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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에서 재미보는 기업들을 주목하라
북한RT 2012-04-25 08:20:24 원문보기 관리자 866 2012-05-02 02:05:15

(앞글에 이어)

 

  2) 특구 진출은 OK, 다른 지역은 NO

 

  앞서 살펴 본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한국 경제와 기업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급작스러운 북한의 붕괴이다. 이때 붕괴 시기나 당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실례로 김정은 체제가 최소한 5년 이상 경제개혁을 진행한 상황이라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정치 체제는 무너져도 북한 주민들이 월급 받고 가족을 부양하는 경제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또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중국이나 한국 등으로의 대량 탈북이 불가피하다.

 

  한국이나 국제사회가 그때 가서 북한 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공장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한다고 해도 대량 탈북은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급히 공장만 지어서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발전소 철도 도로 항만과 같은 생산을 위한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를 완전히 새로 구축하다시피 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야 급작스럽게 인프라를 건설하려 하면 비용은 둘째 치고서라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북한 주민들이 그때까지 참아줄리 없다. 능력 있는 젊은 청년층부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고향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이나 한국 등 타향에서 직업을 얻고 1~2년 정도 자리 잡으면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젊은이들이 떠난 북한 지역의 동공화(洞空化)야 말로 우리가 통일 이후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다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 쳐도 동공화만큼은 수십 년이 걸려도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독의 사례가 그러하다. 서독이 아무리 천문학적인 비용을 퍼부어도 젊은 세대가 떠나간 동독 지역을 일으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대다수 동독 지역은 노인들만 남은 한국의 농촌지역처럼 변해버렸고 좀처럼 부흥하지 않고 있다.

 

  북한 지역 부흥에 실패하면 한국 경제도 함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북한 붕괴에 따른 한국의 정세 불안으로 외국 투자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파국적 상황은 오히려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

 

  북한의 동공화는 한국 경제로서는 내수시장 확대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한의 고도성장의 혜택도 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거기에 북한 경제를 회생시킨다거나 주민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기 위해서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만일 북한과 통일을 한다고 할 경우 수 조 달러의 국민세금을 투자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붕괴된다고 가정했을 때 북한과 나아가 한국 경제의 미래는 불과 2~3년 안에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붕괴 시점에 최소한 북한 내부에 기본적인 경제적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하며 초보적인 인프라 역시 미리 구축돼 있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 북한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서도 유관국들이 주도하는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한 시점에 즉각적으로 기업들이 북한 지역에 곳곳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업들은 한국 기업일 수도 있고 다국적 기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업에 취직해 월급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면 북한의 노동인구의 대량 탈출은 방지될 수 있고 결국 북한의 파국적 동공화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시대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첫 번째 시나리오도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그리 나쁘지는 않다. 지금 상황의 현상유지인 셈이다.

 

  다만 한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은 개성공단과 같은 제한적 지역에 한해 아주 제한적으로 조금씩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볼 때 이것은 차선은 될 수 있을지언정 최선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최선은 앞서 말했듯이 북한을 고도성장으로 유도하고 그 흐름에 한국 기업들이 올라타 남북이 윈윈하는 것이다.

 

  당분간 북한은 김정일 유훈을 강조하며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정권과는 어떠한 거래도 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남북 사이에 급격한 경제 교류확대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 개혁개방으로 나가려 한다면 중국 기업보다는 한국 기업이 기회를 먼저 잡아야 한다. 북한이 문을 활짝 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제한적 특구 전략만 써도 나쁘진 않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든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실적은 계속 상승세이다. 그러니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리스크가 많이 사라진다고 하면 분명히 북한 진출 기업들에게는 더욱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특구가 확대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도 고려해볼만하다. 특구 안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생산조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개성공단에 초기 진출한 의류업체 ‘신원’을 살펴보자. 신원의 박성철 회장은 지난해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가 한국 근로자보다 낫다"고까지 평가했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신원의 여직원들.

  한국 공장보다 옷을 만들면서 버리는 비율(로스율)이 훨씬 낮다는 것. 공장의 불량률은 거의 제로이며 옷 1000벌의 오더를 내고 원단을 보내면 1010벌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는 지난해 현재 모두 1250명의 북한 근로자가 근무한다. 이들 가운데 80%가 여성이다.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30세 미만으로 젊고 24%는 대졸자로 교육수준이 높다.

