘기를 물을 때면 잊혀지지 않는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늘 낙천적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던 친구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

 

'입은 웃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늘 울고 있다'는 내 친구 000에게...

 

늘 내 마음과 함께 있는 친구야.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니?  두려움과 아쉬움 속에 눈물을 흘리며 헤어진지도 벌써 3년이 되오는구나.

 

오늘 아침 뉴스에서 아리랑 공연이 개막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희 가정처럼 가슴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뿐이다.

 

오늘 딸 아이와 공연을 보는 동안 내내 머릿속은 온통 너의 생각으로 차 있었다. 마침 딸이 "엄마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며 "무슨 일이 있으세요"라고 묻는다.

 

마침 네 생각으로 울적하던 참에 딸 아이에게도 가슴 아픈 너의 사연을 들려줬단다.

 

"엄마 친구 조카에 대한 이야기란다. 그 조카 아이는 아리랑 공연 참가로 매일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엄마의 병 간호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하더구나.

 

처음으로 참가하는 공연이라 어려웠지만 훈련을 제대로 안 하면 담임교사에게 맞기 때문에 힘들다는 티도 낼 수 없었지. 4월부터 시작한 훈련으로 아이들은 지쳐서 입이 부르트고 체력 또한 말 할 수 없이 떨어졌다.  

 

조카 아이는 힘든 훈련 와중에서도 엄마의 병간호까지 도맡아 하는 효녀였다고 하더라. 그런데 공연날짜가 가까이 오니 훈련 강도가 높아져 엄마를 돌볼 시간이 없었단다. 그 애 엄마는 자신 때문에 딸이 지장을 받을 것을 염려해 병이 더 악화되는 것도 아랑곳 않고 병석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고 하더구나.

 

어느덧 공연날인 8월이 다가오고. 엄마의 속 깊은 마음을 알 길 없는 딸은 밝은 얼굴로 훈련을 마쳤고 공연까지 참가하게 됐지. 그런데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이던 어느 날 갑자기 담임교사가 급하게 이 아이를 찾더란 말이지. 엄마가 임종 순간이 돼서야 딸을 찾는다는 것 아니겠니. 딸은 억이 막혀 말도 못했지.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엄마의 임종을 알아도 갈 수 없는 것이었단다.  

 

그 애는 배경대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가 비게 되면 행사에 혼란이 가는 것은 물론이며 나아가서는 그것으로 사상적인 비판은 물론 자신의 발전과 운명에도 엄청난 지장을 받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 내내 울기만 했던 그 아이가 집으로 갔을 때에는 이미 엄마가 숨을 거둔 뒤였다.

 

언니를 잃은 내 친구는 임종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조카를 달래며 품에 안고 함께 울었다고 한단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아무 말도 안하고 눈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 딸의 심정, 묻지 않아도 너는 잘 알겠지.

 

친구야. 공연 소식에 상처받은 네 마음에 또 피눈물이 고일까 걱정 뿐이다. 아리랑 공연으로 네가 당했던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더는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음 만남을 약속한다.     

 

건강히 지내길 바라며 친구로부터...

 

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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