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박호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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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67년 1월 양강도 혜산에서 태어나 고등중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경제관리가 되기 위해 원산에 있는 정준택 경제대학에 입학하였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회주의 경제이론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깨닫고 난 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강렬할 욕구를 억제할 길이 없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드디어 1997년 3월 대한민국에 도착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에 도착할 당시의 내 마음은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게 된 데 대한 기쁨과 낯선 세상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이 교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가는 곳마다 여러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해 주어 다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나는 수원에서 이곳 생활을 시작하였다. 체제와 이념이 다른 곳에서 정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속에서 첫 발걸음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일정한 직업없이 정부에서 주선해주는 강연 등을 다니며 생활비를 마련했으며 이러한 기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 사회를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자본주의 사회를 처음으로 접하는 나로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 한국사회에서의 생활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학연이나 지연도 없고 부모형제나 친척도 없어 우울하게 보내야 하는 날도 많았다. 수소문 끝에 이모를 찾았지만 그렇다고 주변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명절이 되면 북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 때문에 외로움은 더욱 컸다. 한 번은 동네사람들 사이에 "일자리가 있으니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내용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나를 소개해 달라고 하니 그들은 그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거절하는 것이었다. 순간 비참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 능력을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도 없고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괴로울 따름이었다. 1998년 8월 나는 여기저기 뛰어다닌 결과 다행히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 사장님의 배려로 취직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맡은 일은 반도체 장비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반도체 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고 직장 동료들과의 인간관계도 원만치 않아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동료들 중에는 "그 어려운 반도체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며 비웃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고 일을 배웠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관계는 쉽게 나아지지가 않았다. 우선 내 책임이 컸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못하고 날카로워진 신경을 그대로 드러내며 제멋대로 행동하여 회사에 피해를 준 것도 있었다. 특히 직장상사에 대한 예의범절을 몰라 내 비위에 거슬리면 상사들이나 선배들에게 화풀이도 하였다. 회사 내에서는 정말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한동안은 그렇게 지냈다. 직장생활을 6개월 정도 하고보니 업무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고 직장동료들과의 인간관계나 직장 내 예의범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해왔던 나의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랐다. 그래서 지금의 생활을 바꿔야겠다는 굳은 각오를 가지고 직장생활에 임하였다. 성격도 고쳐 나갔으며 일도 더 열심히 했다. 때로는 밤잠도 설쳐가며 업무와 관련된 지식을 쌓아갔다. 그에 대한 노력의 대가일까 아니면 운이 좋아서일까? 금년 4월에는 과장으로 승진하는 영광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승진소식을 접하고는 너무나 기뻤다. 내가 이 땅에 와서 내 힘으로 이룩한 결실이 아니던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직장동료들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제서야 내 주위에는 좋은 분들이 참으로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7월에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평소에도 주위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계시지만 결혼 당일에는 상상밖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11월에는 대학원 입학이 결정되었는데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제대로 공부해 볼 예정이다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절실히 느낀 점을 한 가지 말하고 싶다. 그것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것이다. 취업도 누가 시켜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여기저기 찾아 다니면서 부탁도 해보고 능력이 모자라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살아갈 방향과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으로 생활을 준비해 나간다면 도와주는 분들도 생기고 좋은 친구들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 경험을 다른 탈북자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1년 1월 박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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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노력한 대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