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으로 풍요로워지는 나의 삶 - 여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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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모두 서울 생활을 한 지도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는 풍월을 읊는 정도가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름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귀순이후 일정기간 정부시설에 머물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대한 기초교육을 통해 적응력을 키워 나갔다. 사회에 배출된 후에는 북한에 있을 때 유치원 교양원(교사)생활을 했던 경력을 살리기 위해 1995년 3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만큼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친구들일 것이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되는 것은 어려울 때마다 나를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친구들의 우정이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지금 나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학교생활을 처음 해 나가면서 다소 거칠고 융통성이 없던 나의 성격은 많이 부드러워졌다. 처음에는 탈북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낯선 사회 분위기에 대한 생소함과 갑작스런 변화에 따른 의식의 혼란으로 사고자체가 경직되어 있었다. 자연히 이 곳에서 사람들과 융화되기 힘들었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데 시간 또한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4년간의 대학생활에서 교수님,동료,선후배들을 통해 대인관계의 유연한 대처능력을 깨닫게 되었고 점차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갔다. 이러한 소득은 단순히 책과 수업을 통해 얻어지는 것 보다 훨씬 값진 것이었으며 지금 사회생활을 무난히 나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4년간의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쳤다. 물론 우수한 성적을 기대하기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끝에 1999년 8월에는 영광스럽게도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치원교사 2급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졸업하고 어느 한 유치원에 보조교사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나름대로 대학생활을 통해 전공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다른 교사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잘 해 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보조교사라는 꼬리를 떼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비록 내 개인적인 자격지심일 수 있겠지만 북한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한참을 상심했지만 결국 이렇게 있어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래 나를 받아주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더 실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내 인생을 개척해 나가자고 다짐하면서 정식으로 유치원교사 임용시험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새로 다지면서 금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험공부에 뛰어 들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도 들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 꼭 보란 듯이 해내고 말 거야 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특히 어머니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셔서 도시락을 꼭꼭 챙겨주셨고, 내가 힘겨워 할 때마다 북한에서 이곳으로 넘어오던 각오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거야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드디어 12월에 인천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유치원교사 임용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좀 더 짜임새있게 공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내년에는 재도전해서 바라던 바를 반드시 이루고야 말 것이다. 2000년 금년 한해는 스스로를 시험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던 한 해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욱 뜻깊은 한 해이기도 했다. 나와 한 평생 미래를 같이 할 짝을 만난 것이다.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보살피면서 인생을 설계해 나가기로 약속을 하고 밝아오는 새해 1월 14일 결혼하기로 했다. 한 남자의 아내요 며느리로 살아갈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결혼이란 참으로 그 동안의 생활과 다른, 또 다른 인생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를 보살펴주시고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젠 정말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중요했던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약속드리면서 이 글을 맺는다 2001년 1월 여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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