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

뉴스

상세
북한이라는 계기판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북한RT 2011-11-28 01:07:48 원문보기 관리자 1282 2011-11-30 01:45:51

지금까지 북한RT에 써왔던 글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주 골치 아픈 문제 제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기자의 글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오느라 노력해왔지만 이번 글은 이해하기 힘든 분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 북한의 쌀값이 키로당 3500~3800원 사이에서 오르내린다. 몇 달 사이 갑자기 거의 두 배로 껑충 뛰었다. 2009년 11월 화폐개혁 때도 쌀값은 2000원 초반대를 유지했는데, 100대 1로 화폐를 교환해주더니 가격이 100분의 1로 하락하기는커녕 지금은 오히려 2년 전보다 1.5배 더 올랐다.

 

그러니 인플레율 계산하면 머리 아프다. 2년 만에 인플레 15000% 올랐다고 해야 하나. 화폐개혁의 실패를 보여주는데 긴 설명이 필요 없고 이 수치 하나면 충분하다.

 

북한에서 요즘 1달러가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800~4000원 사이다. 쌀값으로 보면 1키로당 0.9달러 넘는 셈이다. 중국돈으로 치면 6위안 정도다.

 

요즘 옥수수도 덩달아 두 배 가까이 상승해 얼마냐 하니 이것도 2000원이 넘는다. 달러로 0.5달러, 중국돈으로 치면 3위안 정도다.

 

문제는 북한 쌀값이 중국 쌀값보다 더 비싸다는 점. 중국에서 요새 북한에서 먹는 것과 같은 동북미로 환산하면 브랜드 있는 아주 고급쌀은 물론 키로당 10위안짜리도 있지만 보통 7위안 정도이고, 보통 주민들이 사먹는 것이 4위안 정도. 질이 나쁜 것은 2위안 정도도 있다.

 

북한 3600원 정도(6위안) 하는 쌀이 중국 4위안 정도 쌀과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

 

북한 쌀값은 한국과 비교해도 결코 싸지 않다. 한국 쌀값이 브랜드가 아니면 키로그램당 2달러 미만인데, 북한은 한국 마트 쌀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북한의 소득을 감안할 때 이런 수준의 쌀을 사먹고 산다는 것이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쌀을 사례로 든 것은 북한 장마당에서 쌀은 모든 가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쌀값이 오르면 다른 가격도 오르고 쌀값이 떨어지면 다른 가격도 떨어진다.

 

내가 북에 있을 때만 해도 1달러면 쌀 4키로를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1키로밖에 못산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북한 주민들이 내가 한국에 온 뒤로 4배 잘 살아졌단 말인가. 그건 절대 아니다. 그때도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4배 비싸진 쌀을 구매하는 것일까. 물론 쌀을 먹고 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옥수수가 주식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다. 또 지금은 옥수수라 해도 중국 쌀가격에 육박한다.

 

중국의 엥겔지수가 30~40% 된다. 물론 고기, 기름 대체로 마음대로 먹는다.

북한의 엥겔지수를 따지면 아무리 많아야 60~70% 정도일 것이다, 땔감, 의복비 등 다른 지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반적 가정과 북한 일반적 가정을 대비해보자.

 

엥겔지수가 40%인 중국 가정에서 쌀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을 대체로 1/4 수준인 10%로 잡아보자.

 

북한은 엥겔지수 60%인 가정이 옥수수로 산다고 했을 때 옥수수를 사는 데 들이는 비용은 1/2 수준인 30% 정도일 것이다. 북한은 중국처럼 부식이 풍부하지 않지만 대신 고춧가루, 기름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것을 조금씩만 사도 거의 쌀값만큼 부식값이 든다.

 

중국 가정에선 10%만 지출하면 될 것을 북한 가정에선 30%나 지출한다. 여기에 중국 가정에선 쌀을, 북한 가정에선 중국 쌀 값의 3/4 정도 수준의 옥수수를 먹는다는 점까지 추가해 계산해보면 북한의 엥겔지수 30%는 중국의 엥겔지수 7.5% 정도와 맞먹는다. 물론 이런 가설은 북한에서 살았던 경험에 기초한 대략적인 유추다.

 

하지만 7.5 때 30이라는 대비는 적어도 북한 가정이 중국 가정의 25% 수준만큼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중국 PPP는 7500달러. 그렇다면 북한은 1900달러 정도 된다는 말이다.

