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한복판에서 살해되는 공안간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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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최근 주민통제와 감시, 처벌을 담당하고 있는 보안서(경찰) 고위간부들이 피살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핵심계층만 거주해 치안이 가장 좋은 평양 중심부에서도 보안서 간부들이 살해되고 있다.
1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올 초 평양시 동대원구역 보안서 감찰과장이 집에서 노모와 부인, 자녀들과 함께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김정일 애도기간 중 평양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파장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체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을 감시하는 감찰과의 특성상 원한 관계에 의한 복수극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도 평양시 평천구역 보안서장이 밤에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괴한이 휘두른 도끼에 맞아 사망했다.
구역 보안서장은 대좌(총경)급으로 한국의 경찰서장에 해당하는 고위 간부다. 이 사건 역시 원한에 의한 복수로 보인다.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보안서의 이호식 수사과장도 지난해 11월 관내 불법 영상물 시청을 단속하던 중 괴한이 휘두른 도끼에 맞아 크게 다쳤다.
삼지연군은 북한이 혁명성지로 추앙하는 백두산과 김정일 생가가 있는 곳으로 특혜를 많이 받아온 지역이다.
양강도에선 지난해 6월에도 백두산 답사를 위해 왔던 군 정치장교 양성소인 김일성정치대학의 강좌장(준장급)이 도끼에 피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김정은의 지시로 특수 수사팀이 꾸려졌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숨진 강좌장이 갖고 있던 돈과 신분증, 휴대전화 등이 없어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에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밤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수남구역 전 보안서장이 괴한들이 던진 돌에 맞아 숨졌다.
북한에선 권력기관 종사자 살해는 체제에 도전하는 중대한 정치적 범죄로 간주된다. 일가친척들까지 가혹한 연좌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이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범죄였다.
따라서 보안서 간부들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늘고 있는 것은 주민들의 원한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안서는 특성상 일선에서 주민들과 직접 부딪치는 역할을 떠맡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을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다.
한 탈북자는 "보안서나 보위부 종사자들은 주민들을 악착같이 갈취하지 않고선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라 평소 원한을 살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하급 보안서원이 살해되는 정도는 아예 이야깃거리도 못돼 그 지역에서만 쉬쉬할 뿐이라고 한다.
김정일 애도기간 공권력을 향한 연쇄살인사건은 타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대북인터넷사이트인 데일리NK의 1월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무렵 공안기관 간부 4명이 연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함경북도 청진에서 국가안전보위부 간부 1명, 도 검찰소 간부 1명, 도 인민보안국 간부 2명 등 총 4명의 간부가 살해당했다.
특히 보위부 간부의 시체 옆에서는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는 내용의 쪽지까지 발견됐다고 한다.
데일리엔케이에 소식을 제보한 소식통은 일반인이 아닌 공안간부를 4명이나 살해한 점으로 미뤄보아 개인 소행은 아닐 것으로 북한당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함경북도 간부들이 심각한 충격에 빠졌다"면서 "간부들이 겉으로는 ‘반드시 잡아 족치겠다’며 분노하면서도, 돌아서면 무척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뉴데일리는 이달 4일 역시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북한 고위 간부들의 피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를 ‘간첩 소행’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최근 함흥, 청진, 평성, 단천, 김책 등에서 간부들이 피살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현재 주민들에 ‘간부 피살 사건은 간첩 소행이다’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또 “노동당은 ‘각 지역에 있는 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직원과 가족에 대한 테러는 반공화국 책동자들의 모략이기에 철저히 조사하여 처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특수부대 출신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은 자신들의 가족이 죽임을 당하자 북한 간부 살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탈북자들이 살해에 가담한다는 소식의 진위여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
보안서 간부들이 피살될 정도로 내부 기강이 흐트러지면서 북한의 범죄율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군인 범죄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양강도 국경경비여단 보천군대대 화전중대장이 마약과 내부 비밀을 중국에 넘기려다 소대장과 함께 체포됐고, 같은 달 평안남도 평성시장에서 굶주린 병사가 빵을 주지 않는다고 장사꾼 할머니를 대낮에 몽둥이로 때려죽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해 6월 7일 혜산시 성후동 기차터널 입구에서 군인 5명이 만취 상태에서 주민 1명을 도끼로 살해하고 일본산 자전거를 탈취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역시 같은 달 2일 혜산시 마산동 지구사령부 소속 교도중대 군인 2명이 민가에서 밥을 훔쳐먹다 몽둥이에 맞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신의주에선 지난해에 중학교 6학년(만 16세) 학생이 10살 소학교 여학생을 죽이고 양쪽 귀를 잘라낸 사건이 벌어졌는데, 조사 과정에 자기가 한국 성폭력 영화를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해, 이를 미루어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성폭력 관련 한국 영화도 북한에 대거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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