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에 관하여..(퍼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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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主權)은 최근에 와서 오용되고 있는 단어 중의 하나다. '식량 주권'에서 볼 수 있는 이 정치적 단어의 잘못된 용례는 정치과잉 시대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감성적이기만 한 사람들과 선동적인 언론, 정치인들은 식량 주권과 식량 자급자족을 자주 혼동한다. 쌀을 수입해 식량주권이 침해 당한다면, 철광석이 없어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철강주권이 없고, 원유가 없으니 우리나라는 원유주권을 상실한 국가일까? 희토류 주권이나 명품 주권은 또 어떤가?
'식량주권'은 선동적인 표현이다. 캘리포니아 쌀이 수입되었다고 해서, 호남 평야에 물을 대는 농부를 훼방놓는 사람은 없지만 (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 사람들은 그러나 그런 단순한 선동에 쉽게 넘어간다.
자급 자족이 되지 않으면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상대국이 식량을 수출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여 마치 속국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혹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한 그들의 주장은 '식량 주권' 아니라 '쌀 자급자족'일 것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대로 쌀 자급율이 제로가 되었고,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는 수입선을 다변화 하지 않고 오직 한 나라(가령 미국)에서만 쌀을 수입하고 있다가, 또 어떤 이유로 미국이 대한민국에 쌀을 수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어떤 일이 생길까?
물론 혼란스러울 것이다. 쌀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밀가루나 보리 감자와 같은 대체 농산물의 수요도 급증하여 생산과 수입이 급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쌀밥 못먹고 살다가 굶어 죽을 것인가?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을때 우리는 김치를 포기했던가?
멍청한 생각이다.
한 가마니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과거'에 논농사에 이용되었던 토지에 다시 물을 대는 농부들이 생겨나고 논농사가 가능한 모든 땅에는 모가 심어질 것이다. 과수원이나 밭은 다시 논이 될 것이고 벼가 익는 동안 쌀을 잘 생산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급하게 쌀을 수입할 것이며, 몇 년이 걸리겠지만 결국 우리는 쌀을 먹을만큼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분명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쌀을 비축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염려스럽다면 우리는 좀 더 비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1. 대한민국에 속한 토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으며, 2. 벼를 심어야 한다면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원한다면 3-4년 안에 쌀 생산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쌀 농사가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쌀을 생산해 밥을 해 먹을 수 있다. 다만 그 전환 기간 동안의 불편과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미국 농민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쌀 때문에 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신용을 상실한 그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다. 대한민국은 그들과의 거래를 더이상 믿지 않을 것이며, 베트남이나 중국, 태국과 쌀 수입 계약을 맺을 것이다. 또한 미국 농민들의 불만은 미국 정부의 큰 정치적 고민거리가 될 것임은 당연하다. (자유무역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유인한다!)
쌀 소비가 급감하고 있다. 식습관은 서구화 되고 있지만, 정신상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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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주권을 미국에 빼앗겼다는 생각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수입을 다변화 한다면 그나마 일본이 가장 적격이겠죠. 하지만 수입비용이 미국산보다 5배이상 비쌀걸요? 우리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는 쌀을 비싸게 사먹을 소비자는 없습니다. 일본산은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육류라면 미국외에 호주와 캐나다도 있지만 쌀이라면 선택의 폭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산 쌀수입은 시장경제논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지 정치적 현상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