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재산' 빙산의 일각 "지하조직 또 있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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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북한 225국에 포섭돼 서울, 인천 지역을 거점으로 간첩 활동을 벌여 온 김 씨는 1980년대 주사파(주체사상파)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북한 당국이 간첩을 파견하거나 남한 내 고정간첩을 활용해 주사파 운동권들과의 접촉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앞서 1990년대 초반에는 주사파의 '대부'로 불리는 김영환 씨가 북한과의 접선을 통해 민혁당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1980~90년대 학생운동권의 주류를 차지했던 주사파 운동권 세력이 이후 전향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연계를 통한 또 다른 지하조직이 남한 사회 내 암약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간첩단 사건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진한 공안1부장검사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1980년대 운동권 출신 등이 북한에 포섭돼 국내 지하당을 구축하고 20년 가까이 암약하면서 간첩활동 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며 "북한이 정치권까지 침투해 상층부 통일전선을 구축하려 한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 북한과 연계된 남한 내 친북세력들이 지하당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다 공안당국에 적발된 사례는 수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 1993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1994년 구국전위 사건,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이 있었다. 가장 최근엔 2006년 민주노동당 간부들이 연루된 '일심회' 사건 등이 있다. 통혁당 사건은 남파 간첩인 김종태가 지식인, 학생, 청년 등을 포섭해 통일혁명당을 조직, 결정적 시기가 오면 무장봉기해 수도권을 장악하려 한 사건으로 당국의 수사망에 걸려 일망타진됐다. 당시 검거된 사람만 무려 158명에 이른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이 적발됐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에서 밀파된 거물급 간첩의 지휘를 받아 적화통일을 목표로 암약한 지하조직원 95명을 적발했다. 이번 왕재산 간첩단 사건은 1994년 '구국전위' 사건 이후 17년 만에 드러난 대형 간첩단 사건으로 조직의 규모가 크고 광범위 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건 가담자들이 기존의 대학생이나 재야인사가 아니라, 사업가와 노동조합 간부, 야당 당직자, 대학교수 등 각계각층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 또한 충격적이다. 이들과 연루된 사람들 중에는 사회적 이슈가 된 반값 등록금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의 간부도 포함됐다. 남한 내 지하조직을 활용 해 사회 혼란을 획책하겠다는 북한의 대남 전략 노선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전에는 북한과 연계 된 남한 내 간첩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의 폭이 좁았다. 또한 이들이 접촉할 수 있는 대상도 친북적 성향을 띠고 있는 대학생 단체와 재야인사 정도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친북 단체들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덕분에 양지로 나와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비교적 합법적인 남북교류의 틀 안에서 북한과 접촉하며 직·간접적으로 북한 체제 옹호 활동을 펼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친북 세력들은 비교적 유연한 구호 등을 내세워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 합법성을 얻으려는 방향으로 활동했다.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 일종의 '위장술'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민혁당 외곽 학생조직인 반미구국청년학생동맹 교육팀장으로 활동했던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3대 혁명전략 중 하나가 '남조선혁명전략'으로 남한 내 친북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밀리에 접촉하고 지하조직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남조선혁명전략이라는 것이 유명무실화 돼 실패했음에도 계속적으로 이런 시도를하는 것은 친북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향하지 않은 주사파를 중심으로) 다른 지하조직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는 않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반(反)정부 의식을 가지는 것이 진보인양 생각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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