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자존심보다 '실익' 택해…남북관계 훈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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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폐쇄 위기에 놓였던 개성공단에 대한 정상화 합의서를 채택하면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에 당분간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남북 간 실무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과거와 달리 회담 개최에 적극성을 보이고 우리 정부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드려 합의서가 타결된 만큼 향후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었지만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7일 7차 실무회담을 제의한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달러박스'를 챙기고 중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번 회담에서 변화된 태도를 보였지만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지원과 대외 관계 복원이 절실하다는 측면에서 이런 유화적인 태도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장거리 미사일과 올초 3차 핵실험 등으로 시작된 중국의 대북제재가 지속됨에 따라 북한이 느끼는 압박은 적지 않았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지난 5월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관계 복원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지난달 27일 전승절 기념 행사 참석차 방문한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 부주석에게 관계 복원과 김정은 방중 등을 타진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대외 정책을 펴왔고 이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서 한반도 안정이 일순위이고 한반도 안정은 남북관계 개선을 의미한다. 때문에 북한이 중국의 압박을 완화시키기 위해선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등과 만나 관계복원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얻어낸다는 목표로 남북관계 복원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에 유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국에 김정은 방중을 타진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북한의 입장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중뿐 아니라 미북관계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정부 또한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 적극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이산가족 상봉과 DMZ 평화공원을 공식 제안한 만큼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이 보다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남북관계 개선 속도는 보다 빨라진다. 물론 북한의 이산가족상봉 수용 여부가 관건이지만 현재 북한의 대내외 상황을 볼 때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보다 많은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이산가족 상봉 조건으로 그동안 내세워 왔다. 특히 김정은이 치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 원산 관광특구 사업은 막대한 외화가 필요하고 해외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만큼 현재와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15일 데일리NK에 "북한이 예전과는 달리 개성공단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이 가장 커 보인다"면서 "공단이 정상화가 될 때까지 국제사회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한 만큼 북한은 과거처럼 개성공단을 협박 카드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평화공원 건설과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도 도발보다는 군(軍) 차원에서 비난 성명을 내는 것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과거 북한이 남북한 합의를 깨던 사례가 많은 만큼, 북한의 태도를 보다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북한의 내부 정치 논리로 대외 관계를 재차 긴장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향후 긴장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원칙을 최우선 중시한다는 점도 남북관계의 부침(浮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에서도 원칙을 내세워 폐쇄 직전까지 치달았지만 어렵사리 타결됐다. 향후 경제협력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 재정립' 기조를 유지할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 다시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 연구관은 "남북이 문서로 재발방지만 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질적인 관계 개선을 논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이득만 추구하고 돌아설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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