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세 바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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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유별난 세 바보가 있다. 두 바보의 성씨는 민주인데 이름이 다르다. 작은 놈은 “노동”이다. 그런데 참 웃기는 놈이다. 이름과 정 반대로 머리엔 항상 “파업”이란 글발을 두르고 빈둥거린다. 반면 큰 놈은 아예 이름조차 없다. 그냥 성씨 그대로 “민주”이다.
그래서 한번은 화장실까지 쫓아와 전단지를 돌리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었다. “넌 도대체 정체가 뭐니?” 그러자 이 놈 대답이 참 멍청했다. “저는 오직 한 길을 가고자 이름까지 아예 생략한, 오직 민주인 민주입니다.” 암튼 이 두 바보는 성씨가 같아서인지 늘 형제처럼 같이 붙어 다닌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더 민주적이라고 맨 날 서로 싸운다.
그들에 비하면 덩치는 큰데 꽤 멍청한 바보가 있다. 이름도 몸통만큼이나 거창하다. “나라”이다. 이 애는 좀 부유하게 살아서인지 도통 생각이 없다. 매집까지 좋아서 “민주”가 촛불로 지져도, 심지어는 “노동”이가 발차기를 해도 좀처럼 화 낼 줄 모른다.
요즘 이 세 말썽꾸러기들 때문에 우리 동네가 참 소란스럽다. 특히 “노동”, 이 놈은 생떼로 유명하다. 하는 짓도 신통히 자해 공갈식이다. 최근에도 떨어져 죽겠다며 남의 직장 크레인 위에까지 올려 갔었다. 무장한 경찰도 안중에 없는 희귀종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갖고 노는 장난감들이 전부 위험천만한 것들이다. 죽창, 화염병, 벽돌,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아닐세라 외출 준비 중인지 죽창을 다듬는 “노동”이를 가리켜며 “민주”가 소곤거렸다.
“저 우둔한 놈 봐요, 조금만 칭찬해주면 저렇게 죽을지 살지 몰라요, 다들 저 놈을 극좌라고 하는데 과분한 평가죠, 내 보기엔 딱 미친놈인데, 하지만 가끔 측은하게는 느껴져요, 정말 임금이 미쳤던 그 세월엔 권리요 생존이요, 하면서 저 놈도 한 때는 꽤 잘 나갔죠, 저도 마찬가지구요, 독재시절이 그리워요, 그때는 어디에 돌 던지고 불 질러도 사람들이 박수쳐주었는데,,,요즘은 촛불만 켜도 욕을 먹으니... 민주로 먹고 살기 참 힘들어졌어요. 그래도 저 놈이 미련하게 잘해줘서 내가 원래 극좌인데도 중도 같아요, 어때요? 서열이 기막히죠?”
이때였다. 뒤에서 엿듣고 있었는지 “나라”가 큰 목청으로 비아냥거렸다. “서열은 개뿔!” 그러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열등감에 늘 지쳐있는 “노동”이가 부릅뜬 눈으로 나라 쪽을 향해 획 돌아섰다. “뭐 개뿔?”
그렇다, 개라면 무조건 자기 욕이라고 확신하는 “노동”인 것이다. “나라”가 변명할 새도 없이 “노동”이는 온 몸을 솟구쳐 공중부양을 했다. 그러나 경련에 떠는 그 발끝이 “나라”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만 바닥에 꽈당 떨어지고 말았다. 지칠 줄 모르는 그는 이번엔 전기톱을 찾아들고 다시 덤벼들었다.
싸움의 수준도 역시 겁 없는 바보들이다. 힘은 또 얼마나 대단들 하신지 내가 악쓰는 그 몸들을 하나하나 뜯어내는 동안 서로 고성들이 오갔다. 먼저 “나라”가 잔뜩 겁에 질린 목청으로 소리쳤다. “그래, 넌 정말 개뿔이다. 너 태어날 때 근면하게 살라고 지어준 이름 같은데 제발 노동 좀 해라. 파업만 하지 말구, 제발 부탁한다.”
“노동”이는 분통해서 팔딱팔딱 뛰었다. “아이구, 저걸 어쩌면 좋아, 그래 너도 이름 바꿔. 나라 망칠 이 놈아, 너 누구 마음대로 이름이 [나라]야? 그럼 우리도 네 식솔이냐? 이 건방진 자식” 이때라고 생각했는지 “민주”가 옆에서 “노동”이를 편들었다. “그건 정말 나도 공감이다. 그것도 뭐 한∼나라?”
“나라”가 “민주”쪽을 향해 자기 혓바닥만한 가래침을 칙 뱉었다. “넌 뭐 정상인 줄 알아? 오직 민주? 아니 넌 오직 데모지, 솔직히 넌 민주가 아니라 민폐야, 민폐!” 민폐라는 말에 “민주”가 몸을 부들부들 떨자 “노동”이가 전기톱을 허공에 쳐들며 부르짖었다. “민주야, 말이 필요 없어, 저 웬수를 때려잡으려면 너와 나, 그리고 이 전기톱을 합쳐 진보대연합을 이루어야 돼!”
바보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만! 그만들 해! 너희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차라리 저 윗동네에 가서 지금처럼 용감해보지, 거기 김정일조폭의 행패가 굉장히 심하다던데, 너희들도 잘 알지? 그 놈 김정일!”
