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일신용은행, 신용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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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과 외국인이 외화를 저금하는 제일신용은행의 저금 안내표가 공개됐습니다.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에 의해 최근 인터넷상에 공개된 북한 제일신용은행의 외화저금안내문에는 보통예금과 정기적금 두 가지의 저금 방식이 소개돼 있습니다. 연 이자율은 보통예금이 1%, 정기적금이 가입 기간에 따라 2.5%부터 많게는 9%까지 다양합니다. 북한 전문 블로그 ‘North Korean Economy Watch’에 소개된 제일신용은행의 안내문에는 사용자를 위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경영전략과 자금관리에서 신용을 제일 생명처럼 여기고 있으며 개인저금잔고를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거나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금자들은 저금하는 날 혹은 저금 만기 전 임의의 날에 이자를 먼저 찾아 쓸 수 있으며 저금 만기일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저금한 돈을 전부 되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자본주의가 잘 발달한 나라에서는 은행이 이용자를 위한 가입 조항이나 안내문으로 수십 개의 조항을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제일신용은행 안내문에는 3개 조항 밖에 없습니다. 북한 돈이 아닌 외화를 예금하는 은행인 제일신용은행의 저금 상품에는 평양 시민 외에 비거주 외국인도 가입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달러나 유로, 엔, 파운드 등의 외화로 예금을 들 수 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와 50년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제일신용은행처럼 북한에는 대동신용은행이나 동북아시아은행 등 합영 은행이 몇 개 있지만 실제 영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워싱턴에 정착한 한 탈북자도 북한에 은행이 있기는 해도 북한 주민들이 은행을 찾는 일은 별로 없다고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은행에 저축을 할 만한 여윳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은행을 신뢰하지 않아서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 탈북자는 은행의 주요 고객인 북한 주민조차 은행을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북한 정권이 ‘신용’이라는 단어를 은행 이름으로 사용하는 이유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따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업체나 개인, 정부 간에 금전거래를 할 때 신용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북한이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 체제를 흉내내는 모습은 전자카드 결제방식의 도입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2010년 말 조선무역은행이 발행한 ‘나래’나 고려은행이 발행한 ‘고려’ 전자결제카드는 북한의 호텔이나 상점에서 현금 대신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지난 3월 싱가포르의 경제 전문가를 초청해 자산운용이나 부채관리 등에 대한 연수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당시 행사를 주관한 민간단체‘조선 교류’는 최근 북한의 지식인 사이에서 자본주의 금융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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