 

  이들의 한 달 월급은 기본급 57달러에 잔업수당을 포함해 평균 90달러다. 박 회장은 "현재 중국 노동자 한 달 월급이 250달러, 인도네시아는 200달러 수준"이라며 "7개국에 있는 신원의 다른 공장들보다 개성공장의 복리후생비가 높지만 이를 감안해도 좋은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근로자의 특징은 숙련도가 높고 목표달성 의식이 뚜렷한 것. 그는 "최근 6년간 북한 노동자들이 이직하지 않아 숙련도와 기술수준이 최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성공단 직원들이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가 강해 점심시간도 조금씩 양보해 일을 한다"고 그는 전했다.

 

  신원은 지난 7년간 한반도에 어떤 풍파가 닥쳐도 한 번도 생산을 중단한 적이 없다. 지난해 김정일 사망이 발표된 다음날인 20일에도 이 공장에서는 5000벌의 옷이 생산됐다.

 

  신원의 사례는 북한 진출을 꿈꾸는 다른 기업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현황(매년 연말 기준)

구분2005년2006년2007년2008년2009년2010년2011년가동기업수18306593117121123방문인원(명)40,87460,999100,092152,637111,830122,997114,43

출처 : 통일부 :   기타 자세한 개성공단 통계는 http://www.unikorea.go.kr/CmsWeb/viewPage.req?idx=PG0000000240
  

 

  그러나 특구 이외의 지역에서 개별적 기업들이 들어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커 현재론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개성공단에도 아직 남과 북 사이에 합의해야 할 법률적 미비점이 많은 상황에서 다른 곳에 진출하면 법적 도움을 거의 받기 힘들다고 봐도 된다. 또 통행, 통신, 통관의 이른바 3통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복잡한 북한의 권력구조와 부패 환경도 기업의 발목을 크게 잡는다.

 

  이런 점에서 한때 북한에 진출했던 중국 투자자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진선봉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한 중국 사장은 "벌이는 나쁘지 않은데 매일 공짜상이 너무 많아 손 털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각급 노동당 보위부 보안서 행정위원회 등 북한에 존재하는 그 많은 권력기관의 간부들이 친구들까지 데리고 계속 찾아왔고, 공짜상을 거절하면 갖고 있는 각종 권력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했다. 결국 뇌물성 지출이 순익을 넘어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북한의 특구 전략을 고수하는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은 이러한 특구 지역 내의 제한적 진출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전경

  하지만 한국이 통일까지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북한에 진출하려면 이러한 특구만으로 만족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의 고도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남북이 더불어 윈윈하기 위해서, 나아가 통일을 위한 영향력 확대와 급작스러운 체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북한 진출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 혼자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기업 혼자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정부와 기업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긴밀히 협조하고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항해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극에서 극으로 오가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전략적 전진도 이룰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거대기업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강산 관광 사업에 진출했던 현대그룹의 몰락이다. 2008년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은 현 정권의 대북정책 5년의 첫 단추를 꿴 상징적 사건이다. 북한은 김정일까지 직접 나서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감도 표명했고 현장 조사에도 응했지만 결국 먹혀들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을 전임 정권에 의한 대북 퍼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여겨온 현 정권 당국자들에게 있어 금강산 관광은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을 잘못된 일이었다. 이런 기조는 집권 5년 내내 이어졌고 결국 이 기간 남북 경협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북한의 경제개혁 유도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의지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적어도 두 가지는 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당국의 개혁 의지와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이며, 두 번째는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의 변화다.

 

  북한의 개혁 의지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김정은 체제가 생존하려면 결국 유일한 해법은 경제 회생밖에 없으며 경제 회생을 하려면 경제 개혁과 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제적 환경과 한국 정부 및 기업의 의지까지 더해지면 북한의 변화는 훨씬 더 빨리 또 크게 일어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 변화의 핵심은 북핵이다. 북핵의 핵심은 북미관계다. 현재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골이 깊은 상호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폐기시키려면 미국은 최소한 6.25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북미 외교관계 수립과 동시에 만족할만한 경제적 지원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미국이 이런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고 해도 북한이 핵을 폐기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장담키 어렵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도 현재의 대내외의 환경을 가지고선 경제개혁을 성공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개혁의 성공 여부가 체제의 생존문제로 직결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 북한이 갖고 있는 핵 카드의 가격은 점점 싸질 수밖에 없다.

 

  북미간의 핵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대외적 위협 해소로 자신감을 얻은 북한이 경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더 바랄나위 없겠지만 이는 한국 정부나 기업이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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