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신호탄 쏜 최고사령부 통해 최후통첩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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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사령부가 우리 정부에 '최후통첩장'이라는 형식으로 "대화와 협상을 원한다면 적대행위에 대해 사죄하라"고 통고해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부 시민단체의 반북(反北) 퍼포먼스에 대한 반발차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앞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기구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북한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 한반도 긴장국면의 시발점은 최고사령부 성명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지난달 5일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해 김영철을 내세워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한 뒤 대남·대미 핵위협 등 전쟁분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천안함 폭침사건 3주기(3·26)에 최고사령부 명의로 성명을 내고 "모든 야전 포병군 집단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진입시킨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군이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한 것은 처음으로 이후 국지도발 및 전면전 가능성이 확산됐다. 이처럼 북한은 최근 한반도 긴장상황의 기로마다 '최고사령부'를 내세웠다. 때문에 북한이 최고사령부의 최후통첩을 통해 우리 정부의 반응을 살핀 뒤 대화에 나설지, 아니면 대남 위협강도를 높일지를 결정하기 위한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고사령부가 '정전협정 백지화', '서울·워싱턴 불바다' 등과 같이 우리 정부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일부 단체의 활동을 문제 삼으며 비난 '톤'을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 정부에 더 진전된 '대화 제의'를 촉구한 것이란 관측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기본적으로 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느낌은 최후통첩이지만, '대화와 협상'이라는 얘기를 한 것은 대화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를 초강경 기조로 이어왔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려는 것"이라며 "3월에 비해 위협 톤이 낮아졌고, 남북관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구인 최고사령부로 격을 높인 것은 한국에 다시 한 번 '대화의 공'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군부의 최고 기구인 최고사령부로 '격(格)'을 높여 대화의 조건을 내세운 것은 우리 정부를 압박해 향후 전개될 국면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정부 당국자가 최고사령부의 대화 조건으로 사죄요구를 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온당치 못한 처사"라면서 "북한의 노림수에 대해 굳이 판을 키워줄 필요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달리 최고사령부가 나선 만큼 무력도발로 가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사죄'를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첩장은 "예고 없는 보복"을 위협하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대남 위협 톤은 낮아졌지만, 한국이 사과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북측이) 명분을 얻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군사적 위협이나 실제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어 "최고사령부가 '대화와 협상'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지만, 대화 의지는 강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해 대화 재개 시 유리한 국면을 선점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분석했다. 최후통첩이 일부 시민단체의 반북 퍼포먼스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북한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 체제의 특징상 단순한 충성경쟁 차원의 입장 발표일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북한 체제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예민하고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화 자체를 거부해 왔다. 특히 일천한 경력과 어린 나이라는 약점이 있는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 등극해 당·군에 대한 인사 등을 통해 권력을 다잡고 있지만, 북한 내 민심은 극도로 악화됐다. 한류를 비롯한 외부정보가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남한 내 언론 등의 보도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조종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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