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하는 탈북, 3가지 행동지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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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남쪽에서 온 삐라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삐라에는 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동 방법이 인쇄돼 있었습니다.
하도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허나 이제는 분계선을 넘어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1년에 탈북동포가 거의 3000명 정도씩 오는데 분계선 넘어온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제는 삐라를 보내도 중국으로 넘어올 때 요령을 보내야죠. 제가 저번 시간부터 탈북 요령을 말씀드리는 것도 어릴 적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한 명이라도 적게 붙잡혀 한국에 무사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번 시간에 봄가을 추수철에 탈북해 농촌에서 일자리 잡으면 좋다는 것까지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연변이 워낙 단속이 심하니 안쪽 길림이나 교하, 흑룡강성 목단강, 가목사 이런 곳 조선족들에게 가십시오.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많은 탈북자들이 국경일대 마을에 주저앉아 일 해주다 잡혀가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쪽 조선족들 북조선 사람 처음 부리겠습니까? 아마 매해 탈북자들이 그리 찾아올 것이고, 그러다보니 짜들어 먹을 대로 먹은 사람들입니다.
제가 중국에서 무려 80여 차례나 잡혀나간 15살짜리 아이도 봤습니다. 연길 도문 이쪽에서 빌어먹으니 넘어왔다간 2~3일 만에 잡혀 다시 북에 가고, 북에선 또 아이니 죽어라 때리고 바로 놔줍니다, 그럼 또 두만강 넘어오고…이런 과정 반복한 것입니다.
제가 "바보처럼 왜 잡히냐, 저 안쪽으로 기차타고 들어가지"하고 말했더니 도문에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 벌이가 좋은데, 안쪽은 말이 안 통해 힘들답니다.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계속 잡히는 거죠.
탈북은 목숨을 건 도전입니다. 그런 도전을 했는데 국경 넘자마자 털썩 주저앉아서야 되겠습니까. 물론 연변에서도 마음 좋은 사람들 만나 일이 잘 풀이는 경우도 많지만 제가 말씀드린 것은 확률 적으로 봤을 때 안쪽이 더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일도 해주면서 자리를 잡으면 그 다음엔 뭘 해야 하나. 어느 정도 숨을 돌렸다 이러면 무조건 인터넷부터 빨리 배우십시오. 마을 젊은이들과 친해서 컴퓨터와 인터넷 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거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요즘 한국에 오는 탈북자들 보면 중국에 5~6년 이상 머물러 살다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오는 선을 몰라서 그런데 아마 인터넷을 알았더라면 훨씬 빨리 왔을 겁니다.
인터넷을 배워서 뭐하냐 하면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탈북자, 탈북 방법 뭐 이런 단어로 자꾸 검색해보십시오. 한국에는 탈북동포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 개가 됩니다.
이쪽에 자꾸 접속해서 탈북 선배들이 써놓은 글도 보고 또 글도 남기고 해서 소통을 하십시오. 그러면 누군가가 난 어떻게 왔다, 어떻게 해라 이런 것을 알려줄 확률이 큽니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저 주성하란 이름을 쳐도 제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나옵니다. 이쪽에 와서 자꾸 글도 보고 물어도 보십시오. 이렇게 한 한달만 찾아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는지 어두웠던 앞길에 빛이 드리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물론 저는 한국 데려다주는 길을 다 알고 있어도 중국에서 보낸 메일만 받고서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워낙 보위부 스파이들이 많으니 말이죠. 하지만 조언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터넷 빨리 배우십시오.
그리고 중국에선 조선족 교회에 가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선족 교회들은 대체로 한국과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워낙 탈북동포들 속에 중국에 가면 십자가만 찾아가면 도움 받는다고 소문이 나서 조선족 교회가 탈북동포들 도와주는 것은 중국 공안도 알고, 북한 보위부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회 주변에는 공안 감시가 좀 심하고, 북한에 잡혀가도 교회 갔는지 그거 아주 중요하게 캐묻습니다.
그렇지만 공안이 감시해도 24시간 눈 부릅뜨고 하진 않기 때문에 사방 잘 살피면서 교회 교인인 것처럼 들어가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좋기는 교회 들어가는 사람에게 사정해서 교회 관계자들을 데리고 나오면 좋지요.
이 방송 중국에서도 듣고 있는데, 혹시 중국 교회 쪽 일하시는 분들이 듣는다면 위험하더라도 탈북자들 좀 잘 도와주십시오. 나중에 신세진 탈북자들이 다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저도 한국 올 때 연변에서 교회 도움 크게 받은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 온 탈북동포의 70% 이상은 여성입니다. 주로 탈북은 여성들이 많이 하는 이유도 있지만 중국에 오면 남자들보다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여자들은 여차하면 중국 남자와 살면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단 말입니다.
중국의 일가구일자녀 정책 아시죠. 집집마다 한 명 낳는 거 남자만 낳겠다 그러면서 수십 년 흘러오다보니 지금 중국에 여자가 모자라 장가 못간 노총각만 3000만 명이 넘습니다.
탈북 여성들이 중국 남자와 살다보면 애도 낳고 그러다보니 정에 못 이겨 그냥 주저앉는 사례가 많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가능한 빨리 한국에 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무리 중국 남자가 잘 보호해주어도 탈북자는 언제 북에 끌려갈지 모르는 신분입니다.
한국 국민이 되고 이후 중국에 다시 가서 고마웠던 중국 남자와 사는 한이 있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오세요. 한국에 오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고 내가 왜 중국 농촌에 만족했던지 하는 점이 꼭 후회될 겁니다.
또 벌써 시간이 다 됐네요. 오늘 요점 다시 정리하면 첫째 되도록 안쪽으로 들어가라, 둘째 무조건 인터넷 배우라, 셋째 웬만하면 중국에 주저앉지 말라 하는 겁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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