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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첫 영농법인 "희망을 심었어요"
한국일보 2012-05-21 21:06:00 원문보기 관리자 1793 2012-05-22 00:08:17

경기 이천에 땅 매입하고 수익성 높은 농산물 재배
우선 고구마·콩에 주력
"언제든 와서 함께 일하고 쉴 수 있는 공간 만들 것"

 

 

18일 오후 2시 경기 이천시 율면의 한 농촌. 4,000㎡ 면적의 밭을 가득 채운 고구마 모종들이 곧 죽을 것처럼 하나같이 축 처져 있었다. 하지만 모종 상태를 보러 온 장호철(49·가명)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이렇지만 앞으로 잘 자랄 겁니다. 원래 이런 종자거든요."

 

장씨와 함께 나온 김성현(38·여·가명)씨와 강영애(46·여)씨, 고영숙(37·여)씨 등은 이 말을 듣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 밭이 우리 법인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제 시작이죠."

 

이들은 정확한 표준어를 구사했지만 네 명 모두가 탈북자들이다. 저마다 대한민국에서 힘겨운 삶을 헤쳐온 이들이 최근 천지영농조합법인이란 이름으로 한데 뭉쳤다. 천지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설립한 첫 번째 영농법인이다.

 

탈북자 영농법인 설립은 대표를 맡은 김씨의 오랜 바람이었다. 9년 전 탈북한 김씨는 인천에서 피부관리숍 등을 운영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틈틈이 학원에 다니며 부동산에 대해 공부했다.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탈북자들과 농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지난해 율면에 영농법인을 세울 땅 1,800㎡를 매입했다. 노는 땅이 많아 주변 농지 약 16만㎡도 손쉽게 임차했다. 김씨는 "브로커한테 탈북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남는 것은 몸뿐이라 남자는 막노동을 하고, 여자는 유흥업소에 나가게 된다"며 "농사 경험이 풍부한 탈북자들이 농업을 통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출신이 다르고 탈북 시기도 제 각각인 이들이 하나 둘 김씨 옆에 모여들었다. 북한에서 농업에 종사한 장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약속시간에 맞추지 못해 북에 두고 온 아들(15) 걱정으로 속이 타 들어가도 장씨는 먹고 살기 위해서 지난 2년간 공사판을 전전했다. 농촌에 정착하고 싶었지만 임대아파트는 도시에만 있는데다 가진 돈이 없고, 땅도 없는 그가 할 일은 막노동 일뿐이었다.

 

함북 온성에서 5년 전 탈북한 강씨는 요양병원에서, 원산이 고향인 고씨는 2년 넘게 식당에서 일하며 북에서 데리고 온 자녀들의 생계를 챙겼다. 강씨는 "탈북자들에게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남한에서 처음으로 희망이 생겼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각계의 도움으로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다. 약 2개월 만에 저온저장고 세척장 숙소 등을 건축하기 위한 인ㆍ허가를 마쳤고, 이제 착공을 앞두고 있다. 취지에 공감한 경기도와 이천시가 2억7,200만원의 사업비 중 60%를 영농지원금으로 보태준 게 큰 힘이 됐다. 이천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는 무료 건축설계를 연계해줬고, 이천경실련도 전문가를 소개하는 등 앞장서 도왔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도 영농자금 2,000만원을 지원했다. 율면농협은 영농에 유리하도록 기꺼이 김 대표를 농협조합원으로 받아줬다.

 

천지 조합원들은 올해 수익성이 높은 고구마와 콩 재배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작물들이 풍성한 열매를 맺으면 내년에는 더 많은 탈북자들에게 영농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여건이 안돼 농업을 선택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이 많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희망은 이미 보았다.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 공지를 한 것도 아닌데 서울 인천 수원 등에서 15명이 나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알음알음 찾아 온 것이다. 당시 한 60대 탈북자의 말은 김씨의 가슴을 때렸다. "굳이 여기까지 왜 오셨냐?"는 물음에 그는 "아직도 북에 있는 아들 딸에게 돈 보내려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제대로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현실"이라며 "그들이 언제든 와서 일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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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패 ip1 2012-05-24 13:19:30
    화이팅 보냅니다. 악착같이 노력해서 꼭 성공의 열매를 맺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꼭 성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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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산 ip2 2012-05-24 16:36:58
    먼저 축하드리고...꼭 성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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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mtek ip3 2012-05-28 21:43:55
    시작이반이란말이있음니다그리고이천그곳은땅이참좋슴니다 물도좋고 해서 강을이용할수도있어더욱좋은곳임니다꼭성공하시기를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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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mtek ip3 2012-05-28 22:01:43
    교통이좀불편한것이험이지만 현대전자가그곳에(현 하이닉스)있지만 반도체를주로생산하고있지요한때는반도체로 동남아주문도다못해주는 즐거운비명을외칠때도있었음니다그러다가 너무욕심을부려 삼성황새를따라갈려다 가랭이가찢어져서이제SK가인수받아 이제흑자를올린다는소식을접하고있지요그공장하고도협조해보세요 그러면청주공장하고도연결될수있을것임니다 저도옛날에그곳에근무한적이있지요 아무튼성공을바람니다과도한욕심은버리시고과욕은실패의워인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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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날 ip4 2012-06-03 15:17:18
    넘 좋은 일이네요..어릴땐 농촌지원 나가던생각나네요..배고프고,춥고,힘들고..그러나 님들이하는일이라면 성수나서 도와주고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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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님 ip5 2012-06-07 01:07:06
    이런분들이 진정한 탈북민들이십니다.. 누구처럼 펜대놀음 하는 사람보단 백배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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