순간 펄 펄 뛰던 바보들이 조용해졌다. 그렇게 정색해진 바보들은 처음 보는 듯했다. 한편 김정일이 정말 악당은 악당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민주”가 먼저 수집은 얼굴로 주섬주섬 말했다. “저의 민주는 중도민주여서 38선 중간지역, 그 이상 못 올라가요.”
뒤질세라 “나라”도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저 또한 중도보수여서 적당히 미워해야지 안 그러면...” 유독 “노동”이만 배포가 넘쳤다. “중도 좋아하네, 나처럼 좀 솔직해라, 그 쪽은 온 동네가 노동계급화 된 진보적인 곳인데 왜? 왜?”
그 셋을 둘러보는 내 표정이 저절로 찌그러졌다. 그 찰나의 침묵 속에서 밖의 소음이 들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운동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의아해하자 묻지도 않았는데 세 바보가 일제히 합창했다. “오늘은 우리가 정치 데뷔 하는 날 이예요.”
그건 바보들의 말이다. 실제는 광고를 본 동네 사람들이 하도 심심해서 구경삼아 모여든 것이다. 그런 무대 위로 생전에 단 한 번의 부끄러움도 못 느껴 봤다는 세 바보가 타박타박 올라갔다 “나라”와 “민주”가 1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동안 “노동”이가 날쌔게 마이크를 쥐었다.
“기쁘게들 주목해주십시오, 저는 노동자가 잘 사는 그 날까지 무한정 노동을 포기하는,,,” 군중 속에서 야유와 조롱이 터졌다. 그걸 본 “민주”가 이때라고 마이크를 빼앗았다. “그렇습니다. 저는 저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들 누구나가 좋아할 중도, 잘 보십시오, 제가 여러분들의 시각을 배려해서 좌 쪽으로만 살짝 비켜서겠습니다. 바로 요런 중도입니다.”
“나라”가 뒤질세라 무대 앞으로까지 걸어 나갔다. “저야말로 여러분들을 잘 압니다. 한번 알아 맞추어볼까요? 여러분들은 모조리 오른손잡이들이죠? 그래요. 왼손잡이면 병신이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의 일상 쪽으로 이렇게, 이렇게 우 쪽으로 조금 돌아선 중도입니다.”
웃음과 박수가 터지는 속에 군중속의 한 사람이 외쳤다. “당신들은 우리가 중도라고 하는데 우리도 중도가 뭔지 잘 모르오, 그러니 당신들이 설명해주시오, 중도가 뭐요?”
“민주”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과격과 온화 사이에서 헤매는 어리둥절 같은 것?” “나라”는 “민주”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아니지요, 붉은 색도 파란색도 아닌 맹물 같은 것?”
그 두 바보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리자 삽시에 군중 속의 웃음들이 물을 뿌린 듯 잦아들었다. 억이 막히는지 혀 차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점점 욕질로 커지면서 나중엔 고함까지 터졌다. “이것들이 우릴 어떻게 보는거야?” “우리가 멍청인 줄 아냐?” “우리가 너희들처럼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아? 그냥 너희들을 무시하는거야, 이 것들아!”
나는 그때에 알았다. 바보가 합법적인 발언권을 가지면 많은 사람들이 격앙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병과 신발들이 무대 위로 수없이 날아드는데도 그 상황이 세 바보들에겐 마냥 경이롭기만 한 것 같았다. 주먹이 날아들기 전까지는 절대로 깨닫지 못할 미소를 한 채 제법 손까지 친절하게 흔들자 군중의 분노는 더 상승했다.
참으로 몰매를 당하기 직전 바로 그때였다. 무대 위로 그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웬 녀석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왔다. 술렁이는 군중은 -우리 동네에 세 바보 말고 한 명 더 있었나? 하고 서로 묻는 듯했다. 사람들의 모여진 시선에 당황했는지 불청객은 연신 인사를 해대며 주절거렸다.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그냥 이 무대를 지나가려고... 저는 중도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냥 콘서트만 압니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객석 사방에서 호응의 탄성이 울렸다. 사람들이 무대를 내려가는 그 무식한 자를 따라 우르르 밀려 나가기까지 했다.
바보는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묻고 자기가 답할 줄은 안다. 절반 넘게 텅 빈 객석을 보며 “민주”와 “나라”는 서로 호언장담했다. “그래, 원래 중도가 콘서트였지?” “아니, 저 우둔한 놈은 우리랑 다른 새로운 콘서트 중도일거야”
“노동”이는 바보라도 영악한 바보여선지 그때만큼은 아주 똑똑한 말을 했다. 물론 자기가 똑똑한 말을 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놀고들 있네, 세상에 너희들처럼 영혼 없는 중도가 어디 있어? 사기꾼들 같으니, 그래서 저 얼간이 콘서트에도 당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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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속에 현 정치상황이 정확히 들어 있네요.
이러니 국민이 정치를 신용하지 않고 있지요
다른뜻은 없고 하니 마음은놓으셔도 됩니다 010-9194-8667
동네 걱정 부뜨러 매고 당신부터 집안에서 기분에 잡친다고 땡깡 부리지 않는것이 동네를 혼잡스럽게 하지 않는것이 아닐가?
당신들 때문에 그 집이 제개비 집 이라고 동네에 소문 자자하오.
검둥개 도투 흉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