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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한 및 창작 가요 500곡 금지곡 지정
데일리NK 2012-07-13 15:43:18 원문보기 관리자 807 2012-07-17 09:08:48


북한 당국이 최근 들어 남한 노래와 남한 멜로디에 북한식 가사를 붙인 노래 등 500여 곡을 금지곡으로 선정하고 일선 보안서에 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내 한류(韓流)에 대한 당국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 영상은 평양 모란 전시장 식당에서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는 김 모 씨가 손님들 앞에서 기타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반주되고 있는 곡목은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내부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요의 출처를 확인한 후에 남조선 노래이거나 남조선 창법으로 된 곡 등 노래, 북한 영화 주제가 등 500여 곡을 금지곡으로 선정했다"며 "인민보안부가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이전에도 109상무 등을 통해 남한 노래를 단속해왔지만 이처럼 금지곡으로 선정해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소식통은 "금지곡 중에는 우리(북한)가 제작한 '봄날의 눈석이' '임꺽정' '춘양전' '사랑 사랑 내사랑' 같은 영화의 주제가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미 2006년부터 전통 사극(史劇)에 대한 시청을 금지시킨 상태다. 소식통은 "봉건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고전적인 영화이지만, 봉건시대 관리들이 백성들을 억압하는 행태가 마침 요즘 세태와 비슷하다. 영화 때문에 간부들에 대한 비난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금준미주(金俊美酒) 천인혈(天人血)'이라는 시를 읇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밝힌 남한 관련 금지곡은 남한 노래, 노가바(노래가사바꿔부르기, 남한곡에 북한식 가사), 창작곡(남한풍) 등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북한에서 유행하는 대표적인 남한 노래는 아침이슬(양희은), 친구(안재욱), 잡초(나훈아), 아파트(윤수일), 당신은 모르실거야(혜은이), 이등병의 편지(故김광석) 등이다. 북한 주민 가운데에는 이 노래들이 남한 노래인지 모르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는 북한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남한 가요이다. 

노가바의 대표적 곡은 1985년 발매된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을 꼽을 수 있다. 북한 당국이 가사를 바꿔 보급한 것으로 원곡의 마지막 소절인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을 '주체의 주체의 바람'으로 바꿔 놓은 식이다. 하지만 비공개 모임에서는 남한 가사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1994년에 발매된 김창남의 '선녀와 나무꾼'은 김영삼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노래 가사를 바꿔 DVD로 보급하기까지 했다. 북한 북극성메아리악단(북한 대남방송사)이 남한 가수로 위장해 대통령을 비방한 것처럼 제작했다. 

원곡의 "하늘과 땅 사이에 꽃비가 내리던 날, 어느 골짜기 숲을~"이란 가사를 "청와대 김서방님 골이 쑥 빠졌당께. 딸라에 미쳐 엔에 녹아~"로 바꿔 부르다. 남한이 미국 사대주의로 망했다는 것을 선전하자는 차원이었지만, 주민들은 노래의 김서방이란 표현을 김일성, 김정일을 염두해 두고 불러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후문이다. 당국은 2006년 들어 선녀와 나무꾼 DVD에 대한 수거 지시를 내렸다.  

북한 자체 창작곡 중 금지곡은 북한 일반 가요의 고음 위주의 창법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중저음 대로 이뤄진  서정적 묘사를 주로 한 노래들이다. 가사는 우정, 사랑 등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러기야 나를 실어다 주렴" "둥근달을 바라보니 고향이 그립네" 등의 가사가 흔히 나타난다. 

남한 가요를 가사만 바꿔 부른 노래들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고려호텔 소속 여가수인 신은주가 부른 노래들이 음반으로 제작돼 판매됐기 때문이다.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우리 수령님 모습' 등으로 바꿔불러 당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남한 노래는 과거에 비디오테이프, DVD 등으로 확장성이 약했지만 최근에는 MP3와 MP4, USB를 이용하기 때문에 쉽게 복제가 가능한 실정이다. 청소년 층에서는 남한 노래를 모르면 왕따를 당할 정도이다. 당국이 단속에 나서면서 남한 노래가 공개 장소에서는 사라지겠지만 개인이나 소규모 모임까지 단속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소식통은 "보안원이 남조선 영화나 음악을 아무리 단속해도 여러 수완을 동원해 볼 것은 보고 들은 것은 듣고 있다"며 "아무리 (한류를) 막자고 해도 어디까지 틀어 막을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최송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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