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함께 울어요'에 '묻어둔 아픔' 위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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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동포 대부분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탈북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북한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오직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편지글을 읽어 나가던 방송인 박미선(사진) 씨가 끝내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4일 저녁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탈북난민 강제북송 저지 호소 콘서트에서다. 그동안 어디에도 하소연하기 어려웠던 우리 탈북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 같아 이날 함께했던 모두가 같이 울었다. 행여나 방송에 얼굴이 나가 북에 있는 가족이 처벌될까봐 마스크를 착용했던 이들도, 중년의 남성들도, 어린 손주와 함께왔던 할머니도 편지가 낭독되던 내내 연신 눈물을 훔쳤다. 평소 TV에서 보았던 연애인들은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우리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눈물까지 흘리니 어느새 벅찬 마음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연애인들은 또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따뜻한 불빛을 향했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권을 잃어 버린 사람들이다"고 강제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할 권리'라는 얘기는 이곳 남한에서는 너무나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얘기지만, 인간의 존엄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김정은과 지도부의 권력 야망을 위해 앞에서만 '우리 인민'이라 외쳐대고, 뒤에서는 짐승처럼 취급하는 북한인권 상황을 온몸으로 체험한 우리 탈북자들로서는 너무나 가슴 벅찬 말이다. 2010년 7월 탈북했던 터라 영화 '크로싱'을 본 적은 없다. 이날 영화 '크로싱'과 함게 편집된 영상물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를 이렇게도 제대로 담았는지 또 다시 눈물이 났다. 탈북하면서 총에 맞아 죽고, 메콩강에 빠져 악어에게 물려 죽었던 이름없는 수많은 탈북자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모두가 함께 불렀던 '함께 울어요(Cry with us)'라는 노래는 고통의 장벽을 넘어 온 우리들에게 '인간의 정(情)'을 알게 하기 충분했다. 이날 함께 했던 연예인들이 무대에 올라 "저는 탈북자들과 함게 울겠습니다"라고 다시 한 번 약속해줬다. 마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같이 울 수 있다는 가족이 생긴 기분이었다. 북송이 두려워 마음에도 없는 중국 사람에게 팔려가고, 성매매까지 강요 당하는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들의 묻어둔 아픔이 이날 행사를 통해 어루만져 준 기분이 든 것은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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