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난으로 무너지는 북 전통장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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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파탄과 빈부격차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가고 있는 북한에서 민족고유의 장례문화 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화폐개혁 이후 전통적인 장례문화는 사라지고 ‘직파’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직파’라는 말은 농사에서 종자를 그대로 밭에 묻는 씨 붙임 방법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최근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장례절차와 관련해서도 ‘직파’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고 합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청진시 소식통은 “요새는 관을 짜서 파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고 있다”며 “정품판자 1장 값이 6천원까지 올라 가난한 집들에선 사람이 죽으면 ‘직파’해 버리고 만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말하는 ‘직파’는 사망한 사람을 관도 없이 그대로 땅에 묻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은 판자 값이 하도 비싸고 장례비용도 만만치 않아 돈 없는 사람들은 가족이 사망해도 장례절차 없이 그대로 땅에 매장해버린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이후 통나무와 식량을 맞바꾸는 목재 수출을 장려하면서 산림이 황폐화됐습니다. 여기에 땔감을 얻기 위한 주민들의 무분별한 도벌까지 겹쳐 지금은 판자 한 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장마당들에서 거래되는 정품판자는 폭 20cm에 길이 4m인데 화폐개혁 이전까지만 해도 판자 값이 쌀 1kg 가격 수준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폐개혁 이후 땔감 값이 상승하면서 판자가격도 배 이상으로 뛰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판자 값이 이렇게 비싸다 나니 사망한 사람을 매장할 때 쓰는 관값도 천차만별인데 제일 값이 눅은(싼) 이깔나무관도 4만원~5만원 수준이고 봇나무나 소나무로 만들어진 관은 최고 20만원까지여서 때대끼(하루벌이)로 사는 사람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함경남도의 한 주민은 “함흥시 일대에선 세멘트(시멘트)와 차돌을 섞어 만든 ‘인조대리석’관이 많이 돌고 있다”며 “판자를 구하기 힘든 이유도 있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조상을 더 잘 모시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시멘트와 차돌에 철근을 넣어 만든 ‘인조대리석’ 관은 그 가격이 무려 80만원에서 1백만 원 정도이고 무게도 몇 백 킬로그램에 달하는데 돈 많은 사람들은 너도 나도 찾고 있어 만드는 사람들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이러한 인조대리석 관은 무게가 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려면 12명이 들어야 하는데 돈 있는 집들에선 관을 옮길 사람들도 장마당에서 사서 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신행위가 성행하면서 돈 많은 주민들속에서는 조상의 묘를 한 곳에 옮기거나 더 좋은 위치에 모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 이러한 묘 가꾸기 경쟁으로 묘를 도굴하는 어이없는 사건들도 잇따르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도굴꾼들에 대비해 죽은 사람들의 관에 절대로 유품을 넣지 않는데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묘를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9월에는 함흥시 해안구역에서 재일교포 출신의 돈 많은 한 주민이 사망하자 장례를 치르고 매장했는데 그날 밤으로 묘가 파헤쳐지고 시신에 입혔던 옷과 신발까지 도난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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