 

식량 뿐 아니라 북한은 거의 모든 생필품도 중국에서 들여간다. 물론 중국 가격보다 비싸야 상인들이 들여가기 때문에 북한 시장에서 생필품 가격도 중국보다 더 비싸다.

 

반면 북한이 중국에 내보내는 수출품 가격은 절대로 중국의 시장가격보단 못 받을 것이다. 비싸게 수출하고 비싸게 수입하면 이해되지만 헐값이 수출하고 비싸게 사오는 것이다.

 

식량도 중국보다 더 비싼 것을 사먹지, 생필품도 중국보다 더 비싸게 사먹지…

 

10년 전보다 액면가로 4배나 비싸진 이 물가를 어떻게 감내하는 것일까. 모든 물가가 4배로 비싸졌다는 설명도 있겠지만 이 경우 달러로 표기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도 따라서 올라가야 정상으로 보인다. 헌데 아무 노력도 없이 물가가 올랐단 이유로 1인당 GDP가 몇 배로 올라갈 수 있다면 이는 비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북한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주민들이 아주 곤궁하게 산다는 것을 감안해도 중국보다 더 비싼 저런 물가를 감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북한 PPP 1900달러 역시 나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PPP 1900달러면 타지키스탄 정도 수준이고 필리핀의 절반 수준이다.

 

타지키스탄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나라에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고 꽃제비가 떠도는 수준은 아닐 것 아닌가. 그렇다면 1900달러는 너무 많이 잡은 것인가?

 

북한에서 살다 중국에 왔을 때 눈으로 피부로 느낀 경제적 격차는 분명 4배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북한의 국민소득(PPP가 아닌 GDP개념)을 대충 400달러 정도로 본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단 말일까.

 

지금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생활수준이 급속히 올랐다. 그 성장 속도는 기록적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는 계속 몰락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열심히 장사를 해서 벌어 산다. 그 장마당에서 버는, 이른바 가정경제 부유화 속도가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부유해지는 속도를 추월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집집에 미치는 장마당의 힘이 중국 경제발전의 힘을 능가했단 말인가. 그렇게 당국에서 밟아 죽이려고 하는 와중에도? 그렇다면 장마당만 허용해도 얼마나 잘 살까 하는 생각도 뒤따른다.

 

비단 식량에만 그치지 않는다. 휴대전화 구입 열풍만 봐도 수백 달러씩 하는 휴대전화가 벌써 100만 대 넘었다고 한다.

 

북한에 부유계층이 상당히 폭넓게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물론 북한은 최근연간 빠르게 계층분화가 이뤄졌다. 부익부빈익빈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더라도 중국보다 더 비싼 물가를 감내하려면 적어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느 정도는 소득이 안받침 돼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벌써 아사자가 속출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아직 대량 아사가 발생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과연 북한 가정들에 저런 물가를 감당할 여력이 있었단 말인가.

 

설사 지금은 갑작스러운 인플레로 가정들에 저축한 여력이 있어 버틸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저런 물가를 계속 감내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시장경제학적인 해설이 필요할 것 같다.

 

북한에서 최근 갑작스럽게 폭등하고 있는 쌀값이 대량 아사의 전조를 암시하는 징후가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된다.

 

1995년 봄 나는 평양에서 1키로에 50원하던 쌀값이 불과 2~3달 만에 200원까지 올라가는 폭등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시 2~3달 뒤 대량 아사가 전국적인 범위에서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고 북한 당국은 고난의 행군을 선포했다.

 

그런데 지금은 가을인데, 벌써 쌀값이 폭등하다니…1995년의 반복은 아닐 것이라는 설명만 있어도 다행이겠다 싶다.

 

무엇인가 분명친 않지만 지금 북한이라는 계기판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지금 여느 때보다 더 세심하게 북한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원문 보기

좋아하는 회원 : 0

좋아요
신고 0  게시물신고
  • 학사대 ip1 2011-12-05 19:52:14
    북한쌀은 사실 그만큼 비싸야합니다 유기농 이니깐요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 북한쌀 ip2 2011-12-08 22:02:51
    북한쌀일까요? 시장의 70%이상이 중국쌀인걸요..유기농? ㅎㅎ 그렇긴 하죠 근데 돌이 많고 껍질이 잘 안벋겨진걸 골라먹어야 하는 번거로움또한 감수하고 먹어야죠..
    좋아요 한 회원 0 좋아요 답변 삭제
댓글입력
로그인   회원가입
이전글
北 상류층, 과시용으로 핸드폰에 아이패드까지?
다음글
"화폐개혁 이후 '북한 돈' 저축하면 조롱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