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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야생글로벌 버라이어티 일단~우겨!
Australia 인류평화 0 300 2009-03-22 06:33:55
[최한욱 옥중칼럼]



리얼야생글로벌 버라이어티 일단~우겨!




지난번에 이어서 인공위성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 합니다. 그 전에 재판소식을 잠깐 전해 드리지요. 지난 기일에는 피고 측의 증거설명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진구 위원장은 에 대해서, 저는 , 에 대해서 재판부에 설명을 했습니다. 공교롭게 공판이 진행된 3월 13일은 북한의 인공위성 관련 보도가 모든 일간지에 대서특필된 덕분에 자연스럽게 증거물들의 객관성이 입증되고 말았습니다. 북측의 도움(?)으로 저의 책들이 한결 설득력을 얻게 된 셈입니다. 이렇게 쓰면 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하려나요? 아무튼 두 시간가량 설명을 했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재판부가 얼마나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국심이라고 눈꼽만큼도 없는 공안검사들과 국정원의 말단직원들 그리고 아직은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법부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요. 제 나름대로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 추세로 봐서는 4월 3일이나 10일경에 결심공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시기와 거의 겹치게 됩니다. 어떤 우연은 때론 필연보다 더 필연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2009년 봄 ‘안보공황’과 실천연대 재판과의 상관관계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상관관계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저희들에게 호재(?)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북한에 대한 저희들의 모든 진술들이 맹목적인 ‘고무·찬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이 확증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그것은 실천연대의‘이적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야만성을 입증하는 것에 불과할 것 입니다. 과학적 진실을 심판하는 건 중세 종교재판관들의 몫이니까요. 우주발사체와 종교재판이 공존하는 한반도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가 뒤엉킨 초현실적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에서 제 정신으로 사는 건 매우 고달프고 위태로운 일입니다. 언제 당신의 지성이 당신을 공격할지 모르니까요. 저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말한 것 뿐 입니다. 진실이 죄가 되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 뿐 일겁니다.




리얼야생글로벌 버라이어티




‘보라미 방송’-법무부 교정방송-에서는 매주 일요일 저녁에 ‘1박 2일’이라는 오락프로그램을 녹화 방송해 줍니다. 시청률이 꽤 높은 프로그램이니 아마 한 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1박 2일’의 남성출연자들-대부분 30대를 훌쩍 넘은-은 소위‘초딩’들처럼 사소하고, 유치하고, 엉뚱하고, 별 볼 일 없는 내기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그런데 ‘1박 2일’의 출연자들은 그 황당무계한 일들에 매번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몰두합니다. 그들의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승부욕이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줍니다.

‘1박 2일’의 진행자는 천하장사 출신의 강호동입니다. 그는 씨름과 같은 무게 있는(?) 운동의 최고 실력자였던 과거의 경력을 진행에 적절히 활용합니다. 그는 다른 모든 출연진을 압도하는 신체적 능력을 앞세워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게임 결과를 매번 뒤엎으려 합니다. 그런데 다른 출연자들은 그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세에 눌려 먼발치에서 몇 마디 항의하다가 결국에는 시덥지 않은 협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강호동을‘협상의 귀재’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협상이 아닙니다. 힘자랑과 우기기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강호동은 ‘우기기의 귀재’일 뿐 입니다. 그리고 그건 협상이 아니라 협박일 뿐 입니다.




이러한‘1박 2일’출연자들의 초딩스러운 원초적 행동들은 마치 현실에 대한 우화 같습니다. 현실도‘1박 2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이 있는데 공정한 규칙이나 상식보다는 힘이 앞서는 세태를 비꼬는 것 입니다. ‘1박 2일’ 의 시청자들은 번번이 강호동에게 당하는 다른 출연자들을 비웃지만 만일 현실에서 강호동과 같은 조폭스러운 사람과 엇선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눈도 마주치지 못 할 겁니다. 현실은 우화보다 언제나 구차한 법입니다.




고상한 척하는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평화’는 미인대회의 ‘판박이’ 수상소감처럼 자주 인용되지만 게임의 결과를 뒤엎기 위한 생트집에 불과합니다. 결국 ‘목소리 큰 놈’,‘힘센 놈, 있는 놈, 약은 놈’이 ‘게임의 규칙’을 결정합니다.




