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마다 탈북자 콜센터에 울리는 벨소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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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보기 "따르릉~" 여기는 탈북자들의 희망 '콜센터' "낮에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술 한 잔 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누구를 붙잡고 시비를 걸 것 같아서 선생님께 투정부리는 겁니다. 밖에서 시비를 걸다가 경찰서 가면 큰 문제잖아요. 차라리 전화 붙들고 선생님한테 투정 부리는 것이 낫지 않나요." 밤 시간대 콜센터에 전화상담을 청해 오는 탈북자는 대부분 남성들이다. 마순희 상담사는 "여성들은 외롭다고 전화하는 분이 거의 없다. 때문에 남성 탈북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 남성들이 한국 사람들보다 서툴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존심이 강한 탈북 남성들은 그만큼 정착과정에서 상처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배대식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종합상담센터 상담사도 정착 과정에서 탈북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경직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는 "북한에서 통하던 것이 남한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낄 때 탈북 남성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면서 "그에 반해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그 충격이 적다"고 했다. 이 밖에도 탈북자들과 매일 접하는 상담사 대다수는 탈북 남성이 여성에 비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속도도 느리다고 입을 모은다. 탈북 남성들의 경우 가부장적 성향이 강하고 인적네트워크가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北에서 가족 부양하던 탈북 남성…가부장적 의식 남아 있어 마 상담사는 "탈북 남성들은 북한에 있을 때 세대주로서 직장 일을 하고 급여를 타오는 역할을 했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겼다"면서 "아내를 도와 가사 일을 하다가도 이웃이 집을 방문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거실로 뛰어나오는 것이 북한 남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남성들은 가부장 의식이 적고 부드럽다. 이 때문에 탈북 여성들은 남한에 내려와서 은연 중에 남북한 남성을 비교하기도 한다. 탈북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남한 땅에서 가정을 일구기 힘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미녀 새조위 대표는 "북한 남성들은 우리사회의 60~70년대 남성들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가사·육아 등을 돕는다는 것은 남자로서 창피한 일이고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반면 탈북 여성들은 빠른 속도로 바뀐다. 옷차림 등 남한 문화를 빠르게 흡수한다.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회식도 잦다. 여성이 늦게 귀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탈북 남성들은 이 때문에 불만을 토로한다. 결국 부부싸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탈북 남성들의 경우 자신들이 겪는 고민과 어려움을 해소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더욱 배가 되는 것 같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외로움' 호소할 곳 없어…NGO 등 도움 받아야 마 상담사는 "남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여성들보다도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면서 "남자들의 이런 고충 때문에 밤늦게 콜센터에 전화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여성들은 친구들을 만나서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남성들은 그런 것이 없다"면서 "그들은 일과 관련된 관계 외에는 교류가 없다. 남한 남성들은 살아오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탈북 남성들은 만날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NGO나 지자체 등에서 탈북자들의 모임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여기에 참석하는 남성들도 소수"라면서 "탈북 여성이든 남성이든 남한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람들은 인적네트워크가 넓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또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서는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북 남성들은 먼저 인사하고, 이야기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필수적이다"라면서 "또한 북한 사람들은 남녀 모두 자존심이 강한데, 자존심을 버릴 줄 알아야한다. 이와 함께 '탈북자'라는 자격지심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그는 남성 전담 상담사 육성을 통한 상담의 내실화도 고려돼야 할 측면이라고 조언했다. 목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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