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그리고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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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애양원으로 수련회를 간다고는 하였지만 그에 대해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왜 그 곳으로 굳이 정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나의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은 그곳은 여수인민항쟁이 일어난 곳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유명한 조기천이라는 시인이 있었다. “백두산”, “조선은 싸운다” 등 그의 유명한 시들은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꼭 외워야 할 필수과목이였다. 그 유명한 시인이 쓴 시 중에서 “여수의 항쟁”이라는 시가 있었다. 시를 워낙 좋아했던 나는 그 시도 몇 번이나 읽으며 마음에 새겼다. 컴컴하고 숨막히는 거리에 하나둘씩 불을 겨들고 항쟁의 거리로 떨쳐나와 싸우는 남조선 인민들! 그 때 어린 나의 마음에 그 시는 그렇게 훌륭해보였고 우리가 바로 정의라는 사상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남북한의 두 제도를 다 경험해 본 나로서는 이제 어느 것이 과연 진실이고 정의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에 있음을 느꼈다. 여기서는 누구도 나의 판단을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나의 판단은 곧 나를 책임지고 결정한다. 이번 길도 나는 단순히 여수가 나의 마음과 판단이 필요한 곳으로만 여겼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 이번 여수애양원 수련회를 깊이 기억할 것이다. 거기에는 이념의 대립이 만든 증오를 이기는 가장 크고 위대한 사랑이 있었다. 바로 성경에 나오는 나병환자를 고쳐주신 예수님의 그 손길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사랑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세상이 버렸던 나병환자들, 얼굴이 문드러지고 손이 가드라들고 길바닥에 내동이쳤던 그들을 구원하신 하나님, 백여년 전에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각오를 가지고 이 미개했던 한반도에 와서 그 사랑을 전해준 선교사님들! 손양원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 곳이 바로 그 곳일 줄은 미처 몰랐다. 나병환자들을 위하여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남았고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여 양자로 받아들이고 결국 순교한 손양원 목사님은 결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빚어서 만든 형상으로 느껴졌다. “하나님은 바로 사랑이니라” 이 말씀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손양원 목사님이 아닐까 싶다. 북한에 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6.25 전쟁 때 미군한테 두 팔을 잃었다고 한다. 그렇게 배웠다. 그 여인은 증오가 온 가슴에 넘쳐, 이 원수를 대를 이어 꼭 갚겠다고 자기 아들 딸의 이름을 “복수하리라”라고 지었다. 손양원 목사님의 박물관을 돌아보느라니 문득 이 여인이 생각났다. 사랑과 증오. 이념의 대립으로 일어난 동족상잔에서 이 여인은 용서하지 못했다. 대를 이어서라도 복수의 증오로 가득찬 여인이 얻는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바로 증오일 것이다. 손양원 목사님의 사랑을 보면서 나는 무릎을 꿇고 싶었다. 북한에서 온 사람으로서 공산주의 이념의 후대로서 그 인민군을 대신하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지금 북한이 가장 열악한 속에서도 아직도 그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꼭 그 정권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왜냐면 그 나라는 거짓과 증오 속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빛이고 증오는 어둠이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다. 그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북한은 저렇게 폐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증오를 사랑으로 풀지 못하게 하려고 그렇게 애쓰고 있는 것이다. 북한사람들이 이 여수애양원에 와본다면 통일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질까 상상을 해보았다. 그 증오를 사랑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먼저 깨달은 우리들이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애양원에서 예배를 마치고 오는 길에 한 할머니를 만났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이 가드라 들었지만 밝게 웃으시며 팔십 노인답지 않게 챙챙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신다. 할머니의 손을 꼭잡고 보니 손톱에 예쁜 꽃이 칠해져 있다. “증오와 사랑의 증견자인 할머니... 이렇게 살아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더 오래오래 계셔서 그 사랑을 전해주세요. 할머니..“ 여수의 참대나무들이 그 위로 부드럽게 흐느적인다.... 2008.8.24. 사랑의 주일에 장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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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사실 많은 것을 얻은 사람들이예요...
그것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