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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제80차 국제PEN대회 -2
Korea, Republic of 림일작가 0 519 2015-04-21 08:44:04

첫날 회의를 마치고 대형 전세버스 3대에 나눠 탄 참가자들은 시내 교외에 있는 어떤 곳으로 이동했다. 개회를 기념하는 만찬장소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전통복장을 입은 도우미의 안내로 대형 게르(유목민들의 이동식 천막집: 보통 직경 4~5m, 높이 2.5m이나 수백 명을 수용할 정도로 큰 것도 있다)에 들어섰다.

중앙에는 전통복장을 입은 악사들이 클래식음악을 연주하고 전광판에서는 이번 대회를 축하하는 세계유명 인사들의 축사와 키르기스스탄을 홍보하는 영상이 나온다. 10여 명씩 둘러앉은 테이블 위에는 현지 전통음식인 양고기구이, 감자튀김, 말고기훈제, 각종 빵 그리고 온갖 과일 등을 위주로 푸짐한 식사가 차려졌다.

이 만찬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연예인들이 출연한 축하공연인데 그 중에서도 젊은 남녀가 전통복장을 입고 민속춤을 추는 것이다. 다리보다도 팔을 더 박력 있게 움직이면서 말을 타고 목축을 하는 옛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한다. 키르기스인은 유목민의 전통을 의식하는 민족으로서 부족주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대회 둘째 날, 다마스호텔에서 회의 시작에 앞서 나는 서울에서 가져간 ‘망명북한펜 잡지’(창간호: 영문판) 90부를 각국대표 테이블 위에 한 개씩 놓았다. 이 잡지에는 자유문학의 지옥인 북한을 뛰쳐나온 탈북작가들이 독재정권을 비판하며 서울에서 쓴 단편소설, 시, 수기를 위주로 논평과 시론 등이 담겨져 있다.

점심 식사 후 우리 앞으로 몇몇 대표들이 왔다.

망명중국펜센터의 모 시인은 “중국과 북한은 같은 공산독재국가로 유사한 점이 많다. 중국은 지도자나 정부에 대한 언어적인 비판은 묵시하나 그것을 글로 쓰면 구속하는 나라다. 말은 공중에서 없어지는 소리이지만 글은 역사에 기록된다. 말보다 글이 무섭다. 잔인한 공산독재를 무너뜨리는데서 우리 손잡고 함께 가자”고 역설했다.

나이가 50세 넘게 보이는 어느 여성은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소설가이다. 가끔 TV와 인터넷에서 북한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신이 창조한 이 세상 인간은 만인이 공평한데 북한의 김정은은 그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우리 작가들이 인류평화의 사명을 갖고 펜으로 그를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펜클럽 본부의 한 임원은 “잡지가 여유분이 있으면 한 권 더 달라. 자기나라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보내고 싶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관료들을 변화시키는 것도 통일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든 인민을 굶기는 무능한 김정은 정권은 악의 근원이다”고 토로했다.

오후 회의에서는 국제펜본부의 신임이사 2인에 대한 선거가 있었다. 후보자들이 연단에서 공약을 호소했고 각국대표들이 이를 귀담아 경청하여 소중한 투표에 반영하였다. 나도 당당한 회원국으로 특정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

 

                     

 

회의 중간에 가진 커피브레이크. 북한의 작가들이 언제면 자유롭게 해외에 나와서 외국인들과 자기의 솔직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까요? 김정은 독재체제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겠죠.

 

- 림 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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