지난 12일 북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등 국제기구들에 4월 4~8일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북한은 발사 일시 뿐 만 아니라 우주발사체 1·2단 로켓의 낙하 위험지역 좌표도 통보하였습니다. 광명성 1호, 즉 백두산 1호 보다 사거리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번 글에서‘백두산 1호’를 소나타에, ‘은하-2호’를 그랜져에 비유했는데 북한 발사체의‘진화’가 아닌‘비약’이 확인된 셈입니다. 물론 정확한 실체는 4월 초에 드러나겠지요.




미국도 이젠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3월 10일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은 “북한이 우주발사체(space launch)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했고, 그것이 그들이 의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그것이 나의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말인지 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배배 꼬인 어법이지만 북한의 인공위성을 인정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영어에 몰입한 탓일까요? ‘오렌지’와‘어륀쥐’를 구분하는 탁월한 회화능력을 소유한 청와대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블레어 국장은 답변 과정에서‘새틀라잇’(인공위성)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스페이스-론치 비히클’(우주발사체)이라고 표현했다”, “인공위성이라고 단정한 발언은 아니다.”이것이 영어몰입교육의 빛나는 결실입니다. 아마 미국인도 이렇게 미묘한 의미차이를 정확히 구분하지는 못 할 것 입니다. 게다가 그 차이를 이용해 유머까지 구사한다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라고 봐야지요. 만일 유머가 아니라면? 정신과 진료를 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자가 청와대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바다 건너에는 정신과 진료가 아니라 당장 입원이 필요한 자가 있습니다. 아소 다로라는 자인데 현재 일본의 총리 입니다. 한 자릿수 지지율 때문에 머리가 돌아 버렸는지 아소는 북한의 인공위성을 자국의 미사일로 요격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우주를‘열등한 조선인’들에게 먼저 내 준‘야마토’의 정신적 충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야쿠자’도 아니고 인공위성에 총질을 하겠다니. 독도에 일식집을 내겠다는 것보다 더 정신 나간 소리입니다. 일본의 MD(미사일방어체제)는 아무래도 한 글자가 빠진 것 같습니다. A 말입니다.




북한의 인공위성을 둘러싼 한미일 3국의 생쇼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1박 2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한마디로‘리얼야생글로벌 버라이어티’입니다. 우격다짐으로 소리 지르고 우기는 것은 강호동을 비할 바가 아니고 말장난과 잔머리는 이수근을 뺨칩니다. 게다가 MC몽의 우둔함까지. 가히 환상의 3인조입니다. 아마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후에는 장거리미사일로 우주를 공격했다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멀쩡한 인공위성을 인공위성이라 부를 수 없으니 홍길동보다 더 답답한 노릇입니다.




왜 이런 몰상식과 떼쓰기가 판을 치는 것일까요?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언제나 ‘목소리 큰 놈’이 이겼기 때문입니다. 공정한 국제질서는 아직 책 속에만 존재합니다. 힘의 논리에 따라 정의가 불의로, 진실이 거짓으로 바뀌는 것이 ‘글로벌야생’의 세계입니다.




98년에도‘환상의 3인조’는 오직 우기기와 떼쓰기로‘광명성 1호’를‘대포동 1호’로, 인공위성을 장거리 미사일로, 성공한 시험을 실패한 시험으로 만드는 기적을 행하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수 십 억의 인류가 그 기적을 진실로 믿고 있었습니다. 공안검사 최 모 씨도 그 중에 한 명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 문구처럼‘생각만하면 생각대로’되는데 버릇이 나빠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이렇게 왜 칩니다. “일단~우겨!” 모든 게 그들의 생각대로 되는 신비한 주문이지요. 하지만 이제 그 주문의 약발도 다 된 것 같습니다.







