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 충격 은하 3호 발사 성공과 나로호 발사 실패의 원인 세계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Спутник. 노어로 ‘위성’을 의미) 1호가 1957년 10월 4일 소련에 의해 발사되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과 같은 무기체계와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서 당연히 자신들이 앞서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미국은 과학기술·교육 부문에서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일종의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교육에서 철학과 역사학, 수학과 물리학 등 기초학문을 중요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기초학문을 배우는 동안에는 학습자의 흥미나 관심은 유보되어야 한다는 교육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소련이 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한 기초학문 우선정책을 미국이 수용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푸트니크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기까지 소련에서는 각기 전문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에 앞서 ‘철학’과 ‘역사학’을 필수로 이수한다는 교과과정이 1917년 10월 사회주의 혁명 이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경험한 뒤 확립되었다. 초등교육에서부터 고등교육기관에의 입학 및 졸업, 학위취득 자격시험 등에서 철학과 역사학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던 것이다. 과학적 세계관을 교육시키는 철학과 이를 현실에서 실천적으로 검증하는 역사학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이 소련학계와 정부의 일관된 노선이었던 것이다. “전문가가 되기에 앞서 철학과 역사학을 공부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구호가 생활 속에서 실천되었다. 이러한 인문학적 토대 위에서 확립된 ‘과학적 인식론’이 자연스럽게 자연과학 부문에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수학과 물리학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과 그 본질’을 관찰·분석하여야 하므로 ‘과학적 인식론’에 입각한 추상적인 이론적 사고가 성숙하지 않으면 도저히 심도 있는 연구가 불가능한 부문이다. 수학에 기초하여 가설을 설정하는 이론물리학과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이론으로 확립하는 실험물리학에 필요한 소양을 소련의 자연과학자들은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것이다. 이런 교육적 배경 속에서 2차대전 후 독일의 V-2 로켓 개발 총책임자인 브라운 박사를 데리고 간 미국과는 달리 V-2 로켓 설계도와 실물만을 가져온 소련이 미국보다 1년 앞선 1957년 10월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부터 55년 후인 2012년 12월 12일 오전 북한은 자력으로 항속거리 1만 3천㎞이상 되는 은하3호 발사에 성공하였다. 이 정도의 항속거리는 미국 대부분을 사정권(射程圈)에 포함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유도탄(ICBM) 사거리를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성공적인 은하 3호 발사는 스푸트니크 충격 이상으로 우리나라에게는 뼈아픈 일격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면서 1단 로켓 제작발사기술마저 확보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지구상 최빈국의 하나”라고 하는 북한보다 로켓 기술이 낙후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반응은 정치, 경제, 안보 부문에만 과도하게 치중할 뿐 우리의 교육과학부문에 대한 문제점은 제대로 지적되지 못하였다. 스푸트니크 충격을 교육과학부문에 대해 자성하는 계기로 삼은 미국과는 달리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해 자성하는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소위 돈 안 되는 ‘문사철(문학, 역사학, 철학)’이라는 인문학과 ‘수물화(수학, 물리학, 화학)’라는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경시풍조와 푸대접이 계속되는 한, 우리 기술만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은 공수표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한 고위탈북자는 “북한은 소학교 졸업생 중 수학· 물리학 성적이 우수한 영재만을 뽑아 각 도에 설치된 제 1중학교에 보내 차원이 다른 특별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 다시 엄선된 수재는 대학진학 시 핵과 로켓 관련학과에 우선 보낸다”고 덧붙였다. 최소한 북한의 교육체계에 대해 이념적 편견 없이 냉정하게 고찰·분석해야 한다는 반응조차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니 북한의 은하 3호 발사성공에 대한 우리나라의 반응은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라고나 해야 할까? / 허열 前) 중앙일보·연합통신 기자 /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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