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은 탈북자들 '조상묘' 돌보지 못해 안타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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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회사)원 권 모 씨는 추석에 여러 산소에 가야 해 새벽같이 일어났다. 새벽에 정성들여 만든 제사 음식을 챙긴 권 씨는 선친 산소와 지난해 한국에 간 친구 가족의 산소 두 곳을 둘러봤다. 전날 미리 벌초를 해놨어도 여러 곳에 제사를 지내야 했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렀다." 함경북도 소식통이 데일리NK에 전해 온 북한 주민 권 모 씨의 추석 당일 아침 모습이다. 최근에는 이같이 남한으로 간 탈북자들의 조상묘를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이나 지인들이 대신 관리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친구나 지인의 도움으로 조상묘 벌초도 하고 술 한 잔 올릴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과거에 비해 최근 몇 년간은 가족 단위 탈북이 증가하고, 친척들의 탈북을 숨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관리되지 않는 묘도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추석이다. 북한에서도 추석은 한해 동안 가꾼 곡식들을 정성들여 만들어 조상들에게 올리고 차례를 지낸다. 조상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날 만큼은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해 명절 분위기를 즐긴다. 하지만, 추석만 되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북한에 두고 온 조상묘를 돌보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에 편안한 명절을 보내지 못한다. 특히 북한에 가족을 남겨 두지 않고 가족 단위로 온 탈북자들의 심경은 더 복잡하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 탈북자 채선희(46) 씨는 데일리NK에 "추석 명절이 되니까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으로 쓸쓸한 마음이 든다"면서 "형제들이 모두 왔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했는데 추석이 되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심경을 전했다. 채 씨는 이어 "추석날 아버지 산소를 돌보라고 아는 지인에게 부탁은 했어도 어떻게 제대로 했는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서 "벌초하고 술 한 잔 올리고 왔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고, 제사는 이곳에서 지내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탈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 한 탈북자는 "밤에 가족 모두가 탈북을 해왔는데 그 때 상황에서는 조상들의 산소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하고 떠났다"면서 "올해 추석에는 부모님 산소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탈북자 한명애(50)씨는 "가족 모두 이곳에 다 오다보니 부모님 산소에 갈 식구가 없어 마음은 쓸쓸하지만 부모님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면서 "해마다 임진각에 가서 술 올리고 절을 하고 통일된 후 꼭 찾아 뵙겠다는 약속도 드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한국에 정착한 많은 탈북자들은 추석이 되면 고향에 대한 향수와 부모님들과 조상님들의 묘에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죄스러움 때문에 북한 땅과 가장 가까운 임진각을 찾아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강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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