박수 칠 때 떠나라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반복하면 흥미를 잃기 마련입니다. 강호동의 우기기와 떼쓰기도 처음에는 그런대로 재미있었지만 이젠 좀 식상합니다. 이제 프로그램을 끝낼 때가 됐다는 뜻이지요. 아마 제작진이나 출연자들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낄 겁니다. 이 정도 시점에서 막을 내리면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률이 어느 정도 나오는 한 그들은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이윤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본은 제작자와 출연자들을 계속 채찍질합니다. ‘조금도 휴식을 주지 않고 계속 귓가에 대고’“계속 웃겨! 계속 웃겨!” 하고 속삭입니다. 그들의‘노동의 생산력’, 즉 창조적 재능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자본은 마지막 한 방울의 웃음까지 쥐어짭니다. 이제 창조의 궁지에 몰린 출연자들은 억지웃음과 과장된 행동, 작위적 설정과 극단적 언어들로 자신은 물론 프로그램도‘막장’으로 끌고 갑니다. 결국 남는 건 대중의 비난과 저주, 고갈된 자신의 재능뿐입니다. 이런 악순환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는 방송에서 자취를 감춰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더 재능 있는 새로운 강호동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대중이 기억하는 건 화려했던 그의 전성기가 아니라 처참하게 망가진 그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그래서 흔히들“박수칠 때 떠나라”, “정상에서 그만두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미 그의 재능은 자본에 묶여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멈출 수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재능이 아무런 이윤도 창조할 수 없을 때, 즉 대중에게 철저히 버림받았을 때만 스스로 멈출 수 있습니다. 물론 멈추는 것이 아니라 멈춤을 당하는 것 일 뿐이지만요.




‘환상의 3인조’도 이제 멈출 때가 됐습니다. 아니 멈출 때가 이미 지났습니다. 10년 전에는 “일단~우겨!”라는 주문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공위성이 장거리미사일로 변하는 기적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습니다. “새틀라잇”이건 “스페이스-론치”건 4월 4일에서 8일 사이에 북한은 우주로 나아갈 것 입니다. 만일 그것을 요격한다면 일본열도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자신의 안전을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인공위성을 요격하기에는 일본의 과학 기술이 너무 뒤떨어져 있으니까요. 아마 떨어지는 건 북한의 인공위성이 아니라 아소의 지지율이 될 겁니다. 그럴만한 지지율이 남아 있을는지 모르겠지만요.




유엔도 더 이상 그들의 무대는 아닙니다. 그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 입니다. 중국의 원쟈바오 총리는 지난 13일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모순을 격화시킬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이 명분도, 실효도 없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러시아도 ‘평화적인 우주 이용의 권리’는 존중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유엔 안보리에서 ‘환상의 3인조’가 원하는 결과는 결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새로운 제재가 시작되더라도 그 실효성은 극히 미미할 겁니다. 이것은 2006년에 확인된 것 입니다.




사실 이 유치한 시트콤은 2006년에 막을 내렸어야 합니다. 그때가 박수를 받으면서 무대를 내려올 수 있었던 거의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계속 우겨! 계속 우겨!”하고 속삭이는 군산복합체와 독점자본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막장’까지 끌고 왔습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조롱과 야유는 자신들이 자초한 것입니다.




지난 3월 11일 중국을 방문한 힐러리는 “스티븐슨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중·일 방문기간에 북한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었으나 북한이 초정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다 미국이 북한의 초대를 구걸하는 가련한 신세가 된 것일까요? 한때는 전 세계가 그들의 무대였고 모두가 그들을 동경했지만 이제는 화려했던 과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화려했던 그의 전성기가 아니라 처참하게 망가진 그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더 끌어봐야 추해질 뿐 이지요. 이미 대중들은 흥미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힐러리 말처럼 “협상을 재개하고 협력하려는 용의가 있다는 ‘증거’를 세계에 보여줘야”합니다. 핵전쟁훈련을 벌여 놓고 ‘초청’운운하는 건 미국이 아직도 떼쓰기와 우기기라는 상투적인 설정에 집착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 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합니다. 오바마에 대한 서방언론들의 과장된 찬사만 믿고 또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시작할 만큼 북한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힐러리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무려 8년 동안 자신의 남편을 상대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클린턴의 바람기를 잡는데 실패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를 길들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X망나니인 부시도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망나니를 다루는 기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확실히 우위에 있습니다. 시간 끌기가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도 그녀의 남편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한방을 쓰고 있다면 남편의 조언도 나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아무튼 이제 이 지루한 드라마도 막을 내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소와 MB는 조금 섭섭한 모양이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단역일 뿐 입니다. 결국 드라마를 끝내는 건 주연들의 몫입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끝내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습니다. 벌써 결말이 궁금해집니다. 물론 ‘권선징악’의 뻔한 결말일 테지만 그래도 꽤